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과 국민 연금의 명(明)과 암(暗)
일간지 기사는 경제 전문가들만 보는 게 아니데 뭐 이렇게 어렵게 썼는지 모르겠다.
기사를 이런 식으로 쓰면, 내용을 숙지 못한 국민들은 뭐가 뭔지 모르고, "정부 도둑놈. 자기들만 잇속을 차리는 공무원 나쁜 놈!"라고 이해하기 딱 쉽겠다.
아래 동아일보 기사를 요약하자면, 몇 일전 국무회의에서 공개된 2013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니, 그 전년도에 비해 국가 부채가 무려 215조가 늘어나 국가 부채 총액이 1,117조를 넘어서게 되었다는 건데,
그 이유가 무언지 따져 보니 공무원, 군인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에 대한 <연금충당부채>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 부채가 215조가 늘었다고 하나, 실질적으로 늘어난 부채는 19조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회계 기준을 바꾸면서 결산재무재표 상에 수치적으로 늘어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GDP 대피 국가 부채율은 미국이 102.1%, 일본 218.8%인데, 우리나라 경우 36.6%로 상대적으로는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구멍 뚫린 연금>, <그리스 식 재정 파탄> 등 자극적인 용어를 써 가며, 공무원, 군인 연금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는데, 이 기사를 쓴 기자가 혹시 총 맞았나? 왜 이렇게 선동질을 하는 거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뭔가 대단히 큰 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니, 국민 백이면 백 모두 연금에 무슨 심각한 사태가 난 것 아닌가? 내 돈 갖고 누가 장난질 치는 게 아닌가? 불안해 하고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공무원 연금을 이해하려면, 국민 연금을 먼저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므로, 국민연금 이야기를 먼저 해 보자.
사실 우리나라 국민 연금은 태생적 한계와 문제를 가지고 만들어진 제도이다.
까놓고 말해서 연금이라는 제도는 금융 피라미드와 유사한 구조이고, 각도를 약간만 달리 보면 제도 자체가 사기(frau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 피라미드의 원조는 폰지 사기(Ponzi scheme)라는 것인데, 그 핵심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주는 것이다.
만일 신규 투자자의 수가 적거나, 신규 투자자가 내는 투자금이 적거나, 신규 투자자에 비해 기존 투자자의 수가 너무 많으면 기존 투자자에게 아예 배당금을 주지 못하거나 애초 기대한 것보다 적게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상당한 배당을 기대했던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융 피라미드를 사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국민 연금도 마찬가지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연금은, 내가 낸 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은퇴하면, 그 때 일하는 자들이 낸 연금 납부금으로 돈을 받는 것이다.
연금은 적금이 아니다. 꼬박꼬박 월급에서 떼어서 적금에 들었다가 그걸 소득이 없을 때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연금은 보험도 아니다. 지금 월급에서 떼는 것은 보험료가 아니다. 그러니, 보험이 보장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돌려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연금이나 금융 피라미드나 뭐가 다른가?
이런 연금의 원리를 이해 못하면, 연금 가입자들이 은퇴 후 손에 쥐는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사기 당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법으로 명확하고 세세하게 어떤 수준으로 연금액을 돌려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보면, 내가 얼마나 연금을 받을 지 계산할 수 있다. 잠깐 보면,
<기본 연금액>은 다음 각 호의 금액을 합한 금액에 1천분의 1천200을 곱한 금액으로 계산한다.
다만, 가입기간이 20년을 초과하면 그 초과하는 1년(1년 미만이면 매 1개월을 12분의 1년으로 계산)마다 본문에 따라 계산한 금액에 1천분의 50을 곱한 금액을 더하면 된다.
1. 다음 각 목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합산하여 3으로 나눈 금액
가. 연금 수급 3년 전 연도의 평균소득월액을 연금 수급 3년 전 연도와 대비한 연금 수급 전년도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환산한 금액
나. 연금 수급 2년 전 연도의 평균소득월액을 연금 수급 2년 전 연도와 대비한 연금 수급 전년도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환산한 금액
다. 연금 수급 전년도의 평균소득월액
2. 연금 가입기간 중 매년 기준소득월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연도별 재평가율에 의하여 연금 수급 전년도의 현재가치로 환산한 후 이를 합산한 금액을 총 가입기간으로 나눈 금액. 다만, 다음 각 목에 따라 산정하여야 하는 금액은 그 금액으로 한다.
