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를 하면 누가 반대할까?
무상의료는 진보 진영과 야당의 주장인데, 무상의료의 개념은 병의원을 이용할 때 별도의 진료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상의료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건강보험을 존속시키고, 보장성을 100%로 끌어 올려 본인 부담을 '0'로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건강보험을 폐지하고 이른바 '의료 복지 제도'를 도입해서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국가가 직접 의료시스템을 운영하는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보험료를 없애는 대신 세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사실 어느 쪽이든 재원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므로, '무상'이 '무상'은 아니다.
무상의료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강력하게 통제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 소비는 제한되고 규제되며 지금과 같은 '선택권'은 강력히 제한되어야 한다.
이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의료소비가 경합되므로 과소비는 극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공급의 통제는 지금도 지나치게 강력하므로, 사실 의료 공급자들이 겪는 통제감이 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급자들은 정부나 공단만 상대하면 되므로 전선을 줄일 수 있고,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착한 적자'를 내고 있는 공공병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NHS를 운영하는 영국의 1차진료의는 전세계 1차진료의 중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이미 의료업으로 떼돈 버는 시기는 물 건너갔다.
그러니, 무상의료가 도입되면, 국민들은 처음에는 이를 반길지 모르지만, 종국에 이 제도에 불만을 터트리고 반대할 주체가 될 것이다.
지금의 국민들은 현재도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쇼핑하듯, 미장원에서 머리하듯, 이것 저것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예쁘게(?) 해 달라고 주문한다.
왜냐면, 자기 호주머니에서 진료비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며,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진료비는 총진료비의 20~30%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매달 내는 보험료는 별도 이야기이다.
무상의료가 실현되면, 이런 주문은 더 이상 씨알이 먹힐 수 없다.
의사를 만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암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원래 의료는 돈이 많이 드는 행위이다.
그런데, 소비자, 공급자, 보험자의 세 축에서 누군가가 희생을 치루고 있었기 때문에 수십년간 저렴한 의료가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 희생의 임계점이 넘어선지 오래이고, 어떤 식으로든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난, 무상의료가 그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현실성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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