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00 병상 병원을 없애자?
김윤, 김용익 등의 주장의 논지는 이것이다.
1.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이 OECD 평균의 1.9 배로 너무 많다.
2. 특히 300 병상 미만 병원의 병상이 너무 많다.
3. 병상을 줄이면 입원 및 재입원을 20% 줄일 수 있다. 즉, 재정 건전화를 꾀할 수 있다.
4. 300 병상 미만은 부정 지표를 보여, 300병상 미만 병원 병상이 늘때마다 사망률, 재입원률이 늘어나고 있다.
5. 그러므로, 100~300 병상 미만 병원을 줄이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이들 병원을 요양병원이나 전문 병원으로 전환하고, 권역별 병상총량제를 실시하고, 의료취약지에 300 병상 이상 병원을 건립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부터 언급하는 통계는 2012년 보건산업진흥원이 만든 2010년 통계이다. 이렇게 묵은 통계를 인용하는 건, 내 능력으로 찾을 수 있는 종별 의료기관 별 병상 규모 별 통계로는 이게 유일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큰 틀에서는 현재와 크게 차이나지 않으므로 그대로 인용한다.
우선, 김윤의 주장에서 100 병상 미만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100~300 병상 병원을 우선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병상 규모가 적은 병원의 치료 지표가 나쁘다면, 300병상 미만을 갖는 병원의 사망률, 재입원률보다 100병상 미만의 병원의 지표가 더 나쁠 수 있다.
그런데 왜 딱 꼬집어 100~299 병상이라고 했을까.
엄두를 못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100 병상 미만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96.8%에 달하는 28,155 개소이다. 만일, 이들도 포함해 병상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의료계 대부분을 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0병상 미만 병의원이 가지고 있는 병상 수는 141,704 개로 전체 병상 수의 35%에 이른다.
반면, 100~299 병상을 갖는 의료기관의 수는 675개소에 불과하고, 이들이 갖는 병상 수는 123,758 개로 전체 급성기 병상의 30%에 이른다.
2만8천명의 오너를 상대하기는 버겹지만, 675명의 오너는 만만하다 생각하나보다.
더 웃기는 건, 100 병상 미만 병원도 689개나 있으며, 이들 병상의 수도 43,899 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100~299개 병상 병원을 없앤다면, 이들은 예외가 될까?
다시 말해, 의원과 300병상 미만의 병상은 도합 265,462 개로,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의 65%에 이른다.
이 병상을 없애고, 이만큼의 병상을 갖는 300 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의료취약지구에 짓는다?
누구 돈으로?
병상을 줄이면, 입원 재입원률을 20%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이 병상을 20% 줄이고 종병으로 간다고 해보자.
20%를 줄인 약 21만개 병상을 300 병상 종병으로 바꾸려면, 700개의 새로운 종합병원이 필요하다.
병원 건축에 병상당 1억만 필요하다고 해도 2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100~299개 병상 병원만 없애고 이를 종병으로 전환해도 12조원이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한 얘기인가?
물론, 기존의 300 병상 미만 병원의 병상을 늘려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병원이 병상을 늘리지 못하는 건, 용적율, 건폐율, 토지 확보 불가능, 인력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향후 다가올 총액계약제, 정확하게는 총액예산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등 모든 의료기관을 포함해 총액계약제를 하기는 사실 어렵다. 개체 수가 너무 많고, 총액을 어떻게 분배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지역 단위로 의사단체가 일괄 계약 후 의사 단체에서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부나 건보공단은 결코 이런 식으로 의사 단체에 힘을 실어 줄 리 없다.
따라서,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은 병원 단위로 그 병원의 예산을 정하고, 예산 범위 안에서 의료비를 지출하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이게 그들이 생각하는 의료비 통제의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이를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다.
2018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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