가. 제18조에 따라 추가로 산입되는 가입기간의 기준소득월액은 제1호에 따라 산정한 금액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나. 제19조에 따라 추가로 산입되는 가입기간의 기준소득월액은 제1호에 따라 산정한 금액
어려운가?
이 정도 계산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아쉽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내가 얼마나 연금을 수령할지, 잘 모른다. 아무리 이렇게 상세하게 알려 주어도, 주면 주는 대로 받을 뿐이다.
어떻게 계산하는지 모르니, 받는 금액이 적다 많다 따지기도 어렵다.
아무튼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평소 받던 급여(소득) 기준으로 얼마나 받는가 보았더니, 국민연금의 경우 약 48%를 돌려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돌려받는 비율을 <소득대체율>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월급 100만원을 받다가 퇴직한 사람은 현재 약 월 48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어떤가? 생각보다 적은가?
그런데, 연금은 사망 시까지 받게 되므로, 실제 받는 금액을 계산하면, 평균 자신이 낸 돈의 1.7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소득의 월 4.5% 수준을 연금 납입액으로 내고, 48%를 돌려받으니 사실 이건 남는 장사이다.
그런데 이 점이 바로 연금이 가진 금융 피라미드의 특징, 사기(fraud)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돈이 아무리 돌고 돌아도 그 총합은 ‘0’이 되어야 하는데, 내는 것은 적고 받는 것은 많으면 결국 누군가는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후손, 다음 세대들이다.
즉, 연금은 기존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규 투자자에게 사기를 쳐서 많은 돈을 빼앗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를 갖는 것인 것이다.
이것이 국민 연금의 결정적 함정이다.
국민연금은 누적 재정이 있다. 이를 순 자산이라고 하는데, 2013년 말 순 자산 규모는 427조 가량이었고, 그 전 해에 비해 35조가 늘어난 것이다. 2014년에는 483조로 늘어나고, 2020년에는 847조, 2030년에는 1,732 조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재정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아직까지는 수입이 지출보다 월등히 크고, 자산 운용을 통해 이익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3년의 경우, 연금 보험료 수입이 32조 가량이며, 연금 급여액은 13조 가량으로, 19조의 차액을 적립하고, 연금 운영에 따른 수익액이 12.6조가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규모는 전세계 연기금 중 3, 4위를 달릴 정도로 거대 규모이고, 이 자산으로 국내외 주식을 매입하고 투자하고 있는데, 연금 규모액의 20% 정도를 국내 주식 시장에 내놓고 있어 사실상 한국 증시를 떠받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은” 연금이 고갈되어 돈을 돌려 주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노동인구 줄어들 경우, 후대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년 여름, 국가의 국민연금보장을 법제화하라는 야당의 성화가 있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 등이 주축이 되어,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것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가 운용하는 연금 사업에 아예 법으로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국가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생기고(어느 국가도 이런 식으로 법으로 각서를 쓰지 않는다), 또 하나는 이렇게 법제화할 경우,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국가 부채로 잡혀,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자존심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이 요동치고, 수출은 줄고, 국내 투자는 급감한다. 즉 국가 경제와 성장율에 악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작년 말 국회에서 국민 연금법을 개정하되,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 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넣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만약에 우려했던 사태, 즉 노동인구가 줄어, 즉 신규 투자자(국민)의 수가 줄고, 기존 투자자(은퇴자, 노인)의 수는 늘어 결국 재정이 고갈되어 배당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만일 이런 상황이 예측되면, 배당금 액(연금 급여액)을 줄이고,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연금 보험료)를 늘리는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법을 개정해서, 급여 지급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석유가 솟구치거나 생각지 못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자원이라고는 국민이 전부인 이상, 그래서, 국가 재정이 국민들로부터 거두는 세금이 전부인 이상 어쩔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국민 연금에 대한 일반적 이야기를 한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도대체 동아일보는 왜 공무원, 군인 연금에 대해서 저토록 칼을 갈고 있을까?
이유는 하나다.
국민연금에 비해서 너무 혜택이 좋다는 것이다.
