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보다 무서운 건 권력의 공백이다.






독재보다 무서운 건 권력의 공백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숱하게 많지만, 최근의 예 몇 가지만 들어보자.

아랍의 봄으로 카타피가 축출된 후 리비아는 권력 진공 상태가 도래했다. 외견상 NTC(National transitional committee)가 있었지만, 이들은 사실상 자발적으로 카타피 정부군과 싸움을 벌였던 지역의 청년들이 주축이었다. 카타피를 축출한 공으로 권력을 쥔 것 같았지만, 이들이 한 나라를 유지하거나 통치할 능력은 없었다.

결국 해외파들이 귀국하고 지역 유지들이 나서면서 정국이 수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들은 권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카타피와 싸운 반군들은 이산집합하여 각자 연고가 있는 정치 그룹 편에 서서 완장을 차고 무력 행사를 벌였을 뿐, 사실상 중요한 치안이나 정부 운영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경찰력이 없으니 도로는 엉망이 되었고, 수출입의 통제가 없으니 아무나 마구 물건을 들여와 유통시키고, 덩달아 마약과 주류의 수입도 늘어났다. 거리는 쓰레기로 덮히고, 누구나 무기를 소지하였다.

인질, 암살, 살인과 테러가 난무하고 그 기회를 노려 부를 축적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졌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서서히 카다피가 있을 때가 더 나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그 혼란을 틈타 IS 등 테러집단이 도시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리비아의 혼란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9/11 이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했다. 부시는 빠르게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후세인을 축출했지만, 애초 전쟁을 벌인 이유인 WMD(대량 살상 무기)는 없었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 중에는 부시를 이용해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이라크 출신 이민자들과 중동의 힘겨루기가 그 배경이라는 설명도 있다. 참고로 이라크는 시아파 수가 수니파보다 두 배많고,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이다. 또 이스라엘과 이라크는 상극이기도 하며,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공 하면서 사우디를 위협한 바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 했지만, 광활한 이라크를 다스릴 능력이 안됐다. 사실 이라크 군이나 경찰을 동원 했다면 치안을 잡고 순조롭게 군정을 펼칠 수 있었지만, 이라크 군과 전쟁을 벌인 미국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게다가 국무부에서 파견나온 책상머리 공무원은 실무 능력이 없었다.

결국, 바그다드는 도시의 기능을 잃었고,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테러와 살인, 납치가 횡행했으며,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이라크 국민들은 살기 어려워졌다.

오바마가 취임과 동시에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면서 이라크는 권력 공백 상태가 되었다. 결국 그 공백을 메운 건, IS 였다.

더 비참한 예도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남태평양에 모래처럼 뿌려진 작은 섬들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 섬들 중 몇몇 섬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특히 섬에 높은 산이 있어 안테나를 세울 수 있으며, 멀리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활주로를 만들 수 있는 평지와 산호초로 둘러 쌓인 섬이 좋았다.

이렇게 산호초로 쌓인 섬은 산호초가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 군함이나 수송선이 정박하기 좋기 때문이다.

추크(Chuuk)섬이 그랬다.

이 섬에는 활주로를 만들기 위해 징용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 있었고, 일본군 부대와 원주민들이 섞여 있었다. 또 산호초 안에는 항공모함 2대, 전함 1척, 구축함 20척, 순양함 10척, 잠수함 12척, 그외 수송함 50척 이상이 정박하고 있었다.

연합군은 태평양 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항공모함과 전함을 긁어모아 태평양의 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연합군이 헤일스톤 작전 직전 공중 촬영한 추크 섬 항만



당시 연합군은 엔터프라이즈 등 항공모함 8대, 경모함 4대, 전함 7대, 그외 전투함 45대, 잠수함 10대, 비행기 약 600대를 동원해, 추크 섬을 공습했다.

이 작전의 이름은 '오퍼레이션 헤일스톤(Operation Hailstone)’이었다. 연합군은 말 그대로 우박이 내리듯 섬을 폭격했고 추크에 정박한 대부분의 함정들은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연합군은 또 다른 섬을 폭격하기 위해 지나가 버린 것이다.

섬에는 일본군, 징용 노동자, 원주민 등이 5만 명이나 있었다. 추크 섬은 5만명이 먹을 식량이 나오는 곳이 아니었다. 인근 태평양 바다에는 여전히 연합군의 전함과 잠수함이 돌아다녀, 섬에서 벗어 날 수도 없었다. 산호초 안은 기름으로 오염되어 고기를 잡을 수도 없었다.

공격 당한 일본군은 완전히 질서를 잃었고, 이성도 잃었다.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독차지 했고, 징용 노동자와 원주민은 기아에 허덕이다가 서로 죽여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만 5천명 징용 노동자 중 약 9천명이 한국인이었다. 이들 중 살아 돌아간 자는 거의 없었다.

추크 섬의 예는 정확하게는 침공하되 점령하지 않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점령군이 적이라도 점령군이 통치하는 것이 권력공백 상태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예라고도 하겠다.

권력 공백은 북한에서도 생길 수 있다. 만일 미국이 레짐 체인지 즉, 김정은의 제거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할 경우, 김정은이 사라지면 일시적 권력 공백 상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군벌 간의 권력 다툼이 생길 것은 뻔한 이치이다.

따라서, 만의 하나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할 경우, 우리는 빠르게 북한을 수복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을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야당과 일부 시민 단체는 현 상황을 국정중단 상태라고 간주하고 현 정국이 권력 공백 상태로 보고 있는 듯 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공공연히 대통령처럼 행세하고 있고, 조선일보 기자에 의하면, 더민주 의원들은 서로 장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보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다음 정권 장관직 논공행상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의원들 끼리 서로를 장관님이라고 부르며 벌써 정권을 잡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법조계 출신 의원은 법무부장관, 정책 경험이 많은 의원은 기재부장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장관님’이 한 다스 쯤 되는 것 같다.”

우스개라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더민주는 착각해도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권력의 공백 상태가 아니다. 대통령이 엄연히 존재하고, 유능한 총리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이 큰 흔들림없이 자기 업무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경찰력이 와해된 것도 아니고 군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더민주의 이런 태도는 국민을 불안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더민주가 자제해야 함을 물론이거니와 대통령이 건재하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좀 더 자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 상황을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나라가 망하는 건, 순싯간이다.


2016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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