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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활성화의 “진짜 문제”라구?




먼저 왜 “의료 영리화 방안”이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선에서 논의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부 시민단체, 의료계 일각에서 이 방안 (즉,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등)을 <의료영리화>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보건 복지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전 영역을 대상으로 외자를 유치하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수출을 확대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젠다를 모으는 작업이다.

행정부 중 보건복지부는 이 투자활성화 대책안으로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을 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꾀하고 있는 투자활성화 대책과 보건복지부의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과는 도대체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간략히 말하자면, 의료 체계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건 대한민국 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이 기회를 잡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질병은 시대에 따라 주류를 이루어 온 대표 질환(?)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감염성 질환에서 외상을 거쳐 급성기 질환으로, 다시 암질환으로 그 시대를 대표한 주요 질환들이 있었고, 21세기 오늘 날 전세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질환은 다름 아닌 만성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의 보건부는 고령화와 이에 따른 만성질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다시피 만성질환은 고비용 질환이며 낫는 병이 아니어서 치료 (CURE)보다는 관리(CARE)가 더 중요하고, 종국에는 합병증이 병발하여 많은 의료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 질환이라는 특징이 있다.

고령화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고, 더불어 만성질환의 급증은 각국 보건 당국자들로 하여금 자국의 의료 체계를 정비하고 대비하게 하는 촉발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교통과 교역의 발달로 세계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 국경을 넘어 진료를 받으러 가거나 진료를 하러 가는 일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돈은 있으나 자국의 의료 수준이나 인력으로 자국 국민에게 제대로 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던 나라들이 이젠 자국의 의료 설비나 인력을 육성해서 국외로 유출되는 의료비 지출을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거시적 시각으로 볼 때, 의료 시장에 불어 닥친 이런 바람은 어떻게 보면, 경영적 측면에서 극한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 의료계로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이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은 일단 옳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기회를 외자 유치, 기업 투자, 고용 창출, 수출 확대로 연결지으려면, 법적 제도적 뒷바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법인의 자산을 마음대로 국내외에 투자할 수 없다는 법적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의료법인을 상법상 법인 즉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는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며, 설령 투자개방형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한다고 하여도 기존의 의료법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만들어지는 의료법인에 대해서, 투자개방 형태를 취하도록 할 수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첫째, 투자개방형 병원은 국민적 거부감과 저항이 크고 둘째, 이미 수 천에 이르는 의료법인에게는 역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으며, 셋째, 기존의 의료법인을 도외시 하고 신규 법인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은 실효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놓은 묘안(?)이 바로, 기존의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영리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 자법인로 하여금 해외에 진출하거나 외자 유치, 기업 투자, 고용 창출, 수출 확대의 도구(vehicle)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쯤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은 “그런데 과연 어떻게?”이다.

도대체 기존의 의료법인이 영리자법인을 허용한다고 해서 어떻게 해외 진출, 외자 유치, 기업 투자 유치, 고용 창출, 수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냐는 것이다.

사실 대단히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기사의 박형근 교수처럼, 영리 자법인을 허용한다고 도대체 누가 거기에 투자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만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어떻게”는 정부가 일일히 규정하고 가르켜 줄 바가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미 설명한 바대로 전세계적 보건의료 기조의 변화 흐름 속에서 국내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와 기술력, 인력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만 만드는 것이다.

즉, Vehicle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몫이고, 그걸 타고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그건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몫인 것이다.

하지만 굳이 실례를 들자면, 이런 점이 있다. 즉,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는 병원 수출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추진해 온 바 있다. 병원 수출이란, 병원 건물을 짓거나, 기자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건축에서 기자재 등 의료기기 설치와 전산화 시스템 설치 등 하드웨어와 국내 의료 인력이 직접 가서 환자를 보고, 경영을 직접 하는 소프트웨어까지를 모두 말한다.

