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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이유있는 반란





병원의 매출은 병상 수에 비례하여 산술 급수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편'(!)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200 병상 병원의 월 매출이 5억이라면, 400 병상 병원 매출은 월 10억이 아니라 25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하급수적 매출 증가는 대형병원과 중소 병원의 격차를 벌리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기하급수적 매출로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대형병원은 중소병원에서 흔히 투입하기 어려운 분야에 전문가들을 두고, 경영 개선이나 질 관리 등을 할 수 있고, 제도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이를 돌파하기 위한 경영 기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흔히 4대 메이저 병원으로 분류되는 삼성서울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의료계 시국은, 의원은 물론 병원도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병원계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의 급여화로 간신히 붙어 있는 숨통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사실 "잘 나가던" 대형 병원들이 최근 들어 위기를 느끼게 된 계기는 2011년 CT, MRI 등 영상장비 검사의 수가 인하 단행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영상장비 수가 인하는 영상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 병원일수록, 또 영상장비를 통한 매출이 큰 병원일수록 타격이 크므로, 대형병원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의료비 지출에서 행위료보다 검사료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 행위료 비중을 높여야 해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는 여기선 논외이다.)

CT, MRI, PET 등의 영상장비 수가 인가 단행은 년간 1천억원 이상의 병원 매출 감소를 가져 올 것으로 보았고, 대형 병원일수록 그 매출 감소는 더 커질 전망이었다.

궁지에 몰린 대형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영상장비 수가 인하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아 행정 소송을 제기하였고, 결국 승소하여, 수가 인하 고시 발표 후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약 5개월 간의 인하된 청구분 750 억원을 되돌려받게 되었다.

물론 정부는 법원이 지적한 절차를 다시 밟아 결국 영상장비 수가는 2012년 이후 ‘적법하게’ 인하된 상태이다.

이후 병원 내 포괄수가제가 일괄 적용되었고(2013년 7월), 이제 3대 비급여 급여화가 도입될 경우 이 충격을 견디어내지 못할 병원은 상당 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고작 몇 가지 수가 항목의 가격 조정이나 급여화로 병원이 휘청거린다는 것이 잘 납득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모순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건보 수가 중 급여 항목(보험 적용을 받는 항목) 의 상당수는 원가 이하의 수가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적자 원가 구조를 가지고도 병의원이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의 적자를 보전해 주는 비급여 항목(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항목. 비급여 항목은 정부가 정하지만 그 가격은 각각의 병원이 정한다.)이 있기 때문인데,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은 이 급여와 비급여를 ‘퉁치면’, 다시 말해 비급여 항목 소득으로 급여 항목의 적자분을 메꾸면,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로도 병의원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왔던 것이다.

정부나 공단의 이 같은 태도는 추정이나 억측이 아니라, 실제 심평원 등이 발간한 자료에 적시 된 이야기이다.

한편, 2000년 이래 병원들은 건보 재정 지출 분 중 의원과 비교하여 가져가는 비중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는데, 그건 1998년 이래 의료전달체계의 완벽한 붕괴와 소위 암정책에 따른 새로운 시장의 도래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77년 의료보험 제도 도입 이후 전달체계가 어느 정도 구축된 시기에는 1차의료기관 즉 의원이 호황을 맞았고, 전달체계가 무너지는 시기에는 병원이 호황을 맞았던 바 있다.

그렇다고 2000년 이후의 모든 병원들의 수익 구조가 월등히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40 여개의 상급종합병원이나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한 지방 병원들의 경영은 상대적으로 더욱 악화되었고, 수익 구조는 날로 박하게 되었다.

지방의 어느 병원 경영자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자전거와 같다. 멈추면 쓰러지게 된다.”

이 말은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 때 성장이란 질적 성장이 아니라, 양적 성장을 의미하며, 이는 계속 외래를 늘리고, 병상을 늘리고, 건물을 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 차입을 더 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덩치를 부풀어 오르는 거품처럼 키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런 거품 성장을 하는 것도 병원 주변에 나대지나 확장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여유 부지가 없거나, 인근 토지나 건물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병원은 간신히 바퀴만 굴러가는 자전거와 같다.

물론 거품처럼 커지는 것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 제도가 바뀌거나 경영 환경이 바뀌면 말 그대로 ‘거품처럼’ 터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한 폭탄 같은 병원, 폭탄 돌리기를 하는 병원은 예상 외로 많다.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의 비급여는 특별히 더 많은 재료비나 인건비가 투입되지 않아도 더 많은 매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항목에 해당하는데, (선택진료비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박한 경영 구조 속에서 알토란 같은 이 비급여를 깍는 건 병원으로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CT, MRI 등의 영상장비 수가로 대형 병원이 휘청 거린 이유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병원의 수익 구조가 악화될 경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병원 서비스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병원 서비스 수준을 낮추더라도 수익 구조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 차입 경영으로 돌아서야 하고, 결국은 파산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열악해지면, 언급했듯이, 대형병원들은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병원 경영 전문가, 위기 관리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나름대로 활로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맬 것이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병원들이나 가볍게 움직이기 쉽지 않는 병원들은 결국 직격탄을 맞고 스러질 것이다.

이게 오늘 날 대한민국 병원계 현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행보는 참신하기보다는 사실 두렵다.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었고, 그래서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이 같은 링 위에서 환자를 놓고 경쟁을 벌어야 하는 가운데, 또 4대 메이저 병원들이 외래 환자, 수술 환자를 싹쓸이 한다는 비난이 오가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중증 환자를 제외한 재진 환자 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사실 '반갑고, 놀랍고, 참신해야' 하는데, 두렵다.

심지어는 '니가 뭔데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를 걱정하느냐?’는 반문까지 하게 된다.

왜냐면 수 만개 의료기관 중 하나,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의 일탈(!)로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잡힐 리 없기 때문이다.

또 삼성서울병원의 이 같은 행보가 다른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들에 영향을 주어, 이들도 삼성서울병원처럼 ‘돈 걱정 없이’ 의료전달체계를 따라 진료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견, 삼성서울병원 경영진의 이 같은 결정은, 병원 수익 구조와 관계없이 국내 병원이 아닌 세계적 병원과 경쟁을 하여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연구 중심 병원, 중증환자 중심 병원으로 돌아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경영진이 언급한 MD 앤더슨은 1970년 대 초 미국 정부가 암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만든 텍사스 메디컬 센터 중 한 병원이다.

텍사스 메디컬 센터는 50개가 넘는 비영리 의학 연구소와 3개의 의과대학, 6개의 간호대학, MD 앤더슨을 비롯한 20개가 넘는 병원과 8개의 전문 병원 등으로 구성된 메디컬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의료시설은 대부분 비영리이며, 미국 정부와 각종 재단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그러면서도 그 비싸다는 진료비를 환자 혹은 보험사로부터 거두어 들인다.

물론 삼성서울병원 역시 삼성생명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세운 병원이며, 이 재단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그 설립 이념을 지켜나가기 위해,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그래서 발생하는 손실은 모두 재단이 메꾸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이같은 경영 기조가 반갑고 참신하기 보다는 두려운 건, 삼성은 그럴 수 있을 것이기에 두려운 것이다.

왜냐면, 국내 대부분의 병원들, 심지어 국립 서울대 병원이나 그 외 사립대학의 대학 병원들 대부분이 병원 매출에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연구 중심 병원, 중증질환자 병원으로 돌아서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서울병원의 이 같은 파격은 벼랑 끝 위기에 서 있는 다수 병원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삼성서울병원의 이 같은 실험이 일장춘몽이 될지, 대한민국 병원계의 획기적 전기 마련의 방아쇠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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