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얼르고 달래기 리더십









미국의 보통 가정에서 말썽부리는 개를 다룰 때,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개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행동을 보이면, “Good dog! Good dog!” 하며 개를 어른다. 일종의 행동 강화 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개에게 그러듯, ‘Good boy!”라며 격려한다.

이렇게 cheer up하는 건, 부모나 교사나 운동 코치나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인 지난 2월 “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트윗을 날렸다. 당시 트럼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고 있었는데, 어느 온라인 매체가 삼성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올린 것을 링크하며 아예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트윗을 올린 것이다.

3월 WSJ는 삼성전자가 미국 앨라배마 등 다섯 개 주와 부지 확보를 협의중인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 보도가 나오자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삼성전자가 3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에 가전 제품 생산 시설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삼성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설립은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얼르고 달래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을, 자신이 소유한 임대 건물의 불량 임차인 문제를 잘 해결하라는 듯, 마치 그 건물 관리인처럼 다루고 있다.

물론 그 불량 임차인은 북한이다. 북한은 제대로 월세를 내지 않으면서, 수도 파이프를 터뜨리겠다고 건물주를 협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 ‘건물 관리인’을 자기 별장에 불러 스테이크와 초코렛 케익을 먹이면서 친근한 척 하며, 한편으론 자신이 소유한 다른 건물의 또 다른 말썽 임차인의 엉덩이를 차 내쫓아낸 이야기를 하며 그 건물 관리인을 얼르고 달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46년생, 시진핑 주석은 53년생으로 아주 많은 나이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제 아무리 수퍼 초 강대국이라고 해도, 시 주석 역시 중화사상(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상)으로 똘똘 뭉쳐있는 자타칭 G2 국가의 수장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도 자신을 애 취급하며 얼르고 달랜다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그런 불편함을 드러내지 못하게 아예 대못을 쳤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시 주석과의 케미를 드러내고, 자신은 시 주석이 좋으며, 시 주석 역시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Good boy!”라며 Cheer up하는 건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진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 한국과의 과거 역사를 설명하며, 북한은 다루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엄살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진짜 목적은 두번째일 것이다.

그건, 중국이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그래서 미국이 군사 행동 등 대북 제재를 했을 경우, 중국이 딴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너에게 신뢰를 보여주었고, 중국이 잘할 것이라고 전세계에 공언했는데, 결국 네가 못해서 우리가 나서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이제와서 딴 소리냐!”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 즉,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나 희망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사실은 중국도 미국도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했을 때의 대안 마련에 분주할 것이다.

지난 22일(토) 환구시보는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사평(社評)을 통해 중국은 무력을 통한 한반도 통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미 연합군이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략해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각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에서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해 선별적 타격을 가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침공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놓기를 원하며, 최악의 경우 미국의 북핵에 대한 선별적 타격에 동의하더라도 미군의 북한 상륙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예견해 왔다.

중국 정부가 과연 김정은 정권 교체를 반대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며, 환구시보의 기사는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 때문에 ‘정권 전복시 군사 개입’이라고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즉, 중국 정부의 진심은 북한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일단 미국이 북폭을 감행할 경우, 전면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매우 크며, 중국의 엄포는 결국 무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만일 김정은이 또 다시 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에 대해 “실망(disappointment)”이라는 단어를 쓰게 될 것이다.

‘Good dog!’이라고 cheer up 해 주었는데도 말썽을 부리는 개에게 몽둥이 질을 하지는 않는다. ‘Good boy!’라고 격려해 키운 자식이 말썽을 부린다고 빰을 때리지도 않는다.

그건 내 자식이고, 말을 못 알아듣는 미물인 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자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도 아니다. 따라서 실망에는 댓가가 따를 것이다.


2017년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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