이미 중동을 비롯한 상당 수 국가들은 자국의 의료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에서 병원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가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지만, 문제는 이들 국가의 의료 인력들이 덥고 생활이 불편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에 가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 설령 이들이 온다고 해도, 만족할 만한 급여를 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병원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국내 병원이 외국에 진출할 때 생기는 첫 번째 문제는 그 나라에 법인을 설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법인을 설립하지 않으면 병원을 할 수 없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현지 법인과 합작의 형태로 상법상 법인 즉,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 법인이 병원을 경영하고, 병원 경영에 따른 이익을 지분에 따라 배분하게 되는데, 국내 의료법 상 의료법인은 상법상 법인 즉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국내 의료법인의 해외 진출 기회를 막는 독소 조항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즉, 상법상 법인 설립을 허용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 또 이런 반론이 나올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병원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법을 바꿔가며 영리자법인 허용을 하자는 것이냐?

그러나 이건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왜냐면, 중요한 건, 규제를 푸는 것이지, 얼마나 많은 병원이 나갈 것인지 미리 예측하고 우려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천적으로 출구가 막혀 있는 것과 문을 열어 놓고 알아서 나가라고 하는 건 천양지차이다.

실물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그것이 어디로 튈지 알기 쉽지 않다. 좋은 토양과 적절한 햇볕과 물을 주면 상상치 못한 나무가 자랄 수도 있다. 한국인의 저력으로 보자면 지금은 틈새 시장과 같은 해외 의료시장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의료계에 주자는 것인데, 이를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

또 이 같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굳이 <의료 영리화>라고 부르겠다면, 그것도 좋다.

그런데 의료영리화를 절대악인양 취급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의료영리화를 망국의 길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 의료서비스보다 사업에 충실하라고 부추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코메디 같은 이야기이다.

병원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벌어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비영리 의료법인이란 형태는그 돈을 법인을 만드는데 출자한 자 맘대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병원은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적자를 줄여볼까 혈안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혈안이 되고 있다는 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환자를 등쳐 진료비를 더 뜯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출을 줄여 적자를 줄여 볼까, 직원 급여를 깍고 인력을 줄이는 등 경상비를 쥐어 짜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만일 병원이 해외진출을 하던, 투자 유치를 하던 화장품을 팔던, 메디텔을 하던, 이익이 생기면 당장 적정 인원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급여를 정상화시키고 병원 환경을 개선하는 것부터 돈을 써야 할 판이다.

아마 의료법인 형태의 병원 십중 팔구는 그래야 할 것이다.

허대석 교수의 주장은 병원이 진료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정상적인 경영이 되어야지 진료외 수익에 의존해서야 되겠느냐는 것 같다.

대단히 이상적인 이야기이고 절대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현실을 무시한 체 영리화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마냥 수가나 올려달라고 하는 건, 어린애 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가 인상 주장은 10년 전에도 있었고, 20년 전에도 있었고, 30년 전에도 있었던 이야기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수가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병의원 경영자와 종사자들이 10년만 더 견디면 수가가 현실화되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의료기관을 경영하고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대단히 미안하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현 건강보험체계의 구조상 수가 현실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허한 수가 현실화 주장만 반복하며 어린애처럼 떼 쓰고 있어야만 하나?

지금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빨리 쥐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예상과 달리 중동에 서로 나가겠다고 하는 건 그들도 모험심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본능적으로 국내 의료 여건이 최악의 상황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작, 이 같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혹은 의료 영리화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들 대책은 모두 병원에 대한 대책, 특히 병원 중에서도 의료법인에 대한 대책이라는 점이다.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는 의료법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의 의료기관도 다수 있다.

의원의 대부분이 그러하고, 100 병상 내외의 소규모 병원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물론 일부 종합병원 중에도 여전히 개인 사업자를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의료법인에 대해 혜택을 주는 건,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고, 정부의 정책 기조는 지난 1990년 이래 의원보다는 병원, 소규모 병원보다는 종합병원에 치중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병원이라도 잘 되야 하지 않겠느냐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모든 정부 정책에는 결정적 결함이 있는데, 그건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는 의료전달체계 혹은 의료이용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 없이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을 더 우대하고 더 혜택을 주면 줄수록, 그 하층을 차지 하고 있는 의원, 병원은 더욱 더 열악해지고 종국에는 의료 공급 생태계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투자활성화 대책과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도외시하고 외면하는 것이, 더 크고 더 중요한 현실적 문제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문제는 들먹이지 않는다.
이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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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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