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능력을 수출한다
동일한 상품이 지역에 따라 가격 차가 생기면 유통이 개입하게 된다.
즉, 산지에서 개당 100원 짜리가 도시에서 200원에 팔린다면, 이걸 옮겨 (유통시켜) 파는 업종이 생긴다는 말이다.
국제간 유통을 무역이라 한다.
유통의 대상은 재화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도 대상이 된다.
우리가 외국 호텔이나 리조트로 휴가를 가는 이유는 더 좋은 기후 조건과 보다 나은 서비스를 누리기 위함 것이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 중에 자국에서 1) 충분한 의료인력을 양성하여 공급할 수 있고, 2) 국민들의 소득 수준으로 의료비 감당이 가능하며, 3)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국가는 사실 몇 개국이 되지 않는다.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나라는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줘도 50 여개국에 그친다.
미국만 해도 의료 서비스 공급 능력이나 수준은 높으나 높은 가격 수준 때문에 의료 소외 계층이 수천만명에 이르며, 러시아,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가 의료비를 전부 부담하는 중동 산유국 들마저도 양질의 의료 인력을 배출시키지 못한다는 결함이 있다.
100년 전보다 현존하는 전세계 인류들의 소득 수준은 월등히 나아졌다. 소득 수준이 나아지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갈망도 더 커진다. 자신의 기대 건강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외국의 의료 수준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쉬워졌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여행도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
서유럽이 사회주의식 의료 시스템으로 의료 이용을 통제하는 동안,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의 부자들을 위한 의료 관광지로 뜨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양껏 제공한다.
인도는 지구를 국적 삼아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노마드(Nomad) 들의 종합병원으로 변신한지 오래다. 누구나 구사하는 영어 (물론 인도식 영어)와 낮지 않는 의료 서비스 수준, 저렴한 진료비가 강점이다.
이렇게 의료 서비스를 위해 국경을 넘어가는 걸 의료 관광이라고 하는데, 의료 관광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의료 관광은 위에서 언급한 50여 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요층이라고 할 수 있으니, 시장은 매우 큰 편이다.
싱가폴이 의료 관광의 메카처럼 알려졌지만, 그건 싱가폴이 사실상 동남 아시아의 수도(Capital)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상권은 중국 화교들이 쥐고 있고, 이들은 안전하고, 국제학교가 많으며, 인프라가 좋은 싱가폴에 가족을 두고, 동남아 전역에서 사업을 한다. 동남아 국가 국적을 가진 이들이 싱가폴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 그게 의료관광 수입을 잡힌다.
물론, 중동이나 제 3국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싱가폴을 찾지만, 그것이 싱가폴 의료 관광 수입의 절대라고 할 수는 없다.
의료 관광은 이처럼 마치 휴가 가듯 좋은 서비스를 찾아 가는 것이지만, 의료서비스는 수출도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높은 편인데다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착안하여 국내 의료 서비스를 수출해보겠다고 지난 5,6년 간 정부가 나서서 애를 써 왔고, 실제 서울대, 서울성모 병원 등이 중동에 진출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이다.
왜일까?
잘못된 전략, 과도한 기대 심리, 현지 사정에 대한 착각과 오해 등이 그 이유라고 본다. 거기에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지고 날아든 날파리들도 한몫 했다고 본다.
좋다. 이걸 퉁쳐서 "시행 착오"라고 하자.
의료 수출 프로젝트는 지금 심한 시행 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시행 착오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관 주도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의 하는 행태로 보아서는 이 같은 시행 착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외국으로 수출하려고 하는 의사들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소득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전문의 평균 소득이 다른 국가들의 평균 소득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나갈 생각을 가진 의사들이 늘어나는 건, 소득 대비 훨씬 더 무거운 업무량과 무엇보다도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은 각종 규제와 의사를 처방사로 간주하는 국민들의 낮은 민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내 소득 소준에 비해 월등히 높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불필요하고 과다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의사로써 존중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면, 또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마다 않고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길 용기와 자신이 없는 이들이 아직은 더 많다.
아직 임계점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여전히, 언어, 현지 적응, 교육, 면허 문제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나가자!'는 흐름이 의료계를 휘돌 수 있다. 과거 70년대에도 이런 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부분 미국으로 건너갔다.
새로 바람이 부는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2017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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