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1월 28일 "우한 폐렴은 어느 정도 위험할까?"








우한 폐렴이 무섭다지만 인류가 죽는 가장 흔한 이유는 여전히 암이나 뇌심혈관 질환과 만성 질환 때문이다.

전염병이 기존 질환과 달리 더 큰 두려움을 주는 건 전염되어 발병하며, 의도치 않은 '부가적' 사망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 많은 신종 전염병 중에 어떤 병이 더 무서울까?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치명적이라고 간주된 신종 전염병으로는 한탄 바이러스, 라싸열,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H5N1) 등이 있는데, 한탄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15% 미만, 라싸열은 20%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메르스는 국내 사망률은 21%, 국내를 제외한 해외 사망률은 38.6%에 이르지만, 해외의 경우 사우디 발병자를 정확히 추계 할 수 없어 믿기 어렵다.

흔히 치명적 바이러스의 대명사로 알려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평균 치사율은 50% 내외이다. 물론 지역 감염에서 90%의 치사율을 보인 적도 있다.

이렇게 보면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은 H5N1 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조류독감이라고 알려진 H5N1 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이라크, 터키 등 서아시아 및 아프리카 일원에서 278 명에서 발병해 168 명이 사망해 치사율 60% 를 기록했다.

물론 중국의 통계는 믿기 어렵지만, 중국의 통계를 빼도 56.4%에 이른다.

그럼, 사망률이 높으면 더 위험한 감염병일까?

사망률이 높다는 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숙주 세포를 이용해 증식한다. 숙주가 죽어버리면 더 이상 증식할 수 없으니 높은 사망률은 낮은 가성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에 오랫동안 기생하며 숙주 세포를 이용해 증식하며 살아가길 원할 것이다.

문제는 원래 동물에 서식하던 신종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면 과도한 반응을 일으켜 스스로 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자멸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걸 흔히 사이토카인 스톰(cytokine storm)이라고 하는데, 사이토카인은 하나의 물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인터페론, 케모카인, 인터루킨 등 여러 종류의 물질을 통칭한다.

사이토카인은 쉽게 말해, 바이러스에 의해 세포가 공격받을 때 혹은 그 세포에서 증식 후 세포를 깨고 바이러스가 쏟아져 나올 때, 죽어가는 세포가 다른 세포에게 '바이러스 공격을 받으니 주의하라!'고 보내는 메시지와 같은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사이토카인은 면역 세포들을 활성화시키고, 신호를 받은 세포들은 세포막의 수용체를 바꿔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게 방어막을 치지만,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신호를 받은 세포들이 스스로 자멸하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해 결국 숙주 즉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H5N1 조류독감, 에볼라, 사스, 메르스는 물론 우한 폐렴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H5N1이나 에볼라와 같은 감염병이 Pandemic (전세계적 유행)으로 치닫지 않은 건, 높은 치사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가급적이면 숙주를 죽이지 않고, 더 많이 퍼져나가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건, H1N1 즉 계절 인플루엔자이다.

H1N1 은 RNA 바이러스로 쉽게 변형을 일으켜 주기적으로 범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는데, 1918년에는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1억 명 이상이 사망했고, 2009년에도 대유행이 있었다. 2009년 당시 전세계적으로 만7천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후 계절 독감으로 바뀌면서 훨씬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유행이 지난 2010년 이래, 연간 약 930만명에서 4500 만명이 독감에 걸리고, 이 중 14만명에서 81만명이 입원하며, 1만2천명에서 6만1천명이 사망했다.





전세계적으로는 해마다 5백만명이 인플루엔자로 심각하게 앓으며, 이중 10%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즉 사망자 수로만 치면 인플루엔자를 따라갈 신종 전염병이 없지만, 여전히 치사율은 1~2%에 그칠 것으로 보이므로, 매우 높은 가성비를 가닌 지능적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전염병의 위험성을 따질 때, 빼먹을 수 없는 건, 얼마나 높은 전염력을 지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통상 R0 (basic reproduction number, Reproduction nought 라고 읽는다)라고 하는데, 한 사람의 감염자가 몇 명을 전염시킬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수치는 전염력, 감염 환자가 접할 수 있는 인구 등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된다.

1918년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의 R0는 2~3으로 본다. 즉, 한 명의 환자가 2,3 명을 전염시켰다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주로 체액을 통해 전염되고, 치사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R0 가 낮아 1.5~2.5 이며 사스는 2~5 이다. 참고로 1989년 버지니아 레스턴에서 발병한 에볼라의 경우 공기 감염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일 에볼라가 공기로 전염될 수 있다면,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R0 가 높은 대표적 질환은 홍역이며, 12~18 로 본다. 수두와 소아마비, 볼거리 등의 전염병도 5~7 로 높다. 그러나 이들 전염병에 대해 두려움이 적은 건, 예방 접종이 가능하고,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 R0 의 경우, 24일 발표된 Shi Zhao 등 홍콩 대학의 연구자들은 3.3 ~ 5.47 로 높게 평가하며, 26일 발표된 Tao Liu 등다른 연구자는 2.9 ~2.92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

이 수치는 CDC나 서구의 연구기관이 개입해 추계할 경우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기승을 부리는 우한 폐렴의 '공식적' 사망률은 현재 2.8%에 불과하다. (1월 28일 현재. 2,927 명 발병, 82명 사망) 물론, 이 수치를 신뢰하기는 어려우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망률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우한 폐렴은 사람대 사람의 감염이 가능하고, 비말 감염은 물론 공기 감염의 가능성도 있으며, 지역 감염이 입증되었고, 수천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고,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도 감염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볼 때, 매우 높은 전염력을 지녔다고 봐야 한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이런 높은 전염력을 지니고 계절 독감 서너 배의 사망률을 보이는 경우이다. 거기에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우한을 탈출한 5백만명이 중국 전역과 나아가 아시아와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이럴 경우, 계절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유행하며 계절 독감보다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양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며 사그라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에볼라나 메르스처럼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거나 조기에 치료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한 폐렴이 세상이 드러난 지 2 달도 되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이 바이러스의 양상을 점칠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격리하고 가급적 서로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우한 도시인과 후베이 거주인의 입국을 막는 건 그래서 필요하다.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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