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김 모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김 씨는 50대 초반까지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 낙상 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쳤다. 산재 처리를 받아 치료를 받았고, 산재가 종료 되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가끔씩 나갔던 일용직 노동자도 그만 두면서, 소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자, 거주지역 사회복지 공무원의 직권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주거급여, 생계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 해산급여와 같은 다양한 급여를 지원받으며, 전기요금, 자동차보험료, 전화요금, 인터넷요금, 자동차검사수수료, 주민세, TV수신료 등의 감면혜택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선정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중위소득이란 우리나라 총 가구의 소득 수준을 나열할 때 그 가운데에 속하는 소득을 말한다. 2016년 현재,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1백6십만원 정도이며,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4백4십만원 정도이다.





만일 자신의 소득이 중위소득 기준의 29% 이하이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고, 40% 이하이면 의료급여를, 43% 이하이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대충 계산하면, 본인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35% 정도일 경우(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154만원 미만)에는 생계급여를 제외한 의료·주거·교육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사고 직후 이혼했고, 아들은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되었다. 김 씨의 술버릇 때문이었다. 건설 노동자로 일할 당시에도 매일 소주 서너 병을 마셨고 주사도 심했는데,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는 동안 급격히 그 횟수와 양이 늘어나면서 부인과 아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군에 입대한 이후 연락이 끊어졌고, 부인과도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

김 씨는 매 달 27만 원 가량을 정부에서 통장으로 입금받고 있다. 생계급여이다. 이외에도 주거 급여 19만 5천원도 지원받고 있다. 실제 내고 있는 월세는 20만원으로 5천 원만 자신이 내고 있다.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주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0~20일 내내 돈 떨어질 때까지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다 길거리에 쓰러져 자기도 한다.






김 씨가 쓰러져 있으면, 행인이나 근처 가게 주인이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다시 119 구급대에 연락한다. 119 구급대는 토사물이 묻은 김 씨를 시트에 싸서 근처 병원에 던지고 간다. 김 씨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며 대소변을 싸 버린다. 정신이 들어 화장실에 갈 수 있어도 그냥 싸 버린다. 20대 고운 손의 간호사들이 자신의 오물로 더럽혀진 몸을 닦아 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면 경찰이 경찰차로 집까지 데려다 준다. 물론 경찰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으려면, 병원 의사나 간호사 들에게 쌍욕을 하고 소리를 좀 지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화가 난 의사가 원무과에 연락을 하고, 원무과 직원은 경찰을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 처벌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경찰차 안에서 술 깨는 약을 건네 받기도 하고, 경찰은 안녕히 가시라며 문까지 열어 준다.

국가가 준 돈으로 술을 마시고 보름 정도 지내다보면 돈이 떨어진다. 이미 슈퍼에는 외상이 밀려 더 이상 술을 가져올 수가 없다. 술도 술이지만 다음 달 돈 들어올 때까지 먹을 것도 없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늘 다니던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면 된다.

김씨는 이미 알콜에 의한 간경화와 약간의 복수와 함께, 알콜중독이라는 병명이 붙어 있다. 알콜중독자를 주로 입원시켜 주는 정신과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면 삼시 세끼와 뜨거운 샤워, 깨끗한 시트가 덮힌 침대를 쓸 수 있다. 빈 병실만 있으면 언제나 입원할 수 있는데, 빈 병실은 늘 있다.

더 좋은 건 거기에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얻은 정보는 술 한잔하고 아픈 허리를 부어잡고 응급실에 가서 소리 몇번 지르면 향정신성 진통제 (마약 주사)를 놔 준다는 것이었다.

마약 주사라고 해서 정신이 뿅가는 그런 건 아니지만, 기분이 붕 뜨고, 통증이 사라지고 잠도 잘 오는 것 같은 착각이 생겨 좋다.

또, 알콜 중독 치료 병동의 환자들 중에는 자기처럼 한 달의 절반은 술로, 나머지 절반은 쾌적한 병원에서 지내는 환자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 물론 술을 끊고 나서 정신이 돌아 의식을 잃거나 헛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이 돌아오면 병원을 나가 다 같이 한 잔 하자는 약속을 빼먹지 않는다.

대개 술에 중독된 자들이 소득이 없고, 이들에게 국가는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니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병원에서 기거하는 삶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알콜중독자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 급여 혜택으로 어떤 치료를 받든, 얼마나 오래 입원을 하든, 어떤 비싼 약을 먹든간에 한달에 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한 달에 5만원으로 무제한 병원 이용권을 끊는 것과 같다. 그러니 매일 병원에 간다. 술 마시고 가서 커피 시키듯 의사에게 링거를 주문하면 포도당 주사를 놔준다. 포도당을 맞으니 밥은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게다가 간경화가 있다고 알아서 검사도 해 준다.

오전에 허리 아파 주사 맞으러 한번, 밤에는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앰브런스에 실려서 한번, 혹은 술 취한 김에 포도당 맞으러 한번. 이렇게 병원 이용권을 자주 쓴다.

좀 너무 한다고?

웃기지 마시라.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 같은 환자가 어지간한 병원에 너댓명, 많게는 열 명도 넘게 고정되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3천개가 넘는 병원들이 있다.


2016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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