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S의 오해와 사실. - 맥도널드 햄버거 사건에 대해 -



E. coli




최근 HUS 로 진단받은 한 아이의 발병 원인이 햄버거라며, 한국 맥도널드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햄버거에 들어간 패티를 제대로 익히지 않아, 대장균에 오염된 패티가 병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햄버거를 먹은 지 불과 2 시간만에 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이 있었으므로, 햄버거가 원인이 아니라는 추정도 한다. 

해외의 경우 HUS에 의한 발병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어 이슈가 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HUS가 지금처럼 언론에 오르내린 적은 없다.

HUS가 무엇이고, 무엇이 HUS를 유발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1. HUS(Hemolytic-uremic syndrome) 는 대장균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HUS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은 1) 용혈성 빈혈(hemolytic anemia. 적혈구 파괴로 야기되는 빈혈), 2) 급성 신부전, 3) 혈소판 감소증의 증상을 보이는 증후군이다.

HUS는 포괄적으로 보자면, Thrombotic microangiopathy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의 카테고리에 속하는데, 이는 모세혈관과 작은 동맥 내피세포의 손상으로 혈전이 생기기 때문이다. 

HUS의 원인에는 

1) 특정 균주의 대장균 등이 분비하는 Shiga toxin에 의한 HUS (STEC-HUS), 
2) 유전 변이에 의해 보체계(complement system)의 이상으로 생기는 비특이적 HUS(atypical HUS, aHUS), 
3) 체내 효소에 대한 자가 항체가 만들어져 생기는 Thrombotic thrombocytopenic purpura (TTP. 혈전혈소판감소자반증) 등이 있다.

또, STEC(Shiga toxin-producing E. coli. 즉, Shiga 독소를 만든 대장균)에는 E. coli O157:H7 만 있는 것이 아니며, 2011년 독일에서 발생한 E. coli O104:H4 와 같은 균주도 있다. 즉, 다른 혈청형을 가진 대장균은 물론, Shigella, Campylobacter 등의 균이나 바이러스 역시 HUS를 유발할 수 있다. 



2. 모든 대장균이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대장균은 그람 음성균이며, 명칭에서 보듯 하부 소화기관 즉, 대장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이다. 

보통 혐기성 (즉, ATP 생산에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대사를 하는 균이지만,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는 호기성 대사 (즉, ATP 생산에 산소를 사용)를 하며, 이처럼 혐기성 대사와 호기성 대사를 번갈아 할 수 있을 균을 facultatively anaerobe (조건 혐기성 미생물)이라고 한다. 

대장균 중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특정 균주에만 해당한다. 

대부분의 대장균은 무해하여 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대장 내에 장내 정상균(normal flora)으로 존재한다. 대장균은 오히려 비타민 K를 생산하고, 병원성 균이 장내에서 자라는 것을 막아주는 이점도 있다. 

그럼에도 대장균은 오염의 지표로 활용되며, 식수나 음식에 대장균이 있다는 것은 인체 혹은 동물의 대변에 오염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장균은 혈청형(serotype)에 따라 균주를 분류하는데, 대장균의 surface antigen 의 종류에 따라 O 항원, H 항원, K 항원 등으로 분류한다. 현재 알려진 대장균의 혈청형은 700 종에 이른다.

이들 항원에 O, H, K 등의 이름이 붙게 된 것에는 그 배경이 있다.

장내 세균 중에 Proteus bacilli 라는 균이 있는데, 이 균은 기회 감염을 일으키며, 요로 감염의 원인균이기도 한다. 또, 요도 결석의 10~15%는 이 균이 소변을 알칼리 화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roteus나 Salmonella와 같은 균은 운동성이 있으며, swarming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Proteus bacilli의 Swarming 현상



Swarming은 집단 지능을 말하며, 새나 물고기들이 떼를 이루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Proteus bacilli 가 Swarming 할 수 있는 것은 균에 움직임을 줄 수 있는 편모가 있기 때문이며, swarming 된 배지는 마치 유리에 입김을 분 것처럼 흐리게 보이는데 독일어로 입김을 Hauch(mist or breath)라고 한다. H 항원은 여기서 유래했다. 반면 편모가 없어 운동성이 없는 Proteus의 경우 이 같은 swarming 현상을 볼 수 없으며, 이 경우를 Ohne hauch(ohne 는 without에 대항하는 독일어 전치사)라고 한다. O 항원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또 일부 세균에서는 협막(capsule)이라는 단백질의 막으로 쌓여 있는데, 이 경우는 Capsule에 해당하는 독일어 ‘kapsel’에서 유래했다.

이같은 특성은 Proteus나 Salmonella 외의 다른 균에서도 생기며, 이 특성은 균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 H는 편모의 항원, O는 균체의 항원, K는 협막의 항원으로 사용된다.

