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딜레마. 노동자는 실험실의 쥐?
어쨌든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 대로 인상하겠다는 취지를 선의로 해석하면,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그렇게 될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실제 임금이 상승되는 소득 계층은 전체 근로자의 12~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다른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과연 이들의 실질 소득도 같이 오르게 될까?
재화의 공급 가격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재화의 가격이 오르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게 되며, 결국 급여 소득이 올라도 실질 소득은 동일하거나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즉, 최저임금이 상승하게 되면, 물가가 오르고 저소득층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노린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는 실패한 것이 된다.
물론 최저임금이 올라도 정부가 강력하게 물가 인상을 억제하여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어떤 현상이 생길까.
물가 억제는 결국 전체 재화의 공급 총액을 고정하는 것이므로, 풍선 효과가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집 종업원의 최저 임금이 올랐을 때, 짜장면 값을 동결시키면, 고용주는 짜장면의 양을 줄이거나 저가의 재료를 사용하며 수익을 맞추게 된다. 즉, 재화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서비스는 더 나빠지게 된다.
이렇게 견디다가 임계점을 넘게되면 결국, 그 중국집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의 폐업은 영세 상인일수록 늘어나게 되고, 결국 자본력을 가진 대형 업종만 살아남게 되고, 경쟁이 줄어든 대형 업종은 매출을 늘려 가며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 (Minimum Wage System)의 필요성, 당위성은 다음과 같은 가설에서 출발했다.
노동 시장은 고용주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으므로, 노동 임금을 방임(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맡김)할 경우, 낮은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소득을 위해 더 많은 노동을 제공하려고 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한 가정에서 성인 남자만 노동해서는 가구 소득을 해결할 수 없게 되어 여성, 노인, 아동 들도 노동 시장에 나오게 되어 결국 노동 공급이 늘어나 임금 수준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 되므로, 이를 제어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으며, 노동 착취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라고 주장한다.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 3세계에서는 맞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최저임금제는 반시장적이어서 오용될 경우, 오히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퇴출을 가속화하게 되어 결국 상권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최저임금제는 실업율 상승을 가속화시키며,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취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이미 도입되어 있는 제도이며, 어떤 제도도 완벽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는 없으므로 이의 찬반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한 마디로, 무려 평균 인상율의 두배가 넘는 16.4%가 갑자기 인상되었다.
높은 최저 임금이 어떤 사회적 부작용을 나타낼지 사실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이를테면, 거대한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이 실험이 실패할 경우, 과연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이냐" 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은 책임지지 못한다. 위원회란 원래 그런 것이다.
고용부 장관이나 대통령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인상율은 위원회에서 정한 것이므로…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면서, 수많은 노동자, 국민들이 실험실의 쥐가 된 것이다.
2017년 7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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