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 “최대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지난 17일(현지 시간),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전략을 “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라고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최대 압박과 개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Engagement를 개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교전 혹은 전쟁”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최대 압박과 개입”은 일종의 양동작전으로 중국 등을 통해 압박을 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력 사용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두 전략은 독립적이거나,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즉, 무력 시위를 통해 압박을 강화하거나, 역으로 압박을 통해 전쟁으로 나서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 “최대 압박과 개입”의 궁극적 목적은 물론, 북한의 비핵화이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김정은 정권 교체 (혹은 참수 작전)는 비핵화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해, 김정은이 순순히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통해 핵 무기를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가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발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ABC 방송의 “This week”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비핵화한 한반도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을 교체할 목표는 없다”는 발언을 하였고, 국내 언론은 이 말만 강조해 마치 미국이 북한 정권을 교체할 계획을 원래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의 요지는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바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 이유는 허위의 사실이다. 미국이 원하는 건, 북한의 비핵화이다.”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해석할 때, 미국과 북한이 서로 추구하는 바가 같은 건, 양국 간의 평화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는다고 보장한다면, 북한도 무력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다. 북한의 목표는 미제로부터의 남한의 해방, 즉 적화통일이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서로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른 건, 평화 유지를 위해, 미국은 핵을 포기 (즉, 비핵화)하라는 것이며, 북한은 비핵화할 수 없으며, 비확산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은 현재 가지고 있는 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더 만들지는 않겠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조건으로 핵을 동결 즉, 비확산하겠다는 주장을 펼친 적은 없다. 그러나,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미국 일각에서도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비확산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 주장은 소수 의견일 뿐, 미 공화당이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매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미국과 북한은 각자가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며, 그 간극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우선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책이다. 일견, “최대 압박과 개입”은 전략적 인내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왜냐면, 압박과 개입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그 전 행정부에서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이 아닐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전략전 인내는 폐기되었다고 수 차례 반복해 주장한 바 있고, 북이 특별한 도발을 한 것이 아닌데 강한 어조로 북을 압박하고 무력 전개를 하는 것으로 볼 때 그렇다는 의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전통적 패권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즉, 무력 전개를 통한 압박과 동시에 대화를 통한 굴복이 그것이다. 사실 “최대 압박과 개입”은 이 전통적 전략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여전히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누구 그 대화 창구가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현재 북미간 대화 채널은 없다. 있다면 유일하게 유엔 주재 북한 대사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그와 대화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중국이 중간에서 대화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인데, 미국이 그 메신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김정은이 순순히 압박에 굴종하며 미국의 뜻대로 비핵화에 동의할지는 더 더욱 의문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이리 저리 뒤집어 생각해도 대화를 통한 타협이 미국의 전략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남은 건 개입(Engagement)뿐이다.
언론은 이미 15일 경, 백악관이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그 옵션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6일 VOA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하여 황교안 대행을 만나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으로 명명된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설명할 것으로 AP통신과 CNN방송이 보도하였다고 기사를 내 보냈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황교안 대행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둘 사이에 관례적이고 외교적인 대화만 하였을 가능성과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이 극비 사항이므로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우리는 백악관이 검토한 군사적 옵션에 대해 황 대행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설명하지 않을까 추측한 바 있다.
만일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명색이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수반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거나 설명하는 모양새를 갖추었을 것이기 때문이므로, 이는 합리적 추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펜스 부통령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해 열어 놓았을 것이다.
실제,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 발표를 했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와 함께,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은 테이블위에 올라와 있다면서, 북한의 어떠한 공격도 압도적인 대응에 의해 대처할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발언은 일견 형식적이고 일반적인 발언일 수 있지만, 백악관의 군사적 옵션 수행에 대한 직설적 표현일수도 있다.
즉, 북한이 도발하면, 대응 즉 개입(Engagement)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손자병법에서도 “적군을 온전하게 두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고 적군을 격파하여 이기는 것이 차선책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세상사를 모두 최상책으로 끝내기는 어렵다. 어쩌면 미국은 차선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17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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