이들 항원은 세분화되어 있어, 균주에 특정 항체를 넣었을 때 응집하는 반응을 통해 균주를 분류하게 된다. 즉, E. coli O157:H7 은 O157 항체에 반응하며, H7항체에 반응하는 대장균 균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균주가 진화 과정 속에 발생한 변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즉, 문제가 되고 있는 E. coli O157:H7도 이미 수백 만년전부터 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3. E. coli O157:H7 에 대해.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대장균이 병원균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 균주가 질병을 유발하는데, 흔히 위장염, 요도 감염, 뇌수막염, 출혈성 대장염, 크론씨 병 등을 유발한다. 

이 경우 나타나는 증상은 경련성 복통, 설사, 구토 등이며 열이 나기도 한다. 장괴사, 장천공이나 HUS, 복막염, 유선염, 패혈증이나 폐렴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대장균 균주 중 Shiga toxin(엄밀하게 말하면, Shiga-like toxin. Shigella에서 만들어지는 것만 Shiga toxin이라고 부르는 추세)을 만드는 균주를 STEC (Shiga toxin-producing E. coli) 라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균주는 E. coli O157:H7 이다. 

STEC 는 미국 내에서만, 년간 26만 명 이상에서 질병을 일으키며, 이중 3600 명이 입원하고, 30 명이 사망한다.

Shiga toxin은 유행성 설사병을 일으키는 Shigella dysenteriae 를 최초로 발견한 일본 미생물학자 Kiyoshi Shiga (1871~1957)에 의해 최초 보고되었다. 


Kiyoshi Shiga (1871~1957)



Shiga toxin 은 기본적으로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데, 일각에서는 이 특성을 이용해서 위선암 (Gastric adenocarcinomas)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연구하기도 한다. 

Shiga toxin 은 Shiga-like toxin-1 (Stx1) 과 여러 변종의 Shiga-like toxin 2 (Stx2) 로 나뉘며, E. coli O157:H7 은 Stx1 이나 Stx2 를 단독으로 혹은 같이 분비하는데,  Stx2 가 더 위험하며, Stx1와 Stx2의 분비 비율이 환자의 예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Shiga toxin 이 콩팥에 이르게 되면, 사구체나 tubule 의 내막 세포(glomerular and/or tubule endothelial cells) 에 있는 globotriaosylceramide membrane receptor (GB3) 와 결합하여, 이를 통해 toxin을 세포내 기관인 골지체(Golgi apparatus)로 보내게 되고 단백질 합성이 억제되어 결국 세포는 사멸하게 된다. 이는 콩팥 기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캡션 추가



5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GB3 receptor가 성인에 비해 훨씬 더 많으며, 이 때문에 소아에서 HUS가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소나 멧돼지, 사슴의 포유 동물은 GB3 receptor 가 없으며, 따라서 이들 동물은 HUS에 걸리지 않은 체 STEC의 보균자가 되며, 사람의 경우에서도 무증상 보균자가 생길 수 있다. 

E. coli O157:H7 에 의해 감염되면,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빈뇨가 생기고, 매우 피곤해하며, 얼굴의 혈색이 사라진다. 또 신경계 합병증이 생기고, 작은 혈전들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이 생기며, 신장 기능의 저하로 체내 수분의 저류가 생겨, 폐부종과 팔, 다리의 부종이 생기고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며, 혈압을 상승시키게 된다.

E. coli O157:H7 에 오염된 음식을 먹을 경우, 보통 3~4일 간의 잠복기를 거치게 되는데, 잠복기는 경우에 따라 하루인 경우도 있으며, 10일로 연장되기도 한다. 


4. 치료와 예후


E. coli O157:H7 에 의한 HUS에서 항생제 사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면 특정 항생제의 경우 오히려 Shiga toxin의 생산을 촉진시켜 HUS 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의 임상 실험에서, E. coli O157:H7 에 감염되어 설사를 하는 10 미만 소아 집단에서 항생제를 투여한 9 명 중 5 명에서 HUS가 발생했고, 투여하지 않은 62명 중 5 명만이 HUS가 발생했다. 

따라서, HUS가 합병되더라도, 투석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며 지켜보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만,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는 HUS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STEC-HUS 가 확진될 경우에는 Plasmapheresis (혈장교환술)은 금기이다. 

E. coli O157:H7 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HUS가 발생되는 건 아니며, 대체로 10% 에서 HUS가 발생하며, HUS 발생 환자의 3~5%는 사망하게 된다. 

STEC 감염 후 HUS가 발생할 경우, 첫 설사 후 5~10 일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TEC-HUS 가 확진된 환자의 55~70%가 급성신부전이 발생했으나 70~85%는 신기능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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