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에 대한 치유법
지난 2월, 이스라엘 대통령은 독일 총리에게 "명예 시민"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명예 시민증이 아니라, 훈장입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권위있는 훈장이라고 합니다.
독일은 2차세계대전 중에 무려 600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의 총리에게 훈장을 준 것입니다.
그 한달 전에는 이스라엘 의회는 나치 정권과 관련된 모든 욕설을 금지하는 여당 법안을 사전 승인했습니다. 또 수감복이나 유대인 표식(황색 배지) 등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상징을 쓰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상대를 히틀러 같다고 성토하거나 사진에 나치 친위대(SS) 유니폼을 합성하는 등 과거사 모욕 사례가 늘면서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규정을 어기면 최장 6개월 옥살이를 하거나 최고 2만9천 달러(한화 3천8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라는 내부 반론에도 불구하고 입법이 추진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상식적이며,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왜?
독일 돈이 필요한가? 뭐 부탁할것이 있었나?
그러나, 이스라엘이 자존심을 버려가며 독일 원조를 받을만큼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건, 아마도 독일의 지속적인 노력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그 지속적인 노력이란, 유태인 학살이라는 과거사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진심어린 사과를 말합니다.
이번에 훈장을 받은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해 유태인 수용소를 찾아가 헌화하며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독일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후손들에게 대대로 이 같은 과거의 잘못을 똑바로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도, 의회 연설을 통해 “독일의 이름으로 자행된 600만 유대인 대학살은 전체 유대인들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사죄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이렇게 머리를 숙이고 낮은 자세를 취할 때, 독일 언론이나 국민 누구도 자국의 수반이 하는 행동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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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 인적 교류 모두 양국의 경쟁력을 강화시켰으면 시켰지 누구도 손해볼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일본에는 우리 동포가 수 백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가까운 이웃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의 전제 조건은 과거사 해결입니다.
양국 간의 과거사는 두 나라가 충돌하여 생긴 것이 아니라, 일방적 침략과 수탈에 의해 생긴 것입니다.
유태인들이 독일 나치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육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이며, 이 과거가 잊혀지려면 가해자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한일 관계가 반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소원한 건, 일본이 여전히 과거에 대한 사과나 미안함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fact 입니다.
한편, 일본은 이미 보상도 해 주었고, 사과도 할만큼 했는데 뭘 더 하라는 이야기냐? 며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과는, 상대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질 때 까지 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냥 쏘리! 한 마디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편, 우리 역시 품위있는 피해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구차하게 쫓아다니며 사과하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사과하기 싫으면 관 둬라. 그 대신 우리도 선을 긋겠다"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국제적 지위가 높아져야 하고, 국가 경쟁력과 국력이 커져야 합니다. 국제 사회에서 일본을 망신 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어야 합니다.
독일이 이스라엘에게 사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양심의 문제이거나 독일인들이 남에게 잘 사과하는 민족이라서가 아닙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독일에 비해 경제력에서는 뒤떨어질지 몰라도, 전세계 특히 유럽, 미국에 퍼져있는 이스라엘 민족이 갖는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의 침략을 받고 고통받은 동남아 국가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우리처럼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은 그 나라의 국력이 낮은 때문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뭐라한들 일본이 들어 주지도 않을 뿐더러, 그들은 일본의 원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는 서열이 질서를 정하고, 나라 안에서는 관습과 국법으로 질서가 있지만, 국가간 질서는 오로지 힘 밖에 없습니다.
국가 간에는 페어 플레이나 윤리 따위는 없습니다.
그 기준으로 국제 질서를 보면 오판하고 착각하게 됩니다
힘을 기르는 것이 오로지 답입니다.
과거사를 치유하는 방법도 힘을 길러 사과하도록 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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