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한미 신뢰 균열에 대비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중 미주 한인과의 간담회에서 “방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신뢰를 형성한 것이 그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오히려 이번 방미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문재인, 트럼프 양국 대통령의 극명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 후 대화를 통한 핵 폐기”라는 단계적 해결을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폐기 후 대화 가능”이라는 종래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해결을 동의했다는 문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단계적 해결을 언급한 바 없으며, 양국 정상의 공동 회견문에도 이 같은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또, 문 대통령은 30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사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은 사드를 배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의 주권적인 사안입니다.”

이 주장은 매우 왜곡된 주장이다.

왜냐면, 사드 배치는 한국이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하는 것이며, 미국 정부의 예산으로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단지 부지만 제공할 뿐이며, 이는 한미간 SOFA 협정에 따른 것이며, 나아가 한미상호방위 조약에 따른 것이다.

이 사실은 사드의 주권을 가진 미국 정부는 물론 우리 국방부와 대다수 국민, 중국 정부도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며 사드 주권 운운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이다.

만일 한국 주권을 내세워 미군의 방어적 전략무기 배치를 막을 경우, 이는 양국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며, 한미상호방위 조약을 깨자는 것과 같다.

(SOFA 협정의 원래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아메리카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또, 문 대통령은 미주 한인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첫째, 정확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다고 한 것은, 한국이 “한반도 평화 통일 환경 조성”을 주도한다는 것이었다.

환경 조성을 지지한다는 것과 통일을 주도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뉘앙스가 있다.

둘째, 설령 문 대통령의 주장대로 한반도 통일 주도권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트럼트가 맞장구쳤다면, 미국 대통령이 왜 그랬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의 관심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이지, 한반도 통일이 아니다. 솔직히 미국은 한반도 통일에 크게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우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유사시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을 수복해야 한다면, 그건 한국군과 한국 정부의 몫이지 미국의 몫이 아니다. 당연히 통일의 주도적 역할은 한국 정부가 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북폭을 감행하고, 미군을 투입할 경우, 과연 미국이 통일 주도권을 한국 정부에게 줄지는 의문이다.

바꾸어 말해, 미국은 미국 정부의 예산과 젊은이들의 피로 얻은 북한의 지배권을 한국 정부가 마음대로 주도적으로 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북한 지역 일부를 완충지대로 설정할 수도 있고, 아예 북한에 친미 어용 정권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통일은 우리의 바램일 뿐, 국제적 희망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마음대로 해석해서, 한반도 통일 주도권을 한국에 줬다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가 지지한다고 한건, 한반도 통일 환경 조성의 주도권을 줬다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 경우, 미국 대통령은 어리둥절해 할 것이 뻔하다.

President Trump supported the ROK’s leading role in fostering an environment for peaceful 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였다.

이 문구가 공동 성명에 담긴 내용이다.

북핵 문제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적 문제 즉, 한미 FTA나 무역 수지와 같은 문제도 중요 아젠다로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시각차도 크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문 대통령은 합의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이미 진실 공방에 돌입한 모양새이다.

여기서는 이 말하고, 딴데 가서는 마음대로 해석해 다른 말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국제 사회에서는 통할 수 없는 처세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면 할수록, 그 파문이 커지게 되면, 이번 한미 정상 회담을 그리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미국 언론들도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코너에 몰고 갈 수 있다.

또, 대화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진실을 알고 있으므로, 한국 대통령의 딴말 하기에 인내심의 한계에 이를 경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 믿지 못할 한국”으로 낙인 찍을 경우, 결국 한미간 신뢰는 깨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의회 등 미국 조야는 마침내 한국에 등 돌리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으로선 그리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우리는 이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2017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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