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북한, 어리석은 이란
지난 해 말일, 이라크 시위대 수천명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초소에 불을 지르고 출입문과 감시 카메라를 부순 후 진입을 시도했다.
주 이란 미국 대사관은 ‘그린 존’ 안에 위치해 있다. 그린 존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일부에 만들어진 일종의 방어 요새와 같은 구획이며, 서방의 주 이라크 주재원이나 바그다드에 위치한 서방 국가 기관은 모두 그린 존 안에 있다.
그린 존은 상엄한 경비를 받으며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다는 건, 이들이 내부 협조를 받아 그린존 안으로 들어왔다는 얘기이다.
미국은 즉각 해병대 100명을 투입해 대사관 방어에 나섰고, 아파치 헬기 2대를 띄워 대사관 주위를 경계하도록 했다.
또 82공수사단 750명을 추가 파병하고, 4천명을 공수 투입 대기하도록 명령했다.
미국은 미국 시민의 해외 살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물며 미국 외교관이 공격받거나 사망할 경우 결코 이를 용서하는 법이 없다.
2012년 뱅가지 사태로 주 리비아 미국 대사가 죽자 미국은 난리가 났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는 청문회에 시달려야 했고, 조사 과정에서 힐러리가 개인 이메일 서버를 두고 공무를 봤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결국 클린턴 재단의 비리까지 밝혀지게 되었다.
‘뱅가지 사태’는 리비아의 두 번째 도시인 뱅가지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2년 9월 11일에 발생했는데, 911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째 된 날이다.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안사르 알-샤리아(Ansar al-Sharia)가 스티븐슨 미국 대사가 머물고 있던 뱅가지 영사관을 공격하여 일어났다.
참고 자료 :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의 전모
당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미국 CIA 비밀 기지가 있었고, 이 기지의 보안을 담당한 계약직 민간 경호부대(GRS. Global Response Staff)가 있었지만, CIA 비밀 요원들의 노출을 우려한 CIA 책임자가 경호부대의 출동을 제지하고, 공중 지원도 하지 않아, 결국 스티븐슨 대사는 반군이 일으킨 화재에 의해, 션 스미스 공보관과 함께 영사관 내 안전실에서 질식하여 사망했다.
이후 CIA 기지 역시 공격을 받았으며, 기지를 지키던 CIA 소속 경호부대원 2명이 사망했다.
안사르 알-샤리아(Ansar al-Sharia)가 미국 영사관을 공격한 이유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Innocence of Muslims(무슬림의 순진함)”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는데, 스스로 이스라엘계 유대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유대인 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은 콥트 교도인 이집트계 미국인으로 밝혀졌고, 이집트는 제작자에게 궐석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콥트교(Coptic Orthodox Church)는 기독교의 한 정파이며, 초기 기독교의 하나이다. 이집트 국민의 약 20~30% 가 콥트교도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 국민의 나머지는 이슬람교이며, 이집트 내에서 콥트교도들은 박해를 받고 있다. 2012년 당시 리비아의 무장 집단 안사르 알-샤리아는 리비아에 거주하는 이집트 콥트교도들을 찾아내 참수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 영화는 14분짜리 단편 영화인데, 이슬람교 창시자 모하메드를 동성애자로 묘사하는 등 이슬람을 모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슬람교도들의 공분을 샀으며,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반미 시위가 있었고, 리비아에서도 시위가 있던 중 뱅가지 미 영사관이 공격받은 것이다.
미국 대사가 외국에서 공격받아 사망한 것은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미국 의회는 이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예방 가능했던 사건이었으며, 미 국무부에 실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리비아 현지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추가 경비를 요청했으나 국무부가 이를 무시했고, 영사관 경비가 소홀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영사관 경비는 리비아군이 담당했으나 시위대가 몰려오자 모두 도망갔다)
사고 발생 후 2년 뒤, 미국은 리비아 뱅가지로 비밀리에 델타포스를 투입해 뱅가지 사태를 일으킨 주범 ‘모하마드 아부 카탈라’를 납치해 미국으로 데려와 재판을 받게 했다.
리비아 정부 묵인 아래 이루어졌지만, 미국이 타국의 영토에 군대를 보내 그 나라 사람을 납치한 것이다. 목표를 정하면 물불가리지 않는다.
이번 이라크 대사관 공격 사건은 불과 수 일 만에 책임자를 공습하는 것으로 끝났다.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자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스드 군)사령관 거셈 솔메이마니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사이’ 조직의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이다. 하시드 알사이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승용차로 바드다드 공항 인근 도로를 달리던 중 공습받아 사망했다.
솔메이마니는 이란 최고의 군벌로, 이란 차기 대통령 물망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이라크에 적을 둔 민병대 하시드 알사이를 지휘하며 이라크 내 IS 를 몰아내기도 했는데, 하시드 알사이는 미국이 이라크에 지원해 준 무기 특히, 에이브람스 전차와 험비 등을 빼돌려 IS 뿐 아니라 쿠르드 족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라크가 얼마나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솔메이마니의 사망은 이란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이고, 중동 사태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어 일각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보다 더 큰 사건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란이 미국에 대해 보복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두 거물을 처단한 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시드 알사이는 미국 대사관 뿐 아니라 미군 기지도 공격한 바 있는데, 주 이라크 미국 대사관 공격 사건을 미적거리며 대응하다가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란에 대해 확실한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선 시기에 미국을 흔들어 무언가를 쟁취해보겠다는 건, 북한이나 이란이나 마찬가지이다. 조기에 응징해 이에 말리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영리해 몸을 사리는데, 중동인들은 그걸 못한다.
2020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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