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전작권 환수”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전작권 환수"라는 용어를 썼다.

이제까지는 전환(transition)이라는 용어를 써 왔다. 노무현 때도 그랬다. 전환과 환수(withdrawal) 는 늬앙스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withdrawal 에는 철수, 철군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굳이 왜 이제와서 용어를 바꿔 사용하는지 이해가 어렵다.

전작권이 미국으로 넘어간 건, 625 전쟁때이다. 625 전쟁 당시 우리 군을 지휘하는 장성들의 지휘 역량이 크게 떨어지자, 이승만 대통령이 작전권을 맥아더 사령관에게 위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미국이 타국의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건, 한국이 유일한 것도 아니다. 구소련과 대치했던 NATO 군의 전작권도 미국에 있다. 호주군의 전시 지휘권도 미국에 있으며, 캐나다가 해외에 파병할 경우, 그 지휘권도 미국에 있다. 캐나다 방공망도 미국(NORAD)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캐나다 호주, 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잠정적 적국 즉, 러시아가 이들 나라를 깔보지 않는다.

전작권을 우리가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거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전작권을 "환수"해도, 주한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을 리 없다. 때문에, 전작권이 한국에 넘어가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미국은 한반도 내에서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하거나, 아예 철수할 가능성도 크다.

전작권 이행은 이미 2020년대 중반에 다시 검토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된 상태이다. 그런데, 이 묘한 시기에 느닷없이 전작권 환수를 운운하는 건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도 좌파들은 전작권 전환을 강력히 주장해 왔지만, 단지 구호에 그쳤을 뿐이다.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기 환수를 공론화한 건 의미가 다르다.

여러 모로 볼 때, 대통령의 전작권 조기 환수 공개 발언은 지난 23일 미군 단독의 B-1B 북한 전개에 대한 반항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치기 어린 반항으로 그치지 않고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이를 언급하며 내놓으라고 하면, 자존심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도로 가져가라고 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작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미국은 한국 방위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전작권이 넘어가면, 그 돈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한미상호방위 조약은 휴지 쪼가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의회가 한국을 미국의 동맹국으로 간주하고, 핵우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방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근거도 사라진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 땅에 주둔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지금 그걸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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