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만들어준 명분














"이례적이다..."

VOA 한국판의 한국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 이례적으로 북한 인권 강력히 비난"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을 언급한 건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두 달여 만에 북한 인권 회복 즉, 북한 주민에 대한 인류애(humanity)를 언급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수 차례 반복해 북한 인권을 강조해왔다.

VOA가 이런 타이틀로 기사에 쓴 건, 기자가 자신의 고용주인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추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취임 80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 언급한 휴머니티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보고,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한다면 그 명분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류애 즉, 인권 회복이 될 것이며, 그 전쟁은 인간성 회복, 인류애의 실현을 목표로 한 첫 전쟁이 될 것이라고 포스팅한 바 있다.




또, 625 전쟁 당시 투르먼 대통령은 38선 교착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휴전 협정이 맺었고, 결국 북한 주민들은 인질이 된 체 무려 60년이 넘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이는 어찌보면 미국의 원죄라고 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개중에는 "미국의 원죄"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고 항의하는 분도 있었다.

분명히 지나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주어'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 국민이다.

당시 전쟁에 참여했고, 북진 통일을 완수하여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미군과 미국 국민들 말이다.

물론 모든 미국 국민들이 그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베트남 전 당시 미군 철수 상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베트남에서 미국이 철수하기로 결정한 후, 당시 베트남 주재 그레이엄 마틴 미국 대사는 최대한 철수를 미뤘다. 미 해병대는 몇 번이나 헬기를 보내 그를 항모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는 미국 정부의 명령을 어겨가며 미국 대사관 안에 들어와 있는 베트남 주민들을 최대한 빼내기 전에 철수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자신이 대사관을 떠날 경우, 그들이 버려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사관 안에는 미국 관련 베트남인은 물론 오로지 살기 위해 대사관 담을 넘은 주민들도 수백명에 이르렀다.

결국 이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헬기에 몸을 실은 마틴 대사는 남겨진 베트남 주민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마틴 대사 뿐이 아니었다. 대사관을 지키던 해병들은 손을 내밀어 대사관 밖에 주민들이 월담하도록 도왔고, 다른 미군 장병들도 이들을 빼내기 위해 몰래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미군 기지로 들어와 항공기에 베트남 주민을 태우기도 했으며, 자발적으로 배나 헬기를 타고 무작정 바다로 나온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도 했다.

당시 일부 베트남 헬기 조종사들은 버려진 헬기에 주민을 잔득 싣고 무작정 바다로 나갔다. 연료가 떨어지면 바다에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항모는 물론 작은 구축함도 이들을 착륙시켜 주민을 구출하고, 헬기를 밀어 바다에 버린 후 다른 헬기를 착륙시키는 것을 반복했다.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온 주민을 구출한 수는 헤아릴 수 없다.

미군들이 이렇게 베트남 주민을 구하려고 애쓴 건 미군이 떠난 베트남 주민들이 공산화된 후 어떤 삶을 이어갈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25 전쟁 말기 38선을 중심으로 교착상태에 이를 당시,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어 왔지만, 휴전과 동시에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주민들이 공산 정권 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뤄야했고, 미국은 지쳐있었으며, 미국의 반전 여론과 당시 국제 정세에 따라 부득불 전쟁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아마도 이 휴전이 60년 넘게 이렇게나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건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의식있는 미국인이라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북진했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갖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지구 상에 북한 주민들처럼 핍박받고 사는 이들이 있다는 건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같은 사상은 지금도 이어져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NDAA)를 통해 해마다 많은 예산을 한반도 방어를 위해 배당해 왔다.

물론 미국의 이익을 명분 삼아 미군 철수를 고려한 미국 대통령이 없었던 것도 아니며, 한반도 통일을 견제하는 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주류는 북한 주민 인권 회복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건, 피를 나눈 같은 민족인 남한의 태도일 것이다. 자신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적 번영과 자유를 누리면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이북의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며 고통받는 것을 뻔히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어디까지나 제 3자이다.

북한 주민을 구해낼 당사자는 남한 국민들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을 수복 대상인 영토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니 "스스로 돕지 않는자"를 미국이 도울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김일성 부자와 김정은의 북핵 무장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보았듯, 미국은 북한의 핵이나 탄도미사일에 대해 극한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설령 김정은이 워싱턴 DC에 도달할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위협받을 미국이 아니다.

김정은은 결코 군사력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을 제쳐 놓고 미국이 전면에 나서 북한 주민을 구출할 명분을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한국 국민이 미국에 대고, '너희는 북한 주민을 고통받게 한 원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 이건 지나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60 여년전 우리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짓겠다고 하면 그건 한국인, 한국 대통령도 막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 사실을 일깨어 주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고, 어쩌면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 사실 말이다.

때문에, 그의 연설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2017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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