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제도 논란






1. 주치의 제도란?


우리나라 주치의 제도의 정확한 실체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워낙 같은 용어를 두고 각자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의료 영리화, 의료 상업화란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그 뿐이랴, 공공의료, 공공의료기관의 의미도 제각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보건의료분야에는 워낙 선동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보건복지가 매우 중요한 먹이감이고, 그런만큼 프로파간다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꼭 "좌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의료 상업화란 용어는 좌파가 만든 게 아니다.

어쨌든 “보편적 의미의 주치의 제도”는 “환자가 주치의에게 '등록'하는 '주치의 등록제도'를 의미”하므로, 등록의 개념을 뺀 제도를 주치의 제도라고 부를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면, 등록의 의미는 주치의를 통하지 않고 다른 의사 혹은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치의 제도는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연관되어 있고, 의료전달체계는 기본적으로 “주치의를 거쳐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의료 이용의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의료전달체계를 거론할 때 주치의 대신 "일차의료"라는 용어를 더 흔히 사용한다. 이렇게 용어를 바꿀 경우, 이번에는 일차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건보 체계처럼, 기형적 보험 급여 이용 구조를 가진 경우, 너도 나도 일차의료기관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보 법령에 따르면, 2단계 요양기관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1단계 요양기관을 먼저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즉 두 단계의 이용 절차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2단계 요양기관이란 43 개 상급종합병원을 의미하며, 수만개 나머지 의료기관은 모두 1단계에 속한다. 1단계는 의원은 물론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 병원도 포함되어 있다. 즉, 1 단계라는 울타리 안에는 초식 동물과 거대 육식 동물이 같이 있는 꼴이다.)

또한 전체 의대 졸업생의 90% 이상이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전체 활동 의사의 80% 이상이 전문의인, 역시 기형적 공급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주치의란, “전공 과목이나 전문의 일반의 구분과 관계없이 자신에서 등록된 환자를 가진 일차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일차의료기관은 외래 진료를 주로 하는 의원이나 의원에 준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올 년말 시범사업 예정인 '중증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에 과연 주치의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적당한지도 의문이다. 뭐 하긴, 어떤 이는 “사업장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니까, 주치의 단어를 여기 저기 붙이는게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2. 주치의 제도,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나


주치의 제도는 오래 전부터 거론되었던 제도이며, 건보공단이나 보건복지부는 지금도 여전히 만지작거리는 제도이다.

또, 소위 사회시민단체 특히 좌파 계열의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제도이며,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제도이기도 하다.

반면, 주류 의료계 (의협 등을 말한다)는 극렬 반대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주류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 최근에는 가정의학과를 비롯한 일부 개원가 의사들 중에서 주치의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수가 늘고 있는 반면, 병원 특히 병협은 여전히 주치의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찬반이 갈리는 건, 주치의 제도를 각자 자기 입맛대로 해석해서 제도를 마음껏 상상하고, 그걸로 유불리를 따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는 주치의 제도 도입의 목적을 건보 재정 절감에 두고 있고,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재정이 건전해 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찬성하며, 좌파 단체들은 주치의 제도 도입이 보장성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찬성하며, 가정의학과 등 일부 개원가에서는 주치의 제도 도입으로 자신들이 게이트 키퍼가 되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여 더 나은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찬성하며, 반면 병협은 주치의 제도로 인해 환자를 빼앗길까봐 반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치의 제도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만일 영국식 혹은 캐나다식 주치의 제도 (이들 국가는 가장 모범적인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를 한국에 도입할 경우, 정권이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쿠테타가 생길지도 모른다.

왜냐면, 주치의 제도 도입은 의료 이용을 제한하는 측면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며, 지금과 같은 의료 환경에서 의료 서비스를 마음껏 향유하였던 우리 국민들에게 의료 이용을 통제할 경우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복지부와 건보 공단, 시민단체, 의협이나 병협이 주치의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누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냐, 즉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도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정책에 대한 순응도가 높은 국민도 없다고.

…의약분업을 보라고.

…그 불편하고, 돈을 더 써야 하는 제도도 군소리없이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하긴, 틀린 말이 아니다.



2017년 7월 31일


참고 기사


1. 박형욱 교수의 최초 컬럼



2. 위 컬럼에 대한 고병수 원장의 반론



3. 고 원장의 반론에 대한 박 교수의 재반론



4. 박 교수의 재반론에 대한 고 원장의 또 다른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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