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질서는 공존할 수 없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한국 시간 24일 새벽, 유엔에서 연설했다.

역설적으로, 그의 연설문은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의문이란 이런 것이다.


첫째, 김정은 체제는 왜 핵에 집착하는가.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왜 북한을 빨리 공격하지 않는가.
셋째, 중국과 러시아는 왜 북한을 옹호하려고 하는가.
넷째, 문재인 정부는 왜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가.
다섯째, 종북 세력은 왜 존재하는가.


이 의문을 풀기 전에 우리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평등(Equality)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평등의 개념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가상의 개념일 뿐이다.

개개인 간의 평등 뿐 아니라, 집단 간의 평등, 국가 간의 평등은 유사 이래 존재한 적이 없었다.

평등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이래 수 많은 철학자들이 추구해 온 이상적 개념이며, 이데아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지만, 지구 상에 이데아는 단 한번도 존재해 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는 피를 나눈 가족도 이데아를 구현한 바 없으며, 가족내 평등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맑시즘은 산업 혁명 이후 심화된 불평등을 디딤판으로 하고, 평등주의라는 허상을 무기로 삼아 이데아를 구현하겠다고 내 놓은 가설일 뿐이다. 맑시즘에 기초해 만들어진 그 어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평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가장 근본적 이유 역시, 평등이라는 가상적 개념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등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린다.

자연 속에서도 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숲을 보자. 숲이 만들어질 당시의 나무들은 태양광을 공유하지만, 빨리 자라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작은 나무를 고사시킨다.

그 어떤 종(Species) 간에도 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토록 평등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자연의 법칙을 거르는 그 어떤 법률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 헌법 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최고법에서 평등을 법으로 명시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평등이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며, 단지 추구할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법률은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해 대비책일 뿐이다.


둘째, 민주주의 역시 허상이다.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정치 체제로 시장주의를 경제 체제로 삼고 있지만, 이는 민주주의가 완벽한 정치 체계이거나, 시장주의가 완벽한 경제 체제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나마 다수가 가장 적절하게 살 수 있는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와 시장 경제가 가진 불합리, 문제점을 지렛대 삼아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되며, 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국가간 민주주의란 없다.


셋째, 정의(正義)는 매우 불분명한 개념이다.


무엇이 정의인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국제적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며, 미국이 국제 정의에 어긋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국제적 정의는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정의가 아니라 질서이다.

즉, 우리는 국제적 정의(International Justice)가 아니라, 국제적 질서 즉 "세계 질서(The World Order)"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사 이래 세계 질서는 어떤 식으로든 존재했다.

세계 질서는 필연적으로 강자의 논리에 의해 정해진다. 왜냐면 강자는 강자의 위치를 더 오래 지속하려고 하고, 강자의 권리를 더 향유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강자가 약자를 지속적으로 약탈하고 유린할 경우, 반발은 거세지고 결국 강자는 멸망하게 된다. 세계사는 그랬다. 그래서 모든 강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약자를 보호하고 보살피는 방식으로 통치한다. 강자가 약자를 보살피고 보호하는 것, 그것이 국제적 정의일 뿐이다.

냉전 이후 지금은 Pax Americana 시대이며, 미국은 유일한 강대국이다. 이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질서는 미국에 의해 짜여졌고, 지금도 그렇다. 그것은 싫던 좋던,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미국의 세계 질서의 다른 말은 Globalization(세계화)이다. 세계화, 국제화란 미국이 정한 질서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지금 국제 무역과 통상, 금융은 모두 미국이 정한 서식과 표준을 따른다. WTO(세계무역기구)는 미국식 세계 통화, 무역, 금융 질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며, 사실상 유엔도 국제 질서를 미국이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무의식적으로 반발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의 세계 구도 속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만일 미국이 정하는 세계 질서에 반발하고 싶으면, 미국을 뛰어넘는 강대국이 되면 된다.

만일 중국이 일강의 대국이 되면, 우리는 중국이 정하는 세계 질서를 따라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동북아 지역의 지역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그 질서 속에 편입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위안화의 기축통화화, AIIB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은 모두 지역 질서를 구축하여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들이다.

오바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언급하며, 중국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 질서를 정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We can’t let countries like China write the rules of the global economy.)고 발언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 5일. 백악관에서. 원문 바로가기) TPP는 미국 주도의 WTO에 반발하여 만들어진 협약이다.

유럽 연합이 만들어진 실질적 이유도 미국이 정하는 세계 질서를 반발하기 때문이다. 유럽 한 국가가 미국을 뛰어 넘을 수 없으므로 블럭화하여 미국을 견제하려는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강대국의 지위를 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세계 질서는 이를 위해 짜여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일강의 강대국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은 바보이다. 애초부터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이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다.

이제 의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자.

첫째, 김정은 체제는 왜 핵에 집착하는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를 여러가지로 변명했다.

첫째,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핵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즉, 김정은은 "국제적정의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이 힘이 강할때에만 실현" 되므로, 핵을 개발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셋째, 미국의 핵위협을 끝장내고 미국의 군사적침공을 막기 위한 전쟁억제력을 가져, 최종적으로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몇 개국만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가지고, 이를 고도화하는 것과 유엔 안보리가 전원 일치하여야 결의할 수 있는 구조를 불공정하며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미국에 의한 세계 질서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반미 국가, 반미주의자들에게는 환호를 받을 주장이다.

