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하다
연 두 차례에 걸쳐 미 재무부장관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의 거시경제정책과 환율정책에 대해 조사해 상하원의 관련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은 무역촉진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이다.
이 무역촉진법은 1974년에 만들어진 무역법과 제반 관련 무역 법안들을 전면 개정해 2015년 만든 것이며, 2016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사인했다.
따라서, 무역촉진법이 미국의 무역에 관한 대표적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에는 이른바 BHC 수정법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법은 환율조작국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법에 따라 1)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하는 경우, 2) 경상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하는 경우, 3) 연간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초과하거나 12개월 중 8개월 이상 달러 순매수하는 경우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여 제재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 재무부는 IMF와 WTO를 통한 제재와 압력을 가하고, 미국 기업이 해당국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며, 해당국 국내 기업이 미국 정부에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보복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올해에는 지난 4월 환율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중국은 1개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반면, 일본, 독일, 한국, 스위스는 2개의 조건이 완성된 상태였다. (이중 스위스는 2,3 번 조건 완성, 나머지는 1,2 번 조건 완성)
지난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을 바꿔서라도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BHC 법률의 조건대로라면,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블러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발언이 블러핑이 아닐 수도 있어 보인다.
미국의 무역에 관한 법률은 무역촉진법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또 다른 무역관련법이 있는데, 바로 종합무역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 Act) 이다.
이 법은 1988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보호무역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 법은 경상수지 흑자국이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면서 환율조작을 한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무역으로 흑자를 내고 있고,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는 모두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수치로 알 수 있지만, "환율조작을 했다"는 건 사실상 기준이 없어 미국 맘대로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상대국과 협상을 통해 환율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반론을 듣는 과정은 있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을 다시 부활시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하면, 불가능하지 않으며, 지정이 되지 않아도 확실히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종합무역법을 적용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되었던 나라는 모두 3개국으로 한국 (1988년~1989년), 대만 (1988년~1989년, 1992년), 중국 (1992년~1994년)이었는데, 94년 이래 이 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으며, 이후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 대신 환율지정국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기준을 만든 것이 2015년 무역촉진법의 BHC 수정법안인 것이다.
따라서, 종합무역법을 다시 발동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국제적 비난이 일 가능성도 있다.
왜냐면, 종합무역법이 적시하고 있는, 상당한 경상 수지 흑자국인 동시에 현저한 대미무역흑자국이고, 동시에 무역촉진법에 따라 이미 지난 4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일본, 독일, 한국과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이들 나라는 환율조작의 혐의가 없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비난을 피하고 중국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중국과 더불어 환율조작의 혐의가 짙은 다른 나라도 동시에 지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장 가능성이 큰 나라는 이들 세 나라 중 한국이 아닐까 싶다. 가장 환율 조작의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이 달 중 미 재무부의 환율 조사 보고서가 나온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 보고서는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수 있다.
2018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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