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과 평화 협정을 맺을까?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반도에 몇번의 전쟁 위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 정부 (사실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동을 걸고, 미국은 말리는 형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진지하게 전쟁을 생각한 건, 지난 93년 북핵 위기 때였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매우 심각하게 영변 핵 시설 등을 선별타격하는 문제를 만지작거렸고, 결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급박하게 방북하며 사태가 종결되었다.
일각에서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화하여 전쟁을 막았다고 하지만, 당시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한 미국측 인사들의 증언과 회고록을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당시 국내 언론 중 일부는 김영삼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위기를 촉진 했으며 그 덕분에 시민들이 불안감을 조성해,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지금의 북핵 문제는 되돌아가기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 즉, 평화회담, 전략적 인내의 연장, 무력 대응 중에서, 또 다시 미국이 전략적으로 인내하며 시기를 조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방안은 평화적 해결 혹은 전쟁이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김정은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물론, 핵무기 폐기에 따른 북한 내 반발을 김정은이 무마할 수 있을 경우이다.
만일 김정은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주게 될 것이다. 즉, 석유, 전기 등 에너지를 공급하고, 식량 원조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북한 주민의 인권이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과 평화 협정을 할 수도 있다.
사실, 김정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은은 미국을 공격하기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가 원하는 것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을 위기에 몰아넣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평화협정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핵은 가지고 있는 체로 하는 것이다.
즉,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어내는 것이다.
현재, 국제 조약에 따른 합법적인 핵보유국은 모두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이 국제 조약은 바로 NPT(Non-Proliferation Treaty. 핵확산 방지조약)이며, 이 조약 초안에 대한 미소간 합의가 이루어진 1967년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핵무기를 가진 나라만이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NPT 조약 제 1조)
이들 핵 보유국은 핵무기의 판매를 금지 당할 뿐, 핵무기 개발, 연구, 실험, 제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후 핵 무기를 개발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 기준으로 보자면, 불법적인 핵 보유국이다. 이들 나라를 “사실상 (de facto) 핵보유국”이라고 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핵보유국 지위는 국제 사회가 아니라 미국의 관점에서 인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에 의해 잠정적으로 용인(인도의 경우)되었거나, 자국 안보를 위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보유의 정당성에 따라 핵보유를 묵인(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의 경우)된 것이다. 물론, 이들 나라는 미국이 인정하기 전까지 모두 핵 개발에 따른 경제 제재들을 받았고,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이들 세 나라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이들 모두 친미 정부를 가지고 있으며, 대미 우호 정책과 협력으로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활용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전략(핵을 모두 폐기)에서 비확산 전략(현재 보유한 핵을 인정. 즉, 핵보유국 인정. 다만 더 생산하는 것은 금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는 건, 평화적 해결이 아니면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쟁을 하여 무고한 희생을 치루느니, 핵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북한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미국은 “비핵화없이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미국과 대화를 요청할 경우, 이는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며, 평화협정, 즉 상호불가침 협정을 맺을 용의도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체제는 공고해지고, 한반도에는 두 개의 Korea가 지속되게 될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핵을 모두 폐기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북한의 군부나 주민들이 동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은 김정은의 체제 유지 수단이며, 통치 수단이므로 그걸 모를 리 없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힙합 바지를 입고, 금 목거리를 걸고, 한 손에 햄버거를 쥐고, 엘에이 코리아 타운 거리를 흐느적거리며 걸어다닐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미국의 방안은 오로지 하나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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