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독점권과 사무장 병원, 사무장 병원의 진짜 문제에 대하여
이 포스팅은 의료기관의 개설권과 개설자, 개설독점권 문제, 강제지정제의 배경, 사무장 병원의 실체와 이것이 갖는 진짜 문제점에 대한 것입니다.
의사라면 당연히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또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점들을 짚어 보았습니다.
1. 의료법 33조
의료법 제 33조는 의료기관 개설권을 포함한, 매우 중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첫째, “의료업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 “법이 정한 몇 가지 예외 규정을 제외한 모든 의료업은 반듯이 의료기관 안에서만 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의료>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의료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이 규정에 어긋나는 의료 행위 그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의료 행위를 하고 금전 거래를 하는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라 보여진다.
즉,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거나, 의료기관 밖에서 진찰, 상담, 혈압측정과 같은 간단한 검사 등을 하더라도 그것이 의료업(즉, 돈을 받는 행위)이 아니라면 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셋째, 의료기관 개설은, 의사나 국가 및 공공기관, 의료법인 및 민법상 비영리법인 만 가능하다.
이 때, 의사를 제외한 <국가, 공공기관, 의료법인 등>은 모두 국가기관이거나 법인이며, 이들 법인 등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설립 가능하므로, 자연인으로써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의사>만 유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인으로써는 의사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것을 통상 <개설 독점권>이라고 부른다.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제한은 없으며, 의원 뿐 아니라 병원이나 종합병원도 개설할 수 있다.
2. 의료기관의 종류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크게 의원 및 병원으로 양분하여, <의원은 주로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은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 때, <주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를 정하여 고시하라고 법이 정하고 있다.
이를 정하는 것을 바로 의료전달체계의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의료전달체계란 환자의 병증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의 절차를 정하는 것이므로, 각 의료기관의 업무가 무엇이냐를 정의하는 것에 따라 그 체계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기관 표준업무 고시는 이루어졌으나, 이를 근거로 하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는 없는 형편이다.
3. 의료법인 등의 개설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의원 뿐 아니라 병원이나 종합병원. 심지어 상급종합병원도 가능하지만, 통상 일정 규모가 넘어가는 병원인 경우는 의료법인이나 민법상 비영리법인을 통해 개설하게 되는데, 이는 개인이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다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법인으로 전환하여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법적, 세제적 면에서 개인 사업자로는 지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의사가 자연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여 병의원을 경영을 하게 되며, 이 경우 의료기관 경영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온전히 그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인 혹은 민법상 비영리법인”(이하, 의료법인 등)으로 개설할 경우, <법인 사업자>로 등록하여야 하며, 이 법인의 설립자는 의사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고, 누구나 관청의 허가를 받아 의료법인 등을 개설할 수 있다.
다만, 법인을 설립할 때, 병원 건물 등의 자산을 모두 법인에 귀속(소유권 등기 이전)시켜야 하며, 이렇게 된 이후 그 자산은 개설자 혹은 원래 자산 소유자의 것이 아니라, 의료법인 등의 소유가 된다.
즉, 병원 개설자나 원래 소유자는 더 이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의료법인 등이 그 병원을 운영하여 생기는 이익은 병원 개설자나 운영자, 원래 소유자에게 줄 수 없으며, 온전히 의료법인 등의 이익이 된다.
또, 의료법인 등은 상법상 법인(즉, 주식회사)과는 달리, 투자를 받을 수 없고, 이익을 배당할 수 없다. (이를 허용하자는 것이 소위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다)
만일 의료법인 등이 법인 폐쇄 결정을 하게 되면, 병원 등 자산은 국고로 넘어가게 된다.
즉 경영 악화 등으로 의료법인 등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날 경우, 부채를 상환하고 남은 잔여 자산 모두를 국고로 귀속해야 하는 것이다.
또, 원칙적으로 의료법인 등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므로 이를 남에게 양도할 수 없다.
개설자 혹은 원래 자산 소유자는 의료법인 등의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4. Cream Skimming
만일 어떤 사람이 강남에 클럽을 새로 연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그 클럽의 “물 관리”를 위해서 입장객을 가려 받기로 했다. 그래서 입구에 ‘기도’를 세우고, 예쁘거나 잘 생긴 젊은이들만 입장시키고, 나이가 들었거나 8:2 가르마를 한 아저씨들의 입장을 막았다.
