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무시 당하고, 경쟁은 강요당하는 아이들




요즘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외국 특히 미국, 캐나다 등의 화장실을 가면, 화장실 한 켠에 체크리스트를 붙여 놓은 걸 볼 수 있다. 

이 체크리스트는 언제 누가, 어떻게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체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커피숍은 식 음료를 만드는 체크리스트가 있거나 매뉴얼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을 쓰거나 특별한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그 고용인의 출신, 교육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매뉴얼이 강조되는 곳은 또 있다. 바로 군대.

군대처럼 매뉴얼이 중요하고 잘 되어 있는 곳도 드물다.

군이 매뉴얼을 중시하는 것은 역시 같은 이유이다. 교육 수준과 인지 능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뉴얼 대로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이 매뉴얼에서 벗어나면 창의성을 칭찬받기 보다는  '고문관' 취급을 받기가 더 쉽다. 

미국 캐나다 등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일수록, 출신 국가, 언어 수준, 인종, 문화, 습관, 교육 수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들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려면 체크리스트와 매뉴얼이 필수적이다.

역설적으로 이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는 매뉴얼에 있는 대로만 하고, 이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나 같다.

언젠가부터 일 주일에 딱 하나 빼 놓지 않고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건 K팝스타라는 것이다.

음악에 대해서는 젬병인데도, 이걸 보는 이유는 볼 때마다 격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3년째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올 해 결승엔 2 명의 젊은이들이 올라갔다.

그 둘은 모두 미국에서 났거나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K팝스타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음악을 외국에 알리기 위한 가수 지망생을 뽑는 프로그램인데, 이들이 모두 외국 출신이라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이 들 뿐 아니라, 지난 해, 지 지난해에도 의외로 많은 재외동포 혹은 외국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였고, 꽤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또 기존의 가수들이나 아이돌 출신 들 중에서도 외국에서 나거나 자란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K팝스타만 놓고 보면, 비율적으로 5천만 인구에서 나온 지망생보다, 700만 해외동포 중에서 성적이 좋은 지망생이 더 많다는 건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음악이란 창조적 작업은 매뉴얼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우리나라 교육은 교과 과정이라는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어 버린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학교는 화장실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아니고, 이민사회로 구성된 다양한 출신의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것이 아닌데, 학교는 군대만큼이나 강력한 매뉴얼이 작용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각 자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꽃 피우게 북돋아 주기 보다는, 아이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그 경쟁에서 이긴 아이들을 육성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경쟁의 기준은 매뉴얼, 즉 교과서이다.

그러니 그 교과서를 벗어난 재능, 창조적 능력, 개성과 색깔, 자유로운 사고, 상상력은 모두 무시된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 즉 타고 난 남다른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싹 틔울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러니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음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교육의 일차 목표는 훌륭한 시민이 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고,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되도록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가르쳐 주고, 또, 가정을 이루고 또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기본적 소양과 양식을 주는 것이 의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목표는 아이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깨닳게 해 주는 것이다.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데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직업 교육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대학이나 취업이고, 그 과정은 경쟁이며, 거기에는 협동이나 예절 따위는 없다. 

각각의 재능이나 창의성, 소질도 매뉴얼에 없다면, 무시된다.

이 같은 교육의 왜곡이 사회의 왜곡을 가져오고, 그것은 다시 정체성의 혼란과 회의, 반항, 선동의 결과를 가져 온다

미국 교육이 우리 교육보다 더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늘을 기준으로, 미국 교육 환경이 우리나라보다 나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고, 그 안에서 경쟁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자원이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는 수 많은 아이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에게 집중 지원하여 그들로 하여금 성장을 이끌게 하였다면, 

이제는 회색 도시에 색을 입혀줄, 각 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키워 줄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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