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진단을 방해하는 요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환자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하나는 환자가 말하는 주관적 증상(Subjective Symptom)이며, 다른 하나는 객관적 징후(Objective Sign)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말을 걸고 증상과 과거력을 묻는 건, 환자로부터 주관적 증상을 듣기 위함이다.
진찰 (이학적 검사)이나 X-ray, 혈액 검사 등을 하는 건, 객관적 징후를 통해 의사가 추정하는 진단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 병이 맞다고 확인하기 위하거나, 그 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 것이다. (분명히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X-ray를 찍거나 검사를 하는 경우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며, 진단의 중요한 과정이다.)

주관적 증상을 아는 건, 객관적 징후를 찾는 것보다 선행되며, 매우 중요한 과정인데, 간혹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다.

첫째는 환자의 거짓말이다.

의외로 환자들 중에는 자신의 증상을 과장하거나 감추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어디 한번 알아 맞춰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환자가 거짓 증상을 나타내거나 말한다고 의사가 속아 넘어가지는 않는다. 다만, 확진까지의 시간이 좀 더 걸리거나 불필요한 검사 과정이 더 필요할 뿐이다.

둘째는 타인의 개입이다.

매우 많은 경우에서 환자의 가족이나 지인, 심지어는 간호사, 경찰, 응급구조사 등 제 3자가 개입하여 진단에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빈도로 치면, 환자와 같이 오는 보호자 (주로, 부모, 자식 등)가 의사의 진단을 가로막는 일이 더 흔하다.

의사는 환자의 주관적 증상을 환자로부터 직접 얻을 때 가장 정확하게 환자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간혹 환자가 자기의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울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환자로부터 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보호자가 환자를 무시하고 의사와 직접 대화하려고 하는 경우가 문제인 것이다. 물론 보호자가 환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환자에 대한 부가적 정보(additional information)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이야기하는 건,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에 대한 것이다.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와의 직접적 관계를 중시하여, 환자와 의사 간에 직접적 관계에 “무엇(혹은 누군가)” 이 개입하게 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른바 “사가 끼는 것”을 꺼려하는 건, 징크스나 의사의 기분 때문이 아니다.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경우 의사의 오판이라는 “탈”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가 끼는 것”은 단지 환자의 말을 가로 막고 보호자가 개입할 때 뿐이 아니다. 대개 의사는 간호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간호사가 개입하거나 응급구조사나 심지어는 타병원의 의사가 발부한 의뢰서에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며, 환자를 잘 부탁한다는 지인의 전화 때문일 수도 있다.

환자를 중심으로 하여, 어디서건 늘 많은 이야기들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매번 여기에 흔들린다면 그건 의사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튼, 현명한 환자 보호자라면, 의사의 진료 행위 즉, 의사와 환자의 대화에 끼어들거나, 환자의 말을 가로 막거나, 환자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나서서 증상을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 현명한 환자라면, 마치 중2처럼 입을 악 다물고 까딱까딱 고개짓을 하며 진료받지도 않을 것이다.


2016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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