이 같이 손님을 선택해 가려 받는 행위를 불법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왜냐면, 그 클럽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사유재이며, 주인은 손님을 가려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만일 어떤 사람이 고급 레스토랑을 만들고 부유한 사람들만 입장시키기를 원한다면, 쓸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보통 사람들은 높은 가격 때문에 오지 않으려 하고, 그 가격에 부담이 없는 부자들만 오게 된다.
이처럼 재화에는 그 소비자를 가를 수 있는 성격이 있는데, 이를 “배제성”이라고 한다.
사적 재화에 배제성을 부여하여 소비자, 이용자를 배제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공공성이 있는 재화 즉, 공공재인 경우에는 이 같은 배제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즉 공기는 누구나 마셔야 하고, 수도물도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공공 도로나 공공의 공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는 어떨까?
의료는 사회 안전망의 중요 축이며, 누구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좋은 사회, 건강한 사회이다.
그래서 의료 제도를 설계할 때, 의료 서비스라는 재화에 배제성이 있도록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는 <전국민>을 의료보험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이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 모두가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또 나아가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등록시켜 건강보험 가입자 즉,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것을 강제지정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강제지정제의 문제는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사적 재화가 투입된 민간 병의원이란 것이다.
즉,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강제로 징발해서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건 대단히 부당한 일이며, 국가 권력의 남용이고, 헌법이 보장한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강제지정제의 시초는 과거 의료보험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보험료를 내고 의료보험에 가입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공공의료로는 국가가 국민 건강을 책임질 수 없어 내놓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충분한 의료기관이 공급되었거나,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여, 민간 의료기관을 강제로 징발하는 강제지정폐를 폐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및 시민단체는 만일 강제지정제를 폐지할 경우, 의료기관들이 마치 강남의 클럽이나, 고급 레스토랑처럼 배제성을 갖고 환자를 골라 받을 것이라며 반대한다.
즉, 맛있는 것만 쏙쏙 빼먹는 것처럼 돈 되는 환자만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 이유인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를 가려 받는 것, 돈 되는 것을 쫓아 가는 것을 Cream Skimming이라고 한다.
사실 Cream Skimming현상은 의료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하에서는 산업 전반에서 걸쳐 이루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나 시민단체는 사회안전망으로써의 의료 공공성을 들어, Cream Skimm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며, 강제지정제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하자면, 공공의료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어 있어서, 설령 민간 의료기관이 Cream Skimming을 하더라도, 공공의료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공공의료와 공공의료 기관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공공의료의 확충에는 소홀히 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민간 투자의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마치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 시설처럼 관리하며 강제성을 부여하고, 규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민간의료기관에 일체의 투자나 지원은 하지 않고, 또 의료인력 양성에 단 한 푼의 돈도 들이지 않으면서, 민간이 투자하여 양성한 인력과 병원, 시설 등의 자원을 강제로 징발하고, 써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과 의료기관에 정부가 재원을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일부 학자들은 강제지정제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그 반대 급부로 의사에게 의료기관 개설 독점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의사에게 개설 독점권을 준 대신, 의료기관이 Cream Skimming을 막기 위해서 강제지정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을 동의할 수 없다. 왜냐면, 개설독점권은 강제지정제 이전에도 있어 왔던 것이고, 이 둘의 직접적 연관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5. 의료기관 개설 독점권과 사무장 병원
개설 독점권은 앞서 설명한 의료법 33조에 따라 의료기관의 개설은, 의사, 국가, 비영리법인 등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이 중 자연인은 <의사>만 가능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의료기관의 개설권을 의사에게만 주는 이유는 의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봐야 한다.
의료기관 개설 독점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일반인 등이 병의원을 차리고, 개설권이 있는 의사를 고용하여 그로 하여금 개설 신고를 하게 하고, 진료하도록 하여, 소득을 나누거나, 의사에게 월급을 주는 형태를 사무장 병원이라고 부른다.
원래 사무장이라는 명칭은 병의원 내의 사무 업무, 즉 원무 행정, 보험 청구 등을 책임지는 자를 말한다.