그러나, 핵확산방지조약(NPT)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이 조약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핵무기를 가진 나라만 핵 보유국으로 인정키로 한 "불평등"한 국제간 약속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국제 질서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 질서를 따르고 있고, 동시에 타국에 대해 이를 따르라고 강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의로운가는 두 번째 문제이다.

이 같은 조약을 만든 이유는 무차별적 핵무기의 개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국제 질서 파괴 즉, 강대국이 약자를 보호하고 보살펴야한다는 국제적 정의가 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핵무기 개발의 용이성과 핵무기의 막대한 피해를 감안할 때, 핵개발을 규제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국제 질서의 파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핵보유국이 짊어져야 하는 통제력과 책임이 크기 때문이며, 북한과 같은 전제국가에게 그 같은 통제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용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는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한반도를 공산화시키고, 국제 질서를 파괴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것이 사실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왜 북한을 빨리 공격하지 않는가.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원, 제조력 기반과 함께 소비 시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단지 군사력에서만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독점적 위력은 많은 나라들로 하여금 반미 성향을 갖게 한다. IS, 알카에다나 팔레반, 북한 만이 반미적인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전 세계 국가의 1/4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반발하고 있고, 나머지 1/4 역시 언제든 미국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국가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강국도 포함된다.

때문에 미국은 언제든지 몸조심을 해야 하는 나라이다.

특히 미국이 과거처럼 타국에서 독불장군 식 군사작전을 감행하거나 이라크 전처럼 침공했다는 인식을 줄 경우 반미 패권주의를 비난할 국가는 적지 않다.

미국이 북한을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건, 남한의 피해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충분한 명분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미국이 유엔에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벌일 경우, 유엔 국가들이 미국에 등 돌리지 않고, 지지해 주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은 북한을 멸절(destroy)할 명분을 나열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유엔 연설 원문)

그 명분이란, 북한 주민들의 기아로 인한 사망자와 수많은 죄목에 대한 투옥, 고문, 살해, 억압, 미국 대학생의 사망, 일본 소녀의 납치 등과 북핵 추구에 의한 생명 위협 등 대부분 인권적 차원이었다.

미국이 외교적 압박과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건, 인내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은 이 같은 명분을 충분히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즉, 군사 작전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는 왜 북한을 옹호하려고 하는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고 도는 이유는 북한이 그들의 질서 속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미국식 세계 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는 앞으로의 세계 질서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중국으로써는 북핵 문제가 그들이 당장 추구하고 있는 동북아 패권 수호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만일, 미국에 의해, 미국 식의 북핵 해결이 이루어질 경우, 동북아에서의 중국의 위치는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이 그토록이나 사드 배치에 대해 예민하게 구는 이유는 한국을 그들의 질서 아래 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가 배치됨으로써, 여전히 한국이 미국의 국제 질서 아래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었고, 거의 손 안에 쥐었다고 생각한 한국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감으로써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초래한 김정은이 중국으로써는 애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이 전복될 경우, 중국은 미군이 주둔하는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게 생겨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써 중국에 유화 제스쳐를 취하지만,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고, 동시에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싸매며 주판을 튕겨야할 입장이 된 것이다.

넷째, 문재인 정부는 왜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핵심 내에 리용호 외무상과 같은 맥락의 사고 방식 즉, 미제국주의에 의한 국제 질서를 부정하려는 사상에 기울어져 있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문 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론이 그 예이다. 이는 한 마디로 미국식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과 같다. '자주적'이란 곧 국제 질서에서의 탈피를 의미하며, 국제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용호의 연설과 궤를 같이 한다.

리용호는 연설 말미에 미국의 강권과 전횡, 일방적인 봉쇄시도에 맞서 나라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투쟁하는 쿠바, 나라의 자주권과 사회주의 위업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베네수엘라 정부, 나라의 자주권과 안정을 수호하려는 시리아 정부에 대해 굳은 지지와 연대성을 보낸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이들 나라의 자주권이란 모두 미국식 국제 질서에서 탈피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현 한국 정부가 "자주적" 혹은 "자주권"을 강조할수록,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국제 사회에 나쁜 사인을 보내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두 개의 질서는 공존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자주권을 강조하며, 미국의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 별개의 질서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용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를 시도했던 다수의 국가들이 붕괴된 바 있다.

러시아가 자신들만의 질서를 유지하려다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이란이 그랬고, 리비아와 쿠바도 그랬으며, 북한 역시 마찬가지 꼴이 될 것이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WTO에 가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같은 세계 질서를 벗어나서는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용호가 강변한 정의는 가증스러운 거짓말일 뿐이다. 스스로 정의롭지 못한 자들이 국제 정의를 떠들며, 정의로운 척 하는 건 비열하며 가증스러울 뿐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정의를 내세우며, 반미를 부르짖고 기축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는 건, 자신들의 불의와 독재와 인민 탄압을 위장하기 위한 술책이며, 나아가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경도되어 있는 자들이 바로 종북 세력이다. 즉, 종북이란, 기존의 세계 질서를 거부하고, 한반도를 공산화하면 자주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들이다.

이것이 왜 남한 종북 세력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다섯번째 답이다.



2017년 9월 24일


참고 자료 :

북한 외무상 유엔 연설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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