혜택이 좋다 못해 공무원 연금이 빵구 나자, 국가가 세금으로 이를 메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뭐라고?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고?
- 사실이다.
아니 세금이 얼마나 투입되는데?
- 공무원 연금만 작년에 2조가 투입되었고, 올해는 2조5천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뭐라고?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주길래 그렇게 세금까지 투입해야 하는가?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소득대체율 (평소 소득 기준을 100으로 가정하고, 돌려받는 비율)>이 국민연금이 48%라고 했는데, 공무원의 경우 63%를 받는다.
금액으로 따지면, 일반 국민이 받는 월 연금 급여액 평균이 84만원 선이고, 공무원의 경우 평균 금액이 219만원이다.
즉, 일반 국민에 비해 2.6 배 더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사실 의미있는 수치는 아님.)
공무원 연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 비슷한 규모이다.
자,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공무원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낸 세금을 수 조원 투입해서 이런 혜택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사 다 그렇지만, 어느 한 면만 보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 군인, 교사 등은 국가가 고용한 노동자이다. 그들에게 고용주는 단지 국가라는 사실만 다르다.
즉,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한 고용주는 국가인데, 국가는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의 복지와 복리후생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를 국가가 하지 못하면서, 다른 일반 기업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무원이 일반 기업에 비해 더 나은 복리후생, 퇴직 프로그램을 갖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것이고, 여타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한다.
이것은 대 원칙이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일반 국민은 소득의 4.5% 가량을 연금 보험료로 내는 반면, 공무원은 7%를 낸다. 즉 평소 더 많은 보험료를 내 왔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이 받는 퇴직금은 일반 기업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은 일종의 퇴직금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를 severance package의 일환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무시하고, 국민 연금에 비해 더 받는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정부라는 고용주와 공무원이라는 근로자 간의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공무원 연금을 단순 비교해서 많다, 적다 를 논하는 것도 적절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법을 넘어서는 떼법, 감성 몰이하는 여론 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언론은 얼마 전 발표된 국가 결산 보고서를 기준으로, 공무원, 군인 연금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고, <연금충당부채>로 국가 부채가 막대하게 늘어났음을 기회로,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 등 공적 연금에 대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당연히 이에 반대하고 있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늘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에 부화뇌동하여 여론을 선동하고 사실을 은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정부가 객관적 입장에서 상황의 진위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들을 납득시키던지 아니면, 국민 정서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공무원, 군인, 교원들의 나라를 위한 헌신, 충성심과 같은 감동적 미사여구는 걷어 치우고, 경쟁을 뚫고 공무원이 되어서 국가라는 절대지존의 고용주 밑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지급 받고, 더 많은 연금 보험료를 내고, 일반 기업에 비해 낮은 퇴직금을 받아들인 그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나.
이 연금이 적자가 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직접적 책임은 연금 운용을 잘못한 국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므로, 결국 국민이 그들을 고용한 건데, 이제 와서 당연히 지급해야 할 것을 못 주겠다고 한다면,
국민연금을 지급 못 받을까 봐, 국가 신인도야 어떻게 되든, 무조건 국가가 지급 보증한다고 법에 못 박으라는 한 주장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말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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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 줄 연금, 정부가 진 빚보다 113조 많다
[중앙일보] 입력 2014.04.09 00:54 / 수정 2014.04.09 01:40
나랏빚 1인당 961만원 꼴
연금 미래부담 계산 현실화하니
국가부채 작년보다 215조 늘어
"연금, 더 내고 덜 받게 개혁을"
공무원·군인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앞으로 125만 공무원·군인이 받아갈 연금이 국가채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잠재적 연금 부채를 포함한 ‘실질 부채’ 역시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공무원·군인에게 기대여명을 토대로 사망할 때까지 지급해야 할 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96조3000억원으로 국가채무 482조6000억원보다 113조7000억원 많았다. 이는 나라살림을 뿌리째 뒤흔들 소지를 갖고 있어 즉각적인 연금제도 수술을 포함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그리스식 재정파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연금 등 미래에 부담해야 할 부채까지 포함한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117조3000억원으로 전년의 902조1000억원보다 215조2000억원 불어났다.