그런데, 이들 중 자신의 재산 혹은 남에게 빌리거나 투자 받은 돈으로 병의원을 차리고 의사를 고용하여 진료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흔히 일반인이 차린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사무장 병원은 불법이며, 그 사실이 발각되면, 개설자인 의사는 그가 근무했던 기간의 청구 금액을 모두 환수 당하고, 병원은 업무 정지, 의사 본인은 행정처분으로 면허 정지 혹은 취소를 당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직원 급여, 세금 등의 관공서 비용, 임대료 등 각종 지출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사무장은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 아니므로, 법적 책임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롭고 금전적 책임도 대부분 직접 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는 부당하다고 하여, 사무장도 채무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6. 의료기관 개설 재원 마련
의료기관 개설은 병원의 규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통상 병원 개설 비용은 병상당 금액으로 따지는데, 시설 장비에 따라 차이가 있고, 지역에 따라 부동산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통일된 병상당 금액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토지가를 빼더라도 적어도 병상당 2억원~5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볼 수 있다.
즉, 5백 병상 규모의 병원이면 1천억에서 2천5백억원의 자금이 있어야 병원을 건축하고 시설 장비를 갖출 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의원의 경우도 어떤 시설과 장비를 구입하느냐에 따라, 즉 과에 따른 차이가 큰데, 임대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합해 적어도 5억원 정도는 소요된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병의원 개설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건보는 모든 의사의 행위는 동일하며, 모든 의사는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하고, 종별 의료기관에 따른 모든 의사의 동일한 행위의 가격은 같다는 가정 하에 설계되었으며,
반면, 시설 장비 수준과 병상 규모 등으로 의료기관을 분류하고,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4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정하고 있다.
즉, 의사의 행위료는 같으나, 시설 장비 및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른 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더 많은 장비를 갖추고, 더 큰 규모의 병원을 짓도록 유도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의사의 행위료에 대한 가격은 낮고, 검사나 장비 이용에 대한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여, 의사의 직접적인 행위보다 검사나 장비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검사나 장비를 더 마련해야 하므로, 이 같은 점이 의료기관 개설에 큰 비용이 들어가도록 하는 현실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의료기관 개설 비용은, 병원이든, 의원이든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큰 돈이고 이를 자신이 보유한 현금 자산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투자 혹은 대여인데, 의료법인이나 의원 모두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결국은 자금 대여의 형태로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즉, 병의원을 개설하는 순간, 개설자인 법인이나 의사는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 대여는 사인 간의 계약에 의한 대여 즉, 사채인 경우도 있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대여, 즉 대출인 경우도 있다.
규모가 작은 의원인 경우, 비교적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부모, 가족 등 친지를 통해 사채를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해서 큰 돈을 빌려 다행히 안정적으로 의원을 꾸려나가면서 채무를 상환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처음 개원하는 경우, 개원 노하우가 없고, 복잡한 법규와 심사 규정을 몰라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처음 개원한 장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 경우 인테리어, 시설 비용 등을 회수하지 못한 체 크게 손해를 보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 후 재 개원하려면 또 자금이 필요하고, 또 다시 사채를 빌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금을 빌려준 가족, 친지 들과의 갈등이 커지게 되고, 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근래에는 서너 명의 의사가 일정 금액을 같이 출자하여 공동 개원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단독 개원의 경우보다 공동 개원의 경우가 리스크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그럴 수도 있고, 반대일 가능성도 크다.
2만7천여 의원급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약 3만여 개원의를 기준으로 할 때, 이들 중 부채가 있는 경우가 2/3라고 가정하고, 이들의 평균 부채 규모가 4억이라고 한다면, 개원가가 지고 있는 부채 총액의 규모는 적게 잡아도 8조원에 이른다.
이 부채 규모의 시중 금리를 6%로 계산하면 이들이 시중 금융사, 친지 등에게 지불해야 할 이자 규모는 4천8백억원이다. 원금 상환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2012년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의 총진료비 규모는 10조4억5천만원이었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 보자면, 개원가는 보험급여비와 본인부담을 합친 총진료비의 4.6%를 이자로 지급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금융비용 부담이 없다면, 수가를 4.6% 올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부채는 의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부채가 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있다.
대체로 의료법인 등 병원의 부채는 더 크고, 더 심각하다.
