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를 기용했냐고 따지면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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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 대통령 중에 문제 없었던 대통령이 없고, 특히 스캔들없는 대통령을 찾아보기 어렵다.


취임 전은 물론 대통령 직을 수행하면서도 섹스 스캔들은 물론, 사생아를 낳은 대통령도 있었고, 심지어 동성애자도 있었다.

성적인 문제 뿐 아니라 능력도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인 기준으로 보면 백인 쓰레기(White trash)에 가깝다. 그런 그가 대통령도 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게다가 아니나다를까 취임 후 온갖 성추문에 몰려 결국 특검까지 받았지만, 재선에 성공하고 대통령 직을 완수할 수 있었던 건, 결국 그가 보여준 능력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우루과이 라운드와 수퍼 301조를 들고 미국을 부강하게 했다. 다른나라들에게는 재앙이었지만.

아들 부시는 영어도 잘 못해 늘 가십거리였다. 그래도 9/11 사태에 직면에 전쟁을 이끌어냈고 미국 국민들을 뭉치게 했다.

대통령이 미숙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미국이 굳건한 건 미국은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장 원초적 국가 시스템은 바로 헌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나라가 급우회전, 급좌회전을 반복할 뿐 아니라, 수직 상승, 수직 하락을 반복한다. 국민들은 어지러워 정신이 없다.

한 마디로 시스템의 부족, 약한 기초 체력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건국도 오래되지 않은 신생국이고, 게다가 국토나 자원이 빈약한 국가이며, 건국 직후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 마디로 국토가 초토화되어 잿더미 속에서 시작했다. 이게 창피하지만,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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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초 이 나라가 운영될 수 있었던 건, 식민지 시대의 행정 운영 경험을 가진 이들 또, 일본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이걸 친일파 기용이라고 욕하는 이들도 많다.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 국민들에게 카다피가 맞아 죽고 난 후, 혁명을 주도했던 이들은 국가과도위원회 즉, NTC(National Transitional Council) 를 구성해 초기 정권을 잡았다.

이들 대부분은 각 지역과 부족을 대표한 이들과 실제 총을 잡고 전투를 치룬 이들이었다.

리비아는 세계대전 후 연합군이 임의로 선을 그어 독립시켜 준 나라이기 때문에 광활한 지역에 흩어져 부족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 나라 국민이 되다보니, 부족간 반목이 심하고, 게다가 석유 생산지가 나뉘어져 밀집하다보니 지역별 소득 격차도 큰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초기 NTC 의 대부분이 정치는 물론, 법이나 국제 관계 등에 완전히 문외한이어서, 국가를 통치할 역량이 전혀 없는 시골 총각, 아저씨 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해관계와 지향점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모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결국 한 마디로 개판이 되었다.

어렵게 제헌의회를 구성했지만, 맘에 안 든다고 납치, 살해가 빈번했고, 여러 임시 총리들이 살해 위협을 받거나 사직했다. 수도 한복판에서 혁명군에 총리가 납치되기도 했다.

또, 공무원 월급은 1천불에 불과한데, 정권을 잡은 이들은 억대 연봉을 받으며, 국가 재정을 서로 나눠 먹는 부정부패가 심각했다. 국민들은 이들을 알리바바라고 손가락질 했다. 결국 국가 행정은 올 스톱되고, 말 그대로 무법 천지가 된 것이다.

그나마 카다피 시절에 있었던 공무원들이 일부 남아 자리를 지켰고, 해외에서 활동하던 인재들이 들어와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나는 해방 후 건국 과정과 리비아 사태를 자주 비교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해방 직후 3년 만에 건국을 선언하고 의회를 구성해 정부의 모습을 갖추고 불과 2년만에 발발한 전쟁을 이겨낸 건,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런데 왜 친일파를 중용하고, 일본 법을 그대로 유지했냐고 따지만 말문이 막힌다.

우리나라 건국 초반 일본의 법과 제도를 차용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의미로는 대단히 행운이었고, 다른 의미로는 불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가장 가까운 이웃이 미국이었다면, 미국식 법과 제도를 따랐을텐데 말이다.



2018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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