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가능성 / 분쟁의 해결




양측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주장이 서로 다른 분쟁이 생길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통상 4 가지가 있다.

즉, 합의, 조정, 중재, 판결이 그것이다.

우리는 분쟁이 생기면 재판을 통한 판결을 떠 올리지만, 사실 법 시스템이 진화된 국가일수록, 판결보다는 합의나 조정을 통한 해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민사 소송뿐 아니라, 형사 소송인 경우에도, 플리 바겐(Plea Bargain)을 통해 형량을 '합의'한다.

플리 바겐의 우리 말은 <사전 형량 조정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자백하는 것을 조건으로 형량을 감해 주는 것이다.

플리 바겐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인도, 호주 등 대부분의 영연방국가 등에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가 플리 바겐을 채택하는 궁극적 이유는 소송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플리 바겐의 법적 근거는 없지만, 검사만 기소할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와 함께 검사의 구형 재량권이 폭 넓다는 이유를 들어 실질적으로는, 자백이 중요한 마약 사범 등 특수 범죄에서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무튼 분쟁이 발생할 때, 이를 가장 바람직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상호간에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합의를 치욕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강해, 돈이나 시간이 얼마나 들던, 판결이 자기에게 불리하던, 아니던, 기여코 재판을 통해 판결받겠다고 덤비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송가면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민사 소송의 경우, 완벽하게 일방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또, 재판을 진행하기 전이나, 재판부의 조정, 중재 전에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능한 변호사들이 적은 것도 합의에 의한 해결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변호사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소송을 해야 수임료를 준다는 관념을 가진 이들도 많아, 변호사들 스스로 합의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는 것도 재판으로 몰리는 이유이다.

그러나 외국의 로펌의 경우, 합의를 통해 case close를 해내는 변호사를 가장 유능하다고 보고, 이들의 수임료가 가장 많다.

즉, 분쟁이 생기면 합의가 최선의 방법이고, 판결이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편, 지금 노회장과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 등 반노세력은 서로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서로 마주 달리면서 배짱이 딸려서 핸들을 먼저 꺾는 쪽이 지는 것이다.

노회장은 사원총회를 무기로, 반노 세력은 불신임으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어느 쪽이 승리하든, 양쪽 모두 따 먹을 과실은 없고, 쓰디 쓴 상처만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도의사회에서 양측을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소용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노회장은 '착은 시도 의사회'와 '나쁜 시도 의사회'라는 식으로 구분지어 이를 페북에 올리면서, 많은 시도의사회를 분노케 했다. 

그 중간에 끼여 있는 의사들은 도대체 누구 말이 진실인지,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팽겨치고 협회가 이 같은 내분에 휩쌓여도 좋은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치킨 게임 결과는 의외로 우습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면, 양쪽 모두 이런 무모한 싸움의 결과가 어떤 희생을 가져올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노회장은 이미 몇 번에 걸쳐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다가, 돌연 꼬리를 내리고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 준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문제는 합의의 모양새와 합의의 방법이다.

양측 모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에 대해 과신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상황을 슬기롭게 close 할 수 있는 유능한 변호사 역(?)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합의의 목적을 양측 즉, 노회장과 반노 세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와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것에 둔다면 반듯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다. 

과연,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반전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누가 더 배짱이 적은 겁쟁이인지 지켜 볼 것인가?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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