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의 주장과 총액계약제











최대집 회장이 서울시 의사회에서 한 얘기를 종합하면 이것으로 보인다.

1. 문재인 케어는 동시에 비급여의 급여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간다.
2. 수가 정상화하기로 포괄적 합의를 했다.
3. 그 방안으로 우선 초-재진료를 통합하기로 했다. 소요 재정은 1조7천억원이다. 수가 11%를 올리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4. 또, 처방료도 부활하기로 했다. 처방료는 3일 처방 기준 약 3천원이다. 처방료 소요 재정은 1조5천억원이다.
5. 심평원이 추진하는 경향 심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의협은 회의에서 모두 퇴장했다.
6. 투쟁은 협상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전체 회원 50~80% 이상 참여해야 집단 행동할 수 있다. (그 전에는 안 하겠다는 의미인 듯)
7. 총계약제 시행이 도래할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며 언급.
(개원가 다빈도 비급여를 존치하면, 총액계약제가 시행되어도 문제없다. 의료사회주의자들의 최종 목표는 지불제도 개편에 따른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계약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급여의 급여화의 정책 변경으로 비급여가 존치되면 총액계약제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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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보 수가 체계는 여러 문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진찰료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진찰료가 낮으므로, 진료와 처방으로는 의료기관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 그러니, 검사에 치중하고 비급여에 매달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 케어는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특히 검사 항목을 비급여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기관 매출은 줄어들고, 경영은 어려워지게 된다. 나아가 의료 공급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 정부로서는 의료 공급이 지속되도록 다른 방법으로 수가를 보전해줘야 한다.

그게 진찰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원은 이것 말고는 달리 수가를 보전해 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는 이미 복지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검토되어 왔던 사항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수가 인상은 환산지수 재계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찰료만 떼어내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초재진료 통합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초재진료 통합은 전부터 의협에서도 거론된 바 있지만, 이번 방안은 복지부 안으로 보인다. 의협이 초재진료 통합과 처방료 부활에 따른 재정 부담을 추계할 수는 없다. 이런 구체적 재정 추계를 언급한 건, 복지부가 추계해 미리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즉, 복지부는 의협이 문케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진찰료 인상, 처방료 부활의 카드를 꺼냈고, 의협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복지부 안이 건정심에서 무리없이 통과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왜냐면, 가입자 단체들은 문케어를 강행하여 생기는 건보 재정 증가 충격을 건보료 인상없이 스스로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문케어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공급자에게 지출되는 재정 긴축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3조 넘게 진찰료를 인상해 준다? 믿기 어려운 얘기이다.

사실, 비급여의 급여화를 가장 우려하고 걱정해야 하는 쪽은 공급자가 아니라 보험자이다.

정부 (정확하게는 청와대) 안대로 문케어를 실행할 경우, 건보 재정은 곧 바닥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기관에 지출되어야 급여도 순차적으로 미루어질 것이다.

두번째 걱정해야 하는 쪽은 기재부, 복지부이다.

만일 건보 재정이 바닥나면, 공단은 은행에 차입해야 하고 어쩌면 국고로 재정 지원을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분 협상때 기재부는 늘 충분한 보험료 인상을 요구해 왔다.

문케어란 결국 보장성 강화인데, 급진적 보장성 강화는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이의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복지부의 기조였다고 할 수 있다.

즉, 문케어의 점진적, 단계적 추진 또한 의협이 협상을 통해 얻어냈다기보다는 복지부의 기조를 받아들일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의협의 협상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비춰볼 때 이게 사실일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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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건 불만이다.

총액계약제는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래, 공급자들 간에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이 사실 불문율이었다. 좌파들은 총액계약제를 전가의 보도인양 구호로 삼아왔고, 공급자들은 마치 악마를 보는 듯 외면해 왔다.

그러나 총액계약제는 그렇게 엄청난 파급효과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듯이 공급자에게 불리한 것만도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총액을 계약한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사실상 이미 총액계약제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 수가 계약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수가 계약의 시작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내년도 재정 증가분 총액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정운영위는 순전히 가입자 단체와 공익으로만 구성된다.

만일 재정운영위가 내년도 재정 증가분을 5천억원으로 결정하면, 공단은 그 안에서 5개 공급자 단체와 계약을 한다. 이미 총액을 결정해 계약하는 것이다. 2019년도 수가 계약에는 9,500억원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결산을 해보면 애초 재정위가 가이드 라인으로 삼은 순증 분보다 훨씬 더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액계약제를 흔히 '모자(cap)를 씌워 그 이상 지출되지 못하게 하는 것(Capitation)'이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총액계약제를 사용하는 그 어떤 나라도 총액계약제만을 유일한 지불 제도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으며, 총액계약제, 인두제, 행위별 수가제, 포괄수가제 등을 혼용하고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설령 모자를 씌웠다하더라도 필요에 의해 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 일부 국가의 경우, 병원의 총액 예산을 정해두고, 그 예산이 완전히 소진될 경우, 환자에게 줘야 할 의약품은 물론 식사까지 제한하거나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오히려 예외적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정리하면 우리나라 수가 계약은 사실 이미 총액을 계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실제적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총액계약제라는 건 cap 을 씌운다는 의미 외에 재정 지출 증가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즉, 오로지 행위별 수가제만 사용해, 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재정 지출이 급진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에 일정액만큼 수가를 먼저 주는 대신 증가 기울기를 낮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재정 지출 증가 폭이 크지만, 기울기는 완만해져, 어느 시점이 되면 행위별 수가제보다 오히려 전체 재정 지출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만일 국내에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려면 적어도 5조원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재정을 우선 풀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입자 단체는 총액계약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이에는 매우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총액계약제를 할 계획이었다면, 재정 여유분이 있었던 시절 즉, 지난 10년 안에 했어야 했다.

지금처럼 급여화 강행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게 된 시점에 총액계약제 도입은 불가능하다.

둘째, 총액계약제를 하려면 의사단체의 힘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해야 한다. 왜냐면 총액을 계약한 후 그 재정 안에서만 지출하도록 하려면, 계약된 총액을 나눠야 하는데, 이건 강력한 지도체제와 행정 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공단, 시민단체 등 누구도 공급자 단체의 권한이 이렇게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결국, 총액계약제는 구호일 뿐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왜 최 회장은 마치 총액계약제 도래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발언했을까?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일종의 북풍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총액계약제를 선전 선동 구호로 쓰는 건 좌파 뿐이 아닌 것이다.



2018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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