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회담은 쑈였다. 그래? 그런데 왜?













미북정상회담은 ‘쑈’였다!

참, 탁월한 혜안일세.


그래도 CIA 국장, 국방부장관을 지낸 이가 방송에 나와 ‘미북정상회담이 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왜!’는 들어가야지.

미북정상회담이 악수하고 끝난 건, 즉 쑈였다는 건 범부도 다 아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에 대한 그 어떤 명료한 약속이나 협정은 없었다.

따라서, 미북정상회담을 쑈(show), 즉 보여주기 위한 회담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미북정상회담이 ‘실패한 회담’이라고 한다면, 그건 틀렸다고 말할수 있다.

페네타 장관이 이 회담을 실패로 간주하는 건, 상황을 온전히 판단할 수 없는 편견을 가졌거나 그의 지략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자,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미북간 정상회담을 간절히 원한 건,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었다.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 볼튼 안보보좌관을 비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미북회담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했고, 화들짝 놀란 남북 정상은 부랴부랴 판문점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했으며, 동시에 북한 외무성 김계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가라 앉히기 위해 반성문을 써서 올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로소 재추진 의사를 밝혔고, 수일 만에 북한 김영철이 특사 자격으로 “제때에 싱가폴에서 꼭 만나고 싶습니다”는 김정은의 친서를 가지고 미국을 방문해 그제서야 미국은 미북정상회담을 확정짓고 만나는 시간과 날짜, 장소를 공개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북회담이 필수적일텐데 말이다. 밀당을 한걸까?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밀당을 한게 아니라, 굳이 만나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봐야 한다.

왜? 만나야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미북 관계로 볼 때, 그 수 많은 회담과 회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번번히 약속을 어겨왔고, 이번 북핵 문제도 회담 즉, 대화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고 이미 결론내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김정은을 만나 준 건, 미북회담은 그 자체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벤트 즉, 쑈였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 괴뢰공산정권이 들어선 이래 그 괴뢰정권의 수반을 최초로 만나 준 미국 대통령, 아니 최초의 서방 지도자가 되는 기회를 잃을 필요는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눈으로 직접 김정은을 보고 대화를 나눠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폴 회담 당일 불과 두어시간 미팅 후 만찬 등을 생략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바쁜 일이라도 있는 듯 서둘러 먼저 싱가폴을 떠난 것을 상기해 보자.

그는 김정은과 두어시간 만난 것으로 그의 모든 목적을 다 이루었을 것이다.

즉, 그 몇 시간 만에 그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김정은을 타진해봤으며, 본인이 얼마나 관대하고 포용력이 강한 남자인지 세상에 널리 알렸다.

싱가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줄곧 북한과의 관계,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 좋은 쪽으로 말하며, 김정은을 띄어주고 있다. 트럼프 식의 어르고 달래기 전법이다.

그의 속내는 일단 북한을 살살 달래며 데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 더 사고치지 않게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북한과 협상하며 무엇을 내주고 얻어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북한이 제풀에 스스로 고꾸라져 비핵화를 하거나, 민주화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에 보내지 않은 이유도 그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다들 잊어버렸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정은과 대화해봐야 소용없다. 대화하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힘빼지 말라!”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북한과 대화해봐야 소용없다는 건, 즉흥적 생각이 아니라, 나름 그가 북한에 대해 보고, 듣고 연구해 내린 결론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생각으로 가지고 국무장관에게 ‘김정은 대화 무용론’을 편건 불과 1년이 되지 않는다. (이 트윗을 날릴 건 2017년 10월 1일)

사실 많은 이들은 싱가폴 회담 결과에 대해 실망했다.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되려나...

북핵 문제는 미국의 당면과제이지만, 해결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즉각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 낮은 문제이다.

다만, 쉽게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많은 희생을 치뤄야 하는 문제이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다소간 시간을 끌며 시간 조절을 해도 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 힘들고 더 버거운 난제들이 많다. 중국 문제도 그렇고, 대러시아 관계, 유럽을 줄세우고 길들여야 하는 문제, 코 앞에 닿친 중간 선거, 개인적으로는 특검 등등...

문제가 한없이 많으니, 경중을 따져 순서대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북핵 문제는 저만치 뒤로 밀려있는 것이다.



2018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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