외과의원 심층진찰제 단상
우리나라 정부기관이 관련 업계를 통제하는 수단 중 하나가 업계 지원이다.
업계 지원을 미끼로 업계를 통제하는 건 정부 부처 불문, 업계 불문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즉, 잔뜩 규제를 깔아 놓고, 말을 듣게할 필요가 있을 때 규제를 살살 풀어주거나 지원책이라는 이름으로 미끼를 물기 기다린다.
이것처럼 효율적으로 업계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이게 바람직한 것이냐, 옳은 일이냐는 차치하고, 이런 방법을 쓰는 건 공무원들에게 일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지원을 해 주겠다는 데 왜 말이 많냐고 의아하게 보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받아먹는데 길들여진 업계의 일부는 이것만 쳐다보고 있는 곳도 있다. 그게 과해지면 결국 결탁이란 이름의 부정이 생긴다.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낮다. 특히 행위료는 매우 낮다.
병원들은 이 낮은 수가 구조에 최적화된 경영 방법을 스스로 강구해 병원을 꾸려 간다. 그 중 비급여는 급여로 채울 수 없는 수익 구조를 메꾸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문 케어 즉,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같은 정책이 들어오면 병원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병원 중에서도 대형병원 특히 5대 메이저 병원이나 다른 상급종합병원이 문 케어에 직격탄을 맞아 도산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등 그 여파는 만만치 않게 된다.
그러니, 문 케어를 진행하더라도 병원이 감당 적자분을 어떻게든 보존해줘야 한다.
실제 정부는 그 같은 약속을 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만 보존해 주려면 상급종합병원에서만 하는 행위에 대해 수가를 더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수가없이 관례적으로 해왔던 여러 항목들을 급여 전환하고 이에 대해 지원을 해 준다. 가장 흔한 방법이 적정성 평가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좋은 성적을 받을 상급종합병원에 수가를 얹어 주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예를 들어 간호관리차등제를 실시하면서 간호 등급에 따라 관리료를 차등지급하자, 대형병원은 진공기처럼 간호사를 흡수하고, 지방 병원, 중소병원은 인력난에 허덕이게 되고, 결국 간호사 수요를 쥐고 있는 대형 병원에는 이익이, 간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중소병원은 손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건 아주 작은 예일 뿐이다.
외과계 의원에 교육상담수가, 즉, 심층 진찰제는 역시 경영에 허덕이는 외과계 의원에 수가를 좀 더 주는 미끼에 불과하다.
외과의원 심층진찰제는 복지부가 종합병원 즉, 덩치 큰 병원의 수가 보전에 치중하다가 의원 경영에 관심을 둔 첫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이 제도가 얼마나 유효한지는 의문이지만.
그런데, 지금 추세는 의원은 병실을 없애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술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의료법 역시, 의원은 외래 진료를 중점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현재 우리나라 여건상 "아직은"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수술을 줄이라는 보건의료 행정과 망해가는 외과계 의원에 수가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건강보험 행정이 부딪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4월 기사이고, 이미 지난 8월 "수술 전후 교육 상담 시범 사업"에 참가할 외과계 의원을 모집한 바 있다. 그러나 미끼를 문 의원이 충분하지 못했는지 또 다시 시범 사업 참여 의원 모집에 나섰고, 의협은 참여 독려를 요구하고 나섰다.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 소비 통제, 공급 통제를 위한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만들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퍼펙트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정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 '뻑'나도 시장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는 완충지역을 두어야 한다. 현재로는 그게 비급여이다.
만일 비급여가 사라지면, 건보 재정이 어떻게 튈지, 의료 공급이 어떤 식으로 소멸될지 아무도 모른다. 안다고 착각할 뿐이다.
외과의원 심층진찰제는 뻑난 프로그램을 땜빵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의료 소비 특히 양질의 의료 소비에 대한 욕구는 커져가기만 한다. 이 소비 욕구를 억누르고 공급자의 숨통을 쥐고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한 것일 뿐이다.
오만의 댓가는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2018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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