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 중 시리아 폭격의 의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을 마친 직후 시리아 폭격을 명령했다. 폭격은 지중해에 대기 중인 두 대의 미군 구축함 USS Ross와 USS Porter에서 발사된 59 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시리아 정부군 공군 기지인 알 샤이라트 기지(Shayrat Air Force Base)를 폭격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이곳에서 화학탄을 탑재한 폭격기로 칸 세이쿤 (Khan Sheikhoun) 마을을 폭격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는 시리아 공군이 IS 반군이 장악한 화학 무기 저장 창고를 폭격했고, 그 여파로 시리아 국민들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86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국제 단체들은 백 명 이상이 화학 무기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아직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민간인 마을을 화학탄으로 공격한다는 것이 잘 수긍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로 시리아 국민을 공격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알 아사드 대통령은 적극 부인하며 국제 사회에 사찰을 받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악관은 시리아 폭격 전에 러시아 측에 알렸다고 하지만, 러시아는 당장 반발하고 있다.

크레믈린은 이 폭격으로 미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하게 훼손시켰다고 반발하였으며, 러시아 국방안보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폭격은 유엔 가입국에 대한 침략 행위라며,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 같은 반발은 요식 행위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명령에 대한 비난이 없지 않다.

미국 민주당은 이 같은 행위가 근시안적 행위이며, 러시아와 핵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거품을 물었고, 의회의 승인없이 외국을 폭격한 것은 헌법을 어긴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렇고 그런 정치적 반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최근 TNI(The National Interest)는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심각한 문제거리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꼭 이런 반응 때문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라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즉, 이번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수긍할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거나, 부정적 회담 결과 후 공화당이나 미국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대북 행동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찬 직후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폭격 명령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첫째, 시진핑 주석과의 첫날 회담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은 보여주기 위한 공격의 성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폭격으로 시리아 정부군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리아 내에 21개의 공군기지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알 아사드 대통령을 휘청거리게 할만큼의 충격을 주었다고 보긴 어렵다. 알려진 바로는 4~5 명이 이번 폭격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급하게 공격 명령을 내린 건, 분명히 누군가에서 사인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만일 회담 결과가 만족스러웠다면, 만찬 직후 공격 명령을 내렸을 리 없을 것이다.

둘째,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고립주의 정책이 아니란 것을 보여 준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신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펼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건 역시나 틀린 예측이라는 점을 토마호크 미사일을 통해 보여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IS 퇴출을 위해 지상군을 투입한 바 있고, 그 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며, 시리아 사태와 시리아, 이라크의 IS 문제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셋째,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러시아와 은밀한(?) 관계 속에 있다는 의혹은 많다. 실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잘 알려진 친러파라고 할 수 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다.

그 같은 심중이 드러난 건, 폭격 전에 러시아에 폭격을 통보했다는 사실이다. 시리아 공군 기지 중에는 러시아 공군이 사용 중인 기지도 있는데, 샤이라트 기지에는 러시아 군이나 항공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를 폭격하며 이를 러시아에 사전에 알려주는 건 러시아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폭격 전에 샤이라트 기지에서 군인과 무기, 장비들을 철수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폭격이 있을 것을 미리 알았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만일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사전에 알려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리아 정부 역시 폭격에 대해 형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억측하자면, 시리아 폭격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레버리지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미국의 안보나 국제 질서를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회동 이후 만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이미 긴 토론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 단지 우정을 키웠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만찬은 한시간 반만에 끝났고, 시진핑 주석 일행은 만찬장이 있는 마라라고에서 11km 떨어진 숙소로 떠났다. 11km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지만, 두 정상의 심정적 거리는 지구에서 화성만큼이 멀게 느껴질 것이다.

시리아 폭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제스쳐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이 만족할만한 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의 선택 폭은 좁아지고 있다.
역사는 이렇게 흐른다.


2017년 4월 7일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