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Homeostasis)의 지엄한 명령




우리나라 연도별 1인당 국민소득(GNI) 현황을 보면, 100 달러가 처음으로 넘은 것이 1963년이다. 11년 뒤인 1974년, 처음으로 500 달러가 넘었고, 3년 뒤인 1977년, 1천 달러를 넘어섰다. 고속 성장의 시작이었다.

그 12년 뒤인 1989년에는 5천 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1995년, 드디어 1만 달러를 넘어섰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1998년 7천 달러로 떨어진 후, 2년 만인 2000년 다시 1만 달러에 진입 성공했다. 2007년은 2만 달러를 넘어선 첫 해였다.

현재 우리나라 GNI는 2014년 이래 2만7천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 1인당 GNI 3만달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준으로 인식되고 왔다. 즉 선진국 문턱에 계속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뭐, 골대 앞에서 버벅이는 것이 우리 민족 특징이긴 하다.

흔히 베이비 부머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플러스 19년 즉, 1965년생 까지로 본다. 그 다음 세대가 이른바 X 세대이다. 역시 19년을 기준으로 끊고, 그 다음 세대는 Y 세대가 아니라 N (Network) 세대라던가… X 세대란 용어는 캐나다 작가 더글라스 커플랜드의 소설에서 따 온 것이다. 왜 X 세대에 주목하게 되었는가 하면, 광고, 매스컴, 마케팅 분야가 발전하면서 신세대의 흥미, 취향, 특성을 연구하게 된 것이 동기라고 할 수 있다.








19년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건, 이런 세대 구분법은 미국의 인구 변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구 증가율을 보면, 미국의 독립 이후 묘하게 19년을 주기로 인구가 늘거나 줄어왔으며, 이런 변화의 12번째 세대를 베이비 붐 세대, 13번째 세대를 X 세대로 칭하는 것이다.

아무튼 베이비 붐 세대의 가장 막내들은 이제 5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었고, 전후 첫 세대들은 7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에게 물어보자.
왜 이들이냐면, 현재 대부분 가장인 세대이고, 산업화시대, 정보화 시대를 이끌며 살았던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인생 중 과연 어느 때가 가장 여유있고 풍요로왔는가?”

- 여유? 여유 있었던 적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자,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보자. 당신들의 인생 중 과연 어느 때가 그나마 먹고 살만했는가?”

일인당 국민총소득이 100달러였던 60년대? 아니면 1천달러를 바라보던 70년대? 5천달러를 넘어선 80년대? 1만 달러를 넘어선 90년대? 아니면 지금?

모르긴 몰라도 IMF 외환위기는 대부분의 베이비 붐 세대들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또 모르긴 몰라도, 일인당 국민소득 5천 달러를 넘어선, 즉 5천 달러를 향해 달리던 80년대가 왠지 모르게 풍요로왔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에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것이다. 항상성은 네가티브 피드백과 포지티브 피드백을 통해 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조절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항상성이 깨지면 인체 기능의 교란이 생기고 곧 생명은 위협받는다.

비근한 예로, 체온이 오르면 생체 기능은 체온을 떨구기 위해 애쓰고, 체온이 떨어지면, 반대로 체온을 올리기 위한 대책을 쓰는 것과 같다.

항상성은 혈액의 산도 즉, pH, 혈중 전해질, 혈압, 호흡수와 맥박 수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유지하는 여러 요소들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생리 기전인 것이다.

만일 우리 민족의 민도와 경제 수준의 최적합 지점이 있다면, 그 지점은 살기 좀 나았던, 혹은 경제적으로 좀 여유있었던 기억의 그 지점과 동일할 것이다.

만일 우리 국민 각각의 그 기억 지점을 정규분포도로 그려, 중앙값을 구해보면, 우리 국민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점을 알 수 있고, 그 때의 일인당 국민총소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측컨대, 나는 그 지점이 80년대의 5천불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오늘, 우리는 왜 지랄을 하고 있는가? 왜 이 지랄맞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법치주의를 쌈 싸 먹어가며 멀쩡한 대통령을 쫓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교도소에 가두고, 나라를 극심한 혼란 속에 빠트리고, 세계는 김정은의 불장난에 너나할 것 없이 위기 의식을 느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반도에서는 도토리들의 백가쟁명이나 들어야 하다니 말이다.

나의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분에 넘치는 고소득을 누렸다. 그러다보니 너나할 것없이 졸부 근성이 물들었고, 휴머니티는 오간 곳 없이 배부른 돼지들만 남게 되었다. 그러니 빈부격차를 없애고, 양극화를 줄이고, 한민족의 기를 꺽어 놓으려면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바로 항상성의 명령인 것이다.

“일인당 국민총소득 2만7천불은 지나치게 과분하다. 5천불이 적당하다. 그러니 다시 5천불로 돌아가라.”

어쩌면, 전쟁이 이를 가속화시켜줄지도 모른다.

지금 오천만 국민의 이 지랄맞은 행태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항상성의 본능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빈부격차도 줄이고, 양극화를 없애는 너나 같이 궁핍에 빠지는 항상성 말이다.

만약 정말 전쟁이 나면 원하는 바대로 될 것이다.

굳이 메어터지는 휴가철 고속도로가 아니라도, 길바닥에서 음식을 해 먹고, 그토록이나 갈망하는 캠핑 생활을 원없이 즐길 수도 있다.

고난을 통해 분수를 배울 날이 올 것이다.



2017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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