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Nuclear power plant)의 사실과 전망
원전의 세대별 진화 |
미국의 원전의 황금기는 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60년대부터 경수로 핵발전소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국 정부는 2000년까지 무려 1천개의 핵발전소를 짓기로 계획했다.
미국에 있는 핵발전소의 대부분은 1974년 이래 만들어진 것이며, 현재 가동 중인 상업용 원전은 100 개인데, 미국내 원전은 전 세계 원전이 만드는 전력량 1/3을 차지(2013년 기준)하며,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20%를 만들고 있다(2016년).
한편, 1953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내에서 주문된 원전은 모두 253개인데, 이 중 48%는 주문 취소, 11%는 조기 폐쇄 되었다.
환경 운동을 이끈 엘 고어 전 미부통령은 이에 대하여, 2009년 발표한 저서 “Our Choice”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1953 년부터 2008 년까지 미국에서 주문된 253 기의 원자로 중 48 %는 취소되었으며, 11 %는 조기에 폐쇄되었고, 14 %는 최소한 1 년 이상 정전 (가동 중단으로)을 경험했으며, 27 %만이 1년 이상의 가동 중단이 없이 운영된 바 있다. 결국, 주문된 원자로의 1/4 혹은, 완성된 원자로의 절반 만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고 있으며, 비교적 신뢰성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문 : Of the 253 nuclear power reactors originally ordered in the United States from 1953 to 2008, 48 percent were canceled, 11 percent were prematurely shut down, 14 percent experienced at least a one-year-or-more outage, and 27 percent are operating without having a year-plus outage. Thus, only about one fourth of those ordered, or about half of those completed, are still operating and have proved relatively reliable.
그러나 미국에서 계획했던 원전이 대거 취소된 이유는 원전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경제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탈핵 주장파들은 엘 고어의 이 발언을 미국도 원전의 위험성 때문에 탈핵하고 있다는 근거로 사용하며, 사실을 왜곡한다.)
미국의 전기는 대부분 민간 에너지 회사들에 의해 생산되며 서로 경쟁하게 된다. 그런데 원전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고, 투자비 회수는 지나치게 오래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빠른 투자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원전에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66년부터 1977년 사이 75개의 원전이 만들어졌는데, 이들 건설 단가는 처음 예측 금액의 두 배가 넘었고, 운영비는 애초 추정치의 10배가 넘게 들어갔으며, 에너지 회사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경제성이 없게 되자, 계획된 원전의 건설을 취소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발전소 역시 닫아 버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1979년에 발생한 Three Mile Island Incident 가 미국내 탈원전에 불을 붙이고, 동시에 원전 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원전의 또 다른 위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였다. 원자력 발전 시장의 대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멜트다운된 후쿠시마 원전 3기중 2기는 바로 도시바가 만든 것이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 당시 예상 매각 대금의 3배인 54억불 (6조2천억)을 써내며 호기있게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가동 원자로 50개를 폐쇄했고, 독일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 역시 일시 폐쇄 혹은 일부 영구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원전 신규 시장은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결국 웨스팅하우스의 실적은 급락하게 되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전 세계 원전의 절반을 건설하였으며, 원전 건설의 역사를 써온 회사였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17년 3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을 떠 앉은 도시바 역시 매물로 나오게 되었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한국전력이 인수하기를 바라고 있고, 한전 입장에서도 세계 원전의 역사를 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할 수 있다면, 국제 경쟁력을 높힐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고려 할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전이 실제 눈독을 들이는 건, 도시바와 프랑스 전력회사 엔지(ENGIE)가 6:4로 합작해 만든 “뉴젠 (NuGeneration LTD.)”이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원전 3기를 건설하기 위해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둔 상태이다.
한전은 뉴젠의 도시바 지분 6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한국형 원자로 건설을 제안하였고, 지난 7월 11일 영국 정부는 이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 (APR-1400) 사용을 승인한다고 알려왔다.
애초 영국 정부는 한전의 뉴젠 지분 인수에는 동의했으나, APR-1400 으로 원자로를 대체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해왔다.
APR-1400은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만들어진 3 세대 원전이며, UAE에 수출된 동일 모델일뿐 아니라, 신고리 3,4 호에 설치되었고, 최근 건설 중단된 5,6 호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만일 계획대로라면, 한전은 뉴젠의 지분을 인수함과 동시에, 한국형 원자로 3기를 수출하면서 원전 수출의 신기원을 세우며, 원전 수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영국에 설치될 원자로의 가격은 21 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만일 신고리 5,6 의 건설을 영구 중지할 경우, 영국 정부의 APR-1400 원자로의 도입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편, 미국 등 원전 선진국들은 최근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원자로는 최초 경수로 원자로에서 중수로 원자로를 거쳐, Liquid metal cooled reactor 라는 6 세대 원자로를 진화하고 있다.
이 원자로는 액체금속으로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최초 핵잠수함에 사용하던 방식인데, 지금 원자력 발전소용 원자로에 차용하는 것을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이 연구 중이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소디움(Na)이나 납을 냉각제로 사용한다.
또, 우라늄 대신 토륨을 이용한 원전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토륨(Th) 은 우라늄에 비해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우선 우라늄에 비해 5배나 더 많고, 어디에나 있으며, 가격이 저렴하다. 또,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후쿠시마처럼 핵발전소의 문제가 생길 경우, 분열이 종료되어 위험하지 않다. 게다가 핵폐기물을 남기지 않으며, 우라늄과 달리 플루토늄을 만들지 못하며, 소규모 발전소도 만들 수 있다.
토륨 원자로는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세계 각국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인도는 이미 발전소 설립을 선언하였고, 중국 또한 머지 않아 발전소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불을 사용한 건 수 만년 전이지만, 원자력으로 전력을 생산한 역사는 고작 60년 되었다. 원전은 가장 깨끗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원천이며, 안전성, 효율성, 경제성을 위한 연구는 지속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원전 포기는, 과거 남한에 핵무기를 두지 않겠다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은 원전을 폐쇄하고 포기할 때가 아니라, 더 투자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이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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