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민 혁명








리비아에서 시민 혁명이 발발하기 직전 리비아에서 만난 공무원, 상인, 시민들은 모두 카다피를 칭송했다. 카다피는 구국의 영웅이라며, 그가 얼마나 국민들의 복지를 위하는지 한결같이 자랑했다.

카다피가 축출되고 다시 만난 이들은 이번에는 카다피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압박받았는지 털어 놓았다.


흥미로운 건, 그들이 카다피를 칭송할 때, 그게 진심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리비아는 중동의 많은 국가들처럼 세계 대전 이후 영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그어진 국경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가 대부분은 개신교와 회교도라는 종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서방주의 노선을 걸으며, 서구화를 꾀했으며, 대부분 왕정 체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렇게 독립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머지 않아 혁명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친서방 서구화를 추구한 집권층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장하는 종교인들의 대립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혁명에 성공한 국가들은 이슬람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반미, 반서구를 기치를 삼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시리아에서 시작한 바트 당이다. 바트 당은 시리아뿐 아니라 이라크, 레바논, 요르단, 수단 등 여러 국가에 영향을 주었다.

리비아도 마찬가지였다. 리비아 역시 친서구파 왕정이 자리잡았고, 이에 불만을 가진 젊은 장교가 쿠테터를 일으켜 사회주의 독재국가를 만든 것이다.

한편,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 있는 리비아는 플로리다처럼 날씨가 좋고, 토질이 좋아 농사가 잘되 각종 과일과 농산물, 수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유럽과 가깝기 때문에 카다피가 혁명을 일으킨 69년 이전 리비아 트리폴리는 유럽인들을 위한 휴양지였다. 트리폴리 시내에는 F1 그랑프리 경주장이 있었으며, 여러 곳의 클럽과 바에는 유럽인들이 술을 마시며 흥청거렸다.

카다피 축출 이후 시골 촌구석에서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카다피 이전 시대를 설명해 주었다. 지금 리비아는 술을 엄격히 금하지만, 그는 트리폴리 클럽에서 유럽인들과 술을 마시며 놀았던 추억을 말해 주며, 다시 그 시대가 오기를 염원했다.

서구 자유 문화를 맛본 사람은 아무리 종교적 압력을 넣고 세뇌해도 그걸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란은 영국에 의해 독립한 국가는 아니며,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친 서방, 친미 기조를 가졌던 팔레비 왕조는 마찬가지로 서구화를 촉진했다. 당시 테헤란에는 퍼머 머리에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들이 캠퍼스와 거리를 누볐다.

서구화에 반기를 든 종교인들이 주도해 일으킨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79년에 발발했다. 이후 호메이니가 권력을 잡고 강력한 신정체제를 이끌며 국민들을 조였다.

그러나 40 여년전 서구화된 테헤란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란 국민들은 많을 것이다. 이들 뿐 아니다.

중동의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북미를 압도한다. 이란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윗을 통해 서구 문화와 자유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이들도 맥도널드를 먹고 스타벅스에서 카페 라테를 마시며 맥북으로 웹 서핑을 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암암리에 헐리웃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 돌려보며, 서구 문화를 동경한다.

게다가 이들은 이란의 경기 침제가 미제국주의 때문이라고 단정짓지 않는다. 오히려 솔메이마니와 같은 시아파 전체주의자가 국부를 테러 지원에 소비해 자신들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들고 있다고 불만을 가진다.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몇몇 권력층이 야기하는 정치적 탄압, 언론 탄압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혁명수비대의 민항기 격추는 이들에게 그 불만을 토로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감한 이란 국민’이라고 이란어로 트윗을 날리며,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시위대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건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건,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지원과 패권주의, 핵무장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자유롭고 번영하는 국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1인 1표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이란의 노인들은 번영했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있다.

젊은이들은 막대한 석유 자원을 통해 자유롭고 번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미, 반서구 이슬람주의자들만 없어진다면 말이다.

미국은 그 기회와 희망을 보여주었고, 이제 그걸 잡는 건 이란 국민들의 몫이다.


2020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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