불과 1년 만에 재무제표상 부채가 이렇게 많이 급증한 것은 공무원·군인연금의 미래 지출액 예상치인 연금충당부채가 모두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는 국제 기준에 따라 확정된 부채만 산정해왔다. 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쳐 482조6000억원이다. 국민 1인당 960만9000원꼴이다. 국제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일반정부 부채(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는 504조6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6.6%로 미국(102.1%)·일본(218.8%)에 비해선 안정적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제부터 고령화가 본격화하는 데다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은 연금지급 방식 때문에 연금충당부채처럼 국가가 부담해야 할 실질적인 빚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온 기재부는 일반 정부부채에 연금충당부채를 반영한 재무제표상 부채를 2012년부터 산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쓰는 국가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뿐이다. 우리나라도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그간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연금재정 악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기 위해서다.
올해부터는 충당부채의 반영 방식을 더욱 현실화했다. 이 결과 지난해 말 연금충당부채는 596조3000억원으로 전년의 436조9000억원보다 159조4000억원 증가했다. 2012년에는 지급액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과거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전제했으나 이번에는 이런 증가요인을 모두 현실화했다. 지급액 상승률은 그간 0%였으나 이번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2.73%를 적용했다. 이런 재무적 변수 변경만으로 연금충당부채는 140조원 늘었다.
나머지 19조원은 실질적인 증가분이다. 공무원 근속연수가 16.9년에서 17.5년으로 증가하고 공무원·군인 수가 124만 명에서 125만 명으로 늘어나면서다. 더구나 고령화와 고용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들의 퇴직률은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공무원의 근속연수를 끌어올리면서 지급액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구멍 뚫린 연금재정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9조5000억원으로 재원이 부족해 이 가운데 2조원은 정부 재정에서 지원했다. 올해는 2조5000억원이 반영돼 있다.
이같이 공무원·군인연금 때문에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악화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살림살이의 손익을 나타내는 것으로 적자 규모가 2012년 17조4000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21조1000억원으로 또다시 불었다. 구멍 난 공무원·군인연금을 수술하지 않고서는 국가 살림살이가 만성적인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연금지급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차제에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http://joongang.joins.com/article/759/14393759.html
불과 1년 만에 재무제표상 부채가 이렇게 많이 급증한 것은 공무원·군인연금의 미래 지출액 예상치인 연금충당부채가 모두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는 국제 기준에 따라 확정된 부채만 산정해왔다. 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쳐 482조6000억원이다. 국민 1인당 960만9000원꼴이다. 국제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일반정부 부채(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는 504조6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6.6%로 미국(102.1%)·일본(218.8%)에 비해선 안정적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제부터 고령화가 본격화하는 데다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은 연금지급 방식 때문에 연금충당부채처럼 국가가 부담해야 할 실질적인 빚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온 기재부는 일반 정부부채에 연금충당부채를 반영한 재무제표상 부채를 2012년부터 산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쓰는 국가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뿐이다. 우리나라도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그간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연금재정 악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기 위해서다.
올해부터는 충당부채의 반영 방식을 더욱 현실화했다. 이 결과 지난해 말 연금충당부채는 596조3000억원으로 전년의 436조9000억원보다 159조4000억원 증가했다. 2012년에는 지급액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과거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전제했으나 이번에는 이런 증가요인을 모두 현실화했다. 지급액 상승률은 그간 0%였으나 이번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2.73%를 적용했다. 이런 재무적 변수 변경만으로 연금충당부채는 140조원 늘었다.
나머지 19조원은 실질적인 증가분이다. 공무원 근속연수가 16.9년에서 17.5년으로 증가하고 공무원·군인 수가 124만 명에서 125만 명으로 늘어나면서다. 더구나 고령화와 고용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들의 퇴직률은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공무원의 근속연수를 끌어올리면서 지급액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구멍 뚫린 연금재정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9조5000억원으로 재원이 부족해 이 가운데 2조원은 정부 재정에서 지원했다. 올해는 2조5000억원이 반영돼 있다.
이같이 공무원·군인연금 때문에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악화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살림살이의 손익을 나타내는 것으로 적자 규모가 2012년 17조4000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21조1000억원으로 또다시 불었다. 구멍 난 공무원·군인연금을 수술하지 않고서는 국가 살림살이가 만성적인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연금지급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차제에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http://joongang.joins.com/article/759/143937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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