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을 날인가 -문재인 정부의 대중 3불 정책-







‘대한민국은 망해 버려라!’고 마음 속으로 기원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겹고 즐거운 나날이 계속되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문재인 정부는 1) 사드를 더 이상 배치하지 않고, 2)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3) 한미일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삼불 정책을 중국에 가져다 바치는 조건으로 한중 정상 회담을 이끌어 냈다.

축하한다.

드디어 조선반도의 신하국이 시 황제를 알현하려 가겠구나.

곧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다. 그런데, 그의 방한에 앞서, 국감을 악용해서 외무장관을 스피커 삼아 미국을 엿 먹이는 정책 기조를 발표했고, 중국에 착 달라붙는 자세를 취한 꼴이 되었다.

미국에게 있어 중국은 잠재적 적국이다.

- 어느 순간?

- 바로 중국이 미국의 under the control 에서 벗어나는 순간.

중국의 외교 전략은 힘을 갖추기 전까지 자세를 낮추고 발톱을 감추는 것이었다. 등소평의 韜光養晦(도광양회)이 바로 그것이다.

도광(韜光)은 칼집에 칼을 넣어 빛을 감춘다는 뜻이며, 양회(養晦)는 그믐달 속에 몸을 감추고 실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시진핑의 외교 전략은 그러나 더 이상 어둠 속에 몸을 감추는 것이 아니다. 1기 집권 당시 그의 전략은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이었으며, “중국은 세계 규칙의 추종자(追從者)에서 세계 규칙의 제정자(制定者)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 중국 중심 (중화사상)의 질서를 구축하여, 당장은 지역 패권을 차지하고, 나아가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겨루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아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힘겨루기는 필연적이며, 한반도는 반듯이 손 안에 쥐어야 할 패이기도 하다. 적어도 한국을 중국의 위성 국가로 만들어 ‘미제국’과 일본 편에 서지 못하게 해야 할 필요성 당위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진핑이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서는 건, 사실상 선택지가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중국의 고도 성장은 이미 멈췄고, 외환 보유고 역시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며, 베트남 등 후발 국가들의 추적을 따돌려야 하는 등의 경제적인 문제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에 물들고, 부정 부패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노하는 중국 인민들을 하나로 뭉쳐 끌고 가지 않으면, 더 솔직하게는 반정부 시위라도 벌이는 사태가 벌어지면, 존망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좌고우면할 여지 없이,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서 국면을 전환하지 않으면, 중국도 마치 굴러가던 굴렁쇠가 멈춰 서면 넘어지듯, 넘어질 가능성을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버리기도 애매하고, 살리기도 애매한 곤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시 주석도 하루에 골백번 이럴까 저럴까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곤마는 동행하라”는 바둑 격언이 있듯 결국 북한을 끌고 갈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 패권국 즉, 미국에게도 곤마를 안겨줄 것이다.

미국이 동행해야 하는 곤마는 바로 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곤마이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하는 짓마다 왜 저리 밉상일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한국은 동맹국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독립시켜 식민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고, 수 많은 미국 젊은이들을 희생시켜 적화되는 것을 막아주었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쳐 주어, 지금은 번듯하게 살고 있는 나라이다.

한 마디로 때국물 줄줄 흐르는 전쟁 고아를 닦이고 먹여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고마운 줄 모르고, 가장 경계하는 나라에 찰싹 달라붙으려고 한다. 지금도 핵 위협을 막아주고 있는데 말이다.

미국 의회의 상하의원,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처럼 젊잖고 체념 차리는 정치인들은 쌍욕하기 싫어 모른 척할지 몰라도, 거침없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매체나 대중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그런 나라를 위해, 이번에도 가서 피흘려 공산화를 막아 주자고 했을 때, 미국 국민들이 기꺼이 동의할까?

한국은 분명히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그 동맹국 지위를 지키고 싶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물론 한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미국은 개입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북핵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동맹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미국을 위한 것이다.

지금은 동맹국의 안보도 미국의 안보처럼 생각하고 대접하지만, 마치 곤마가 되어 좀비처럼 미국의 안위를 위협할 때도, 동맹국을 동맹국으로 대해 주고, 동맹국 국민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노력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생겨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다, 자초한 일이므로.

이러니, ‘대한민국은 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을인가.


2017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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