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이 아니다.




응급실로 실려 들어 온 환자가 응급실 자원을 다 투입하고, 서너명의 의사가 매달려도 허망하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담당 의사는 제일 괴롭고 곤혹스러운 절차를 남기게 됩니다.

바로 사망 선언과 보호자에게 환자 사망을 통보하는 것입니다.

사고 유형과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이미 보호자들도 스스로 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 예를 들어 평소에 멀쩡했던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거나 갑작스런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한지라 환자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터져 나오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다 필요없고, 살려놔라."

의사가 자기 환자의 사망을 애도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의사가 말하는 미안하다는 것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환자를 놓친 것이 미안하다는 것인데, 그 말이 잘못 이해되면, 내가 잘못해서 미안하다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말 한 마디가 화근이 되어, 멱살을 잡히고, 빰을 맞고, 소송을 당하기도 합니다.

의사는 신이 아닙니다.
의사는 수퍼맨도 아닙니다.

그의 지식과 능력의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재수없게 그런 의사를 만나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운 좋게' 그런 의사를 만나서 좋은 결과를 얻은 환자는 수백배 더 많을 것입니다.

저는 긴급 구조에 투입된 구조대 (해경, UDT, 민간 다이버들 등) 모두 그들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도대체 그 어떤 해경이나 지휘부가 아이들 구조에 몸 사리고, 이것 저것 가리고 따졌을까요?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하지만, 한 명의 아이라도 구조해야 한다는 마음은 대통령이나, 총리나 장관도 마찬가지이고 어쩌면 부모만큼이나 절박하고 애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을 대통령으로 둔 것이 아닙니다.
수퍼맨을 총리로, 장관으로 둔 것이 아닙니다.

우왕좌왕하고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 그래서 책임을 묻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은 또 그렇게 하면 됩니다.

국민들도 잊지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아직 다 수습되지 않은 지금, 정부 관계자의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트집잡고, 의혹을 가지고, 딴지를 걸어대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구조는 포기하겠습니까?
이제 사망 선언을 해도 좋겠습니까?

지금 선정적 기사, 저열한 가십으로 도배하는 언론,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쏟아내는 기사, 근거없는 루머와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자들은 이미 멍든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상처를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사고이며, 본질적으로 그 둘의 관계입니다.

정부는 피해자 편에서 사고 대처와 구조를 하는 것이며, 국민들 역시 이 편에 서야 합니다.

따라서 이 상황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정부의 지휘를 믿고 따를 때입니다. 불신과 의혹으로 구조와 수습이 방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부의 잘못을 가리고, 이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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