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의 혈맹이다. - 초라한 대통령의 외교-
지난 7월 6일, 시진핑 주석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더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르면(조선일보 바로가기), 중국이 그래야 하는 명분이라는 것이, ’중국이 안보리 의장국이니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하므로’라고 했다는데, 안보리 의장국은 매달 돌아가며 맡는 것이며, 한 달 짜리 의장이므로, 농담이 아니라면 그걸 명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얼르고 달래가며 시 주석을 띄어주니까, 문 대통령은 자기도 그러면 되는 줄 알고, 시 주석을 압박 (?) 한 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 정상에서 요구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싶다.
북핵 문제는 대한민국이 직접적인 당사국이며, ICBM으로 위협받는 미국이 두번째 당사국이요, 지근 거리에 주일 미군 기지가 있어 위협받고 있는 일본이 세번째 당사국이다.
그러니 한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공조를 취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의해 논의하거나, 또 다른 당사국인 일본과 논의한다면 이해가 가지만(정작 아베 수상과 얼마나 진지하게 공조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중국 주석에게 빵 셔틀 시키듯 북핵 문제에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건, 뭔가 착각해도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부하 국가도 아니며 중국의 변방도 아니다.
이 요구에 대한 시 주석의 답은 간결했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를 맺고 있으나, 북한과는 혈맹의 관계이다.
즉, 한중 수교 이후 교역과 교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건 경제적 논리일 뿐, 경제 논리가 혈맹 관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유사시에 중국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말하는 혈맹 관계란, 중공군의 6/25 참전이나 공산주의 이데올르기의 동맹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듯, 중국과 북한은 ‘중조 우호 협력 상호 원조 조약’을 맺었다.
지난 1961년 김일성은 당시 중국 저우언라이 수상과 만나 이 조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 조약에 따라, 중국과 북한은 양국 가운에 한 쪽이 침략을 받을 경우 즉시 군사적 원조 (파병, 물자 지원 등)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전쟁이 아닌 경우에도 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받지 않도록 서로 방지해야 한다. 또, 양국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협의하기로 약조되어 있다.
물론 ‘중조 우호 협력 상호 원조 조약’은 해묵은 선언적 의미로 남아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실제 중국은 유사시 자국의 이익과 상호 조약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할 것도 분명해 보인다. 혈맹도 좋고 국가간 신의도 중요하지만 나부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조약은 필요하면 상대의 눈 앞에 손에 쥐고 흔들수 있는 여전히 살아있는 유효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문 대통령이 이상한(?) 요구를 하자 “중국과 북한은 혈맹 관계이다.” 라며, 이 조약을 흔들어 댄 것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도 이 조약을 흔들어 보이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일 그랬다면, 미국은 중국과 북한을 한 통속으로 보고 싸잡아 같이 제재를 가했을 것이며, 이를 알고 있는 시 주석은 늙은 여우처럼 꼬리를 사타구니 속에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회적으로 이 같은 관계를 설명했다. 중국과 조선반도의 오랜 역사 얘기를 장황하게 해가며.
한중 정상회담의 또 어이없는 사실은, 사드 배치에 대한 대통령의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드는 전 정권이 저지른 짓이다. 나랑 관계없는 일이다. 오히려 나는 지금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아 연내 배치라는 한미 합의를 중지시켜 놓고 시간을 끌고 있다. 그 사이에 핵동결 후 북한과 대화를 개시하면 사드 배치는 무기한 연기된다.
미국은 대통령 방미 전에 연내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약속을 당장하라고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사드는 절대 걱정할 필요없다. 나를 믿어달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는 채 열흘도 되지 않아 중국 주석을 만나, (미국을 속이고) 시간을 끌고 있으니 북한과 대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 말할 수 없다. 이 초라함을...
2017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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