의료법인은 대개 자산을 담보로 하여 대출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출을 늘리기 위해 병원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가 서면 넘어지듯, 확장이 멈춰지는 순간 무너지는 구조로 경영되는 병원이 상당하다,
그래서 만일 의료기관이 지는 금융권 부채 액수가 20조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만일 의료 정책이 하나 잘못 설계되어 의료계가 연쇄 부도에 빠지게 되면, 그 금융 부담은 일부 민간인과 은행권으로 넘어가게 되고, 이는 곧 금융 부도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이는 의료 공급의 붕괴가 비단 의사들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의료 공급이 붕괴되면 당장 국민들의 건강권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금융 기관 부실화, 나아가국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나아가 시설이나 장비에 투자하지 않고 큰 비용 없이 개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진찰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진찰료를 인상하여 개원 의사들이 검사나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진찰료에 의존하여도 적정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누구도 큰 공간을 임대하거나 많은 인력을 고용하거나 시설 장비를 갖추는데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또, 검사비 등의 재정 지출이 줄게 되어, 진찰료 인상이 재정 악화를 가져오지도 않을 것이다.
진찰료가 인상되면,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이건 수가를 대폭 올리는 것만큼이나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다.
7. 사무장 병원의 진짜 문제
사무장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개인의 능력으로 개원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적발될 경우, 건보 공단의 환수 책임은 물론, 면허에 대한 행정조치, 그 밖에 소모품 등 의료기관 거래처에 대한 부채를 책임져야 한다.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그 의료기관의 개설자이고, 사업자 등록증에는 그의 이름이 기재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무장 병원의 사실 상의 문제이다. 사무장 병원에 근무하여, 사무장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하거나, 환자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건 사무장 병원 문제의 본질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사무장들의 압박에 못 이겨 과잉 진료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심사와 적정성 평가를 하고,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이상, 또 환자를 유인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가 의도적으로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만일 있다면, 그건 그 의사의 윤리적, 의료법적 혹은 건강보험법적인 문제지 사무장 병원의 직접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사무장 병원의 실질적 문제는 적발 시 그 의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책임을 모두 떠 앉아야 한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그의 이름으로 개설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의사들이 불법임을 알고도 사무장 병원에 취직해야 하는 이유도 다시 생각해 보자. 그건 개인의 능력으로 개원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이들이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바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무장 병원의 합법화 즉, 개설 독점권 포기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
만일 의사들이 개설독점권을 포기하고,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도록 한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사무장이었던 자는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돈으로 의원을 꾸미고,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 허가를 받고, 사업자 등록증을 낼 것이다.
의사는 월급쟁이 의사로 그 병의원에 근무하면 된다.
의사가 의료법인이 아닌 작은 규모의 병의원에 일반인 (그는 어쩌면 방사선 기사 혹은 물리치료사, 간호조무사일수도 있고, 동네 수퍼 주인, 아니면 이웃 약국의 약사일수도 있다.) 밑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고 일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경제적으로 개원하기 어려운 의사들이나, 개원 자금에 대한 리스크를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의사들의 안정적(!) 근무처가 생길 수 있다.
불법 행위로 인한 막대한 환수나 면허 정지 따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만일 우려하는 것처럼 이들 사무장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나면, 의사들의 일자리를 그만큼 늘어나고, 의사 모셔가기 경쟁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또, 일반인 개설이 허용되어 점진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계가 도입되면, 오히려 경쟁력을 갖춘 병의원이 출현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점은 기존 병의원에게 위협이 될 수 있지만, 그들 역시 필요하면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가정은 모두 장밋빛 상상일 뿐, 예견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의료계에서 의사들의 권위와 위상의 추락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설독점권의 포기는 쉽게 거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며, 의료계 내부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개설독점권은 또한 강제지정제와도 관련이 되어 있다.
정부나 가입자 단체는 개설독점권을 주는 대신, Cream Skimming을 막기 위한 강제지정제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제지정제 폐지와 개설독점권을 포기를 연계해 볼 수도 있다.
핵심은, 의원 및 소규모 병원 경영 개선책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대로 방관할 경우, 오래지 않아 우려했던 사태, 즉 의료공급의 붕괴, 연쇄 부도와 금융부실화, 국가 경제 위기가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하는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는 그냥 공무원으로 취직시켜달라는 자조 섞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말은, 기존 의사들이 그렇게 강력하게 막고 있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이다. 정말 이대로 가면, 의사들이 나서서 NHS 도입, 주치의 제도 도입을 걸고, 파업을 강행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이제 변호사, 한의사의 몰락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넋 놓고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개설독점권 포기, 강제지정제 폐지 등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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