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원칙 - 산케이 기자 기소에 붙여



싸움의 제 1 원칙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이다.
싸움을 피하는 건 비겁한 것이 아니다. 손자도 주위상계(走爲上計) 즉, 전략상 후퇴도 병법이라고 했다.

두번째 원칙은 '상대를 봐 가며 싸워라'이다.

이건 여러 의미가 있는데, 싸움도 격이 있어야 하고, 상대가 나와 너무나 수준이 다르면 싸우지 않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이다. 너무 수준이 떨어지는 상대와 싸우면 그 순간 그는 나와 격이 같아질 뿐 아니라, 수준 떨어지는 상대와 싸워 아무리 이긴들 좋은 소리 듣긴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공인은, 주목의 대상이 되고, 많은 비난과 음모론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데, 특히 허위의 사실을 통해 명예를 훼손당하기 십상이다.

명예를 훼손하는 주체는 비특정의 시민일수도 있지만, 주요 언론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공인이 언론을 통해 명예를 훼손당할 때 어떻게 대응 해야 하는게 옳은가에 대한 정리를 이미 50년전에 한 바 있다.

이름하여, <뉴욕타임즈 대 설리반> 소송의 미연방대법원 판결이 그것인데, 결론은,

“자유로운 토론에서는 때로 잘못된 표현이 불가피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숨 쉴 공간’이 필요한 이상 그것(잘못된 표현)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공무원의 행동을 비판하려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사실적 측면에 대한 완벽한 정확성을 요구하는 종전의 명예훼손법칙은 언론으로 하여금 ‘자기 검열’을 강요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즉, 자기 주장을 하다보면, 때로는 잘못된 표현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마저 처벌하면 언론을 막게 되며,

만일 공인에 대한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시작할 경우, 언론은 스스로 검열을 통해, 공인에 대한 비판이 느슨해질 것이며, 그것은 더욱 더 큰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공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현실적 악의’, 즉 상대방이 진실이 아님을 알았거나 진실 여부를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일본 산케이 신문의 한국 지국장은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날,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말로 옮기기 지져분한 추문을 보도한 바 있다.

누가 보아도 이 같은 보도는 악의적인데, 이후 산케이의 보도는 허위 보도임이 밝혀졌고, 이 같은 보도를 한국 언론과 일부 사회시민단체 등이 받아 침소붕대하며 여론화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보도를 수사한 검찰이 산케이 신문 지국장을 기소하였고, 산케이 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을 물론,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이를 비난하였다.

미국 정부 역시 사태를 주목하면서, 기자 회견을 통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코멘트했다.

미혼의 여성 대통령을 놓고, 너절한 추문을 보도한 산케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 훼손을 한 것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을 한 것이므로, 당연히 비난받아야 하며, 이 기사를 옮겨가며 국론을 분열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 또한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과연 이 기사를 놓고 기소하여 재판정에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싸움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산케이 한국 지국장을 기소함으로써, 산케이를 주류 언론으로 승격시켜 주고, 그들로 하여금 이 소재를 통해 센세이션 시켜 줄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적(?) 정서로 보자면 기소하고 처벌할 뿐 아니라, 아작을 내 줄 일이지만, 정무적 판단은 미흡하고 게다가 공인의 명예 훼손에 대한 국민적 정서에도 맞지 않을 듯 싶다.

개가 달을 보고 짖는다고 그 때마다 두들겨 패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격이 맞지 않으면 때로는 모른 척 넘어가줄 필요도 있는 것이다.

참, 싸움의 세번째 원칙은 "일단 싸움을 시작했으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해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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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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