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왜 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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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KBS 뉴스를 봤는데, PC 방 살인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찰의 초등 수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게 코드 2 라는 건데, 경찰이 출동해 소란을 잠재우고, 화해를 시도한 후 돌려보내고 15분간 머물다 왔다면 경찰이 잘못 대처한 건 없다. 다만, 피해자가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매니저에게 말했다고 하는데, 경찰이 이걸 알았는지... 음... 그게 하나 걸린다. "

다른 패널은 이렇게 얘기한다.

"피해자가 처치받은 병원의 응급실 교수가 쓴 글에 대해 의료계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안다. 지나치게 상세하게 환자 상태를 기록한 점, 가족과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은 점은 문제이나, 가해자가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이끌어 낸 사회적 공익이 목적이었으므로 그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주장은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 몇몇 방송인 아니 변호사들의 개인적 주장일 뿐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아 보인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사건과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조사이다.

경찰이 초등 대처에 대해서도, 반듯이 냉철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경찰 프로토콜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또 여론 형성에 영향력있는 자가 여론은 선동하거나 호도하여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었다면, 이 역시 냉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죽인 놈이 잘못이지 다 잘해보려고 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자 후진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늘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데,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냉정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좋은 게 좋은 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은 대충 덮고 넘어가고 누군가에게 잘못을 모두 넘겨 버린다.

'젊은이를 죽인 놈이 죽일 놈이지, 경찰이 뭐! 그럴 수도 있지. 알고 그랬겠어?'
'프로토콜 대로 했다는 데 뭐...'
'저 놈이 죽일 놈인데, 경찰한테 왜 그래?'

'나쁜 새끼. 심신미약으로 빠져 나오려는 거 아냐. 무조건 사형시켜야 해.'
'대통령님 사형시켜 주세요!"

'의사가 그런 글 쓴 건 공익적 목적이라는데, 나도 공감되던데, 그래서 청원에 수십만명이 참여한 거 아냐. 의료법이 그 까짓거 뭐?'

'의도가 좋으면 됐지...'
'결과만 좋은 됐지...'

'잘 하자고 그러는 거 아냐.'
'좋은게 좋은 거지'
'우리끼리 왜 이래.'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생각과 말들이 우리 사회를 부패하게 만들고 나아지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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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문명의 차이가 뭘까?

이 둘을 가르는 것은 법의 존재이며, 그 법에는 자력구제 금지,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이 포함된다.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력구제 (vigilante justice)를 원칙적으로 금하며, 매우 제한적 상황에서만 인정할 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도시는 적자생존의 정글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Street justice 도 자력구제이다. 대중이 농성으로 범죄자를 단죄하고 처벌할 수는 없다.

죄형법정주의란, 글로 적혀진 법에 의하여만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에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괘씸하다고 다 사형시킬 수 없고, 범죄자라고 고문하거나 비인간적 대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죄형법정주의가 없어지면, 여론 재판이 횡행하게 될 것이다. 청와대 청원은 곧 여론 재판이다.

권력자는 여론에 따라 마구 잡아들이고, 법률에 의하지 않고 여론과 입맛에 따라 처벌을 내리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사례를 많이 보았다.

지금은 피의자가 검거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필요하면 정신 감정을 받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있으며, 스스로를 변호할 권리도 있다.

아무리 악랄하고 잔인한 범죄자라 해도 법이 그렇게 정했으면 법에 따라야 한다.

문명 사회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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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들은 살인자를 사자 우리에 던져 갈갈이 찢어죽이라고 아우성치며 황제에게 탄원한다.

이 무모함을 막아서는 이는 모두 적일 뿐이다.

어떤 자는 그가 얼마나 잔혹하게 살인 했는지 화려한 글 솜씨를 뽐내며 군중의 농성에 기름을 붓고, 군중은 환호한다.

그 피해자를 보호해 범죄를 막아야 했을 민중의 지팡이는 기둥 뒤에 숨어 있다.

황제는 서서히 일어나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킨다.

이게 오늘의 모습이다.

여기에 사실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법치는 사라졌다.

가만보면 탄핵도 이런 식으로 벌어졌다.



2018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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