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 연설 단상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바라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바램이다.

호불호를 떠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므로, 그 역시 그 같은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있었던 APEC 정상 회담에서 대통령이 타국의 대통령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 받는 듯한 영상과 사진이 많이 돌았다.

왜 그럴까 의문이 있었다.

아직 국제 정상들간의 교류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일까?

문 대통령은 전임자가 탄핵으로 물러나고, 구속 수감된 후 그에 따른 조기 선거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전임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에 대해 여전히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온갖 선동과 루머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재판이 지속되면서 그 선동적 유언비어의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측은 탄핵에 이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외국인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불분명한 이유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명백하지 않은 사유로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고, 결국 석연치 않은 탄핵 판결이 내렸다고 볼 수도 있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애매한 이유로 국민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물러나는 건 초유의 사태이며,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기조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현 정부가 “촛불 혁명이 만든 정부”라고 주장했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로써는 환호할만한 주장이지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스스로,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촛불은 우리에게나 받아들여지는 감성이지, 그들에게는 홍위병 쯤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이렇게 가정하면 왜 다른 정부 수반들이 문 대통령을 따돌림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 직간접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들이 가장 우려해야 하는 건, 차기 정권이나 다음 대선이 아니라, 쿠테타이다.

군사 쿠테타만 쿠테타가 아니다.

만일 APEC에 참석했던 각국 정부 수반들이 문 대통령을 ‘이상한 형태의 쿠’를 통해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라고 봤다면, 그와 거리를 두는 건 당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적인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 넘어 출범된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적 선거를 뛰어 넘어 만들어진 정부는 쿠테타에 의한 정부 밖에 없다. 그런데 그는 이를 자랑스레 강조했다.

또, 연설에 따르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실망과 분노’였다.

뭐때문에 실망하는 것이고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는 불명확하다.

6차례의 핵실험과 여러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장은 “실망과 분노”가 아니라 “우려과 강력한 대응”이어야 맞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남침 도발이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려, 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을 선언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핵농축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같은 장소에서 연설을 통해, 만일 국제 사회가 협력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 단독으로 이란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란이 핵농축을 지속하는 이유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단정하고, 이에 대해 우려하며,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과 같은 정도의 우려를 하지 않는 것에 화를 내며, 이 같은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흡수통일이나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4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제 사회를 향해,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반 헌법적 선언을 한 것이다.

연설의 말미에는 한반도 신 경제지도,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등을 상상해보라며, 이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의 정상들은 한국의 대통령이 상상에 사로잡혀 있구나 하고 혀를 찼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랬다.

상상에 사로 잡혀 있다고 생각하니, 북에 대해 갈팡질팡하며 연설한 이유가 얼핏 이해되기도 했다.


2017년 9월 22일


참고 자료

[전문]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총회 기조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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