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열한 주인 의식. 망하든지, 뒤집어지던지






우리가 스튜어디스로 알고 있는 항공 승무원은 stewardess 보다는 Cabin crew 혹은 Flight crew로 더 널리 불리운다.

항공 승무원의 공식 명칭은 스튜어디스(stewardess)나 스튜어드(Steward)가 아니라, Cabin crew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Cabin crew를 공식 명칭으로 하고 있다.

한 명 이상의 Cabin crew가 탑승할 경우, 이 중 한 명은 Senior Cabin Crew Member (SCCM)가 되며, Purser(사무장), lead flight attendant, senior purser 혹는 on-board leader 등의 직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SCCM은 Cabin crew 리더십 트레이닝(SCCM 코스)를 밟아야 할 의무가 있다. 즉, 하노니 발 대한항공 여객기의 SCCM은 이런 취객 난동 사태에 대한 조치 방법을 익히 알고 있으며 잘 대처했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러처드 막스는 그렇게 보지 않았고, 동영상을 본 많은 이들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IATA 규정이나 거의 모든 항공사의 Cabin crew 규정에 승무원이 승객에게 웃어줘야 한다거나 친절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Cabin crew의 임무는 웃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내 안전과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 등이 유독 우리나라 승객에게 인기가 좋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Cabin crew를 스튜어디스로 부르고 식당의 접객원 즉, 웨이트레스 쯤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은 딱딱하고 예쁘지 않은 승무원을 태우는 외국 항공사 특히, 북미나 유럽의 여객기가 불편한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승무원은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보안,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항공기 운항 상태와 기장의 지시 사항을 승객에게 전하는 것이 우선인 직종이며, 음식을 제공하고, 면세품을 파는 건 부수적 업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등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들은 젊고 날씬하고 미소를 띈 스튜어디스를 선호하는 한국 승객과, 이에 호응하여 친절과 웃음을 팔라고 강요하는 회사에 의해 왜곡된 Cabin crew의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대한항공 승무원의 세련되지 못한 대처가 한 외국 가수에 의해 전세계에 퍼진 것이다.

어디 항공 승무원 뿐일까?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며, 승무원을 걷어차고 침을 뱉어댄 취객은 경찰에 연행 되었다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귀가 조치되었다. 경찰은 거주가 일정하고 도주의 염려가 없으므로 비록 현행범일지라도 집에 돌려보낸 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일선 지구대에 난입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난동을 부려도 별 대책없는 공권력을 생각해보면 어색한 일도 아니다. 운항 중인 항공기의 Cabin crew도 일종의 공권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으며, 경찰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들의 공권력이 땅에 떨어져 취객의 발에 짓밟히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는 군사 정권을 가졌던 나라이다. 군사 정권이 반 민주적이라며 시위를 하고 민중의 힘으로 민주화를 가져왔다고 자랑하는 민족이다. 민주화되었으니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왕이라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그래서 공권력 따위는 안중에 없다. 그 사조에 아부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경영자는 114 안내원에게 ‘사랑’을 팔게 하고, 톨 게이트 근무자에게 ‘인사’를 팔게 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구타당할지언정, 매를 들어 훈육할 수 없다. 군도 마찬가지이다. 지휘관은 엄격한 군사 훈련이 아니라 안전하게 제대시키는 것이 임무가 되었다. 군 지휘관은 유모가 아니다.







어디 그것 뿐일까. 주민 센터, 은행, 아파트 경비원, 택배 배달자는 물론 하다못해 중국집 밥그릇에도 갑질을, 아니 나라의 주인이자 왕 질을 해대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얼마나 만만할까. 대통령이 만만하니, 대통령 직무 대행은 얼마나 같잖을까.

이런 저급한 민주주의의 정수를 어제,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았다.






대한항공 취객 사태, 지구대 취객 난입사태, 아파트 경비원 폭언, 폭행 사태, 국회의원의 오만한 막말 지랄 사태는 사라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이러지 말고 잘 해 보자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이대로 망하든지, 한번 뒤집어 버리든지 하지 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2016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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