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다 알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1/3이 지나고, 특히 한국 일본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0~85%가 지나는 길목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카타르에서 막대한 양의 LNG를 수입하고 있다.
참고 자료 : 시리아 내전의 진짜 이유? -파이프 라인 전쟁-
만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당장 곤란해지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그렇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보호해야 할 당위성이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일까?
아니다. 한국과 일본이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일본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일 양국 모두 파병을 꺼린다.
이유는 이란이 반대하기 때문, 즉 이란과의 외교 관계 때문이란다.
이 핑계(?)가 납득이 어려운 건, 한일 양국이 해군을 파병한다는 건 이란과 전쟁하거나 이란과 적대적 관계를 갖기 위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명분은 뚜렷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보호해, 석유 수급에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에도 수 차례 위기가 있었음에도 단 한 차례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이 없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들 미국에 타격을 주거나 실효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타격을 받는 건 카타르 같은 수출국이나 수입국 일본과 한국 뿐이다.
카타르는 수출용 파이프 라인이 없어 거의 전량 LNG 선을 이용해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이란 역시 석유 수출이 중단된다.
사우디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사우디에는 3 대 원유 수출항이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페르시아 만에 있는 세계 최대 해상 석유 선적 시설인 Ras Tanura 복합항과 Ras al Juaymah 항의 수출이 제한되지만, 이를 대비해 만든 Petroline 이라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동쪽, 홍해에 접한 Yanbu 항을 통해 수출을 계속할 수 있다.
Yanbu 항은 하루 450만 배럴을 수출하는데, 시설을 전량 가동하면 훨씬 더 많은 원유를 선적할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지만, 그 양이 대폭 감소했고, 주로 사우디를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들, 미국에 대한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에너지 동맹국인 카타르 등은 타격을 받게 된다.
그걸 바라고, 스스로 발등을 찍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없다.
즉, 우리 해군이 파병된다한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거나 봉쇄할 경우 이를 풀기 위해 이란과 전투를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생각이 아니라면, 한국, 일본이 자국 유조선을 보호할 목적으로 해군을 파병한다고 해서 난리칠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동맹이다. 물론 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을 벗어난 지역에서 상대국이 위협받을 때 무조건 가서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그 취지는 상대국이 위협받을 때 서로 협의해 돕자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카드를 흔들면, 우리가 먼저 달려가 우리 유조선을 보호하고 미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게 상식적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늘 수출 3위 권내에 있는 주요 산업이다.
호르무즈 파병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을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대사가 파병을 거론하고, 청와대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반응한다.
이게 정상일까?
2020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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