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고문께 충고를 돌려드리며










오늘, 미중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정규재 한경 고문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은 "정규재의 글로벌 View; 美·中 대화, 원 코리아냐 투 코리아냐".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려고 하고 있는 한편, (정 고문의 표현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Surgical strike (외과수술적 타격)를 위한 전략 자산을 이미 한반도 부근에 배치해 놓고 있는데,

중국이(세컨더리 보이콧에) 동의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도록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데에는 최소한 1, 2 년이 걸리므로, 전략 자산을 그렇게 오랫동안 한반도 부근에 묶어 놓을 수는 없다.

즉, 하나는 2,3년이 걸리는 장기적 주제이고, 다른 하나는 내일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것이냐 아니면 저것이냐로 결정될 수 없다.

따라서, (정 고문의 표현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사항의 타임 스팬(time span)이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즉, Two Korea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빠르면 이 달 중에라도) 메신저가 북에 갈 것이다. 메신저의 메시지는 핵을 내려 놓으면 미국이 김정은을 보호한다는 약속일 것이다.

최근 해리티지 재단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안이 있었고, 북에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있었다.

Two Korea라는 것은 미국이 남한 뿐 아니라, 북한을 보호한다는 전략이다. 즉, 만일 김정은이 핵을 내려놓으면 미국이 김정은의 보호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며, 미군이 평양에 주둔하며 이를 입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북핵과 관련하여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발하고 참신하고, 기상천외한 주장이었다.

개인적으로 정규재 고문을 성원하고 그의 방송을 즐겨 듣는 입장에서 오늘의 이 동영상 클립은 실망을 넘어서 우려가 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등으로 지나치게 과부하에 걸리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건이 몰입하다보니, 국제 정세를 눈여겨 볼 시간이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감'이 떨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려의 이유이다.

우선 동영상에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한 두개 있다.

첫째는 비전투 요원 소개 작전훈련에 대해 언급했는데,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는 이 훈련 내용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정 고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국내에 미국 여권을 가진 미국 시민권자가 10만 명이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대피' 훈련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도상 훈련을 한 것은 아니고 연락하는 훈련을 한 것 같다."

미국 시민에 대한 소개 작전을 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비전투 요원 소개작전)라고 하는데, 이 훈련 명칭은 “courageous channel”이며, 1996년부터 해마다 실시되어 왔다.

2016년에는 지난 11월 훈련이 있었고, 평소에는 정해진 장소(Hub camp)에 소집하고, Hub camp에서 발생하는 일들 (검진, 인식표 배부, 개인 장비 전달, 소개 작전에 대한 설명 등)에 대한 것으로 끝났으나, 2016년에는 미국 시민들을 직접 수송기에 태워 일본에 수송하기까지 했다.

두번째,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오해이다.


정 고문은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에 너희들도 들어와라. 그래서 너희들이 주고 있는 기름도 다 끊어라',고 요구해서 중국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제 행동에 들어가고 그것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놓게 되는 실질적 시간은 1,2 년 걸린다."

사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이 중국과 협상할 사항은 아니다.

이미 2016년 2월 미국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입법을 마친 상태이다. 북한제재 강화법(To improve the enforcement of sanctions against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이 바로 그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은 미국 의회가 만든 법이지만, 내국법에 의해 제 3국의 기업이 규제를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규제는 제 3국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무관하며, 해당 기업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용이 된다.

이미 중국 기업 두 곳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따라 규제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규제받은 중국 기업은 중싱 통신(中興. ZTE)인데, 이 기업은 지난 6년여간 미국의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 3200만달러 어치를 이란 기업에 수출했고, 283차례에 걸쳐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서버 등 통제 물자들을 북한에 수출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중싱 통신을 미국 기업의 수출 제재기업 목록에 올렸고, 결국 미국으로부터 주요 부품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싱 통신은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정부와 벌금액 조정에 합의했다. 증싱 통신은 11억9200만달러(약 1조3702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하고, 수출 제재기업 목록에서 이름을 뺄 수 있었다.

현재 미국은 화웨이(華爲)에 대해서도 대북 수출규제를 어긴 것이 없는지 조사 중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세컨더리 보이콧과 유사 사례가 있다. 유사 사례라고 하는 건, 이 경우는 북한제재강화법 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금수 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재무부는 관련 기업과 최대 주주 4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계좌를 압류했으며, 미 법무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법과 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해 막대한 벌금을 물리고, 해외 자산을 압류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그 뿐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하는 기업은 제재 리스트에 올라가고 미국 기업과는 더 이상 거래할 수 없다. 불만이 있으면 미국 등 서방 기업과 거래하지 않으면 된다.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모두 미국에 협조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중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들어온다면", 중국 정부를 통해 중국내 기업을 제재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서방과 거래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은 대부분 영세한 기업 뿐이다. 때문에 중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들어오건 아니건 미국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란의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에 의해 경제적으로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영향이 컸지만, 북한의 경우 워낙 폐쇄적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세컨더리 보이콧이 핵을 포기할 정도의 효과가 없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이 취해야 할 절차적 조치이지, 그것으로 비핵화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전략 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한 것을 단지 무력 시위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또 내심 Two Korea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은 더 더욱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와 지금 미국 민주당이나 일부 진보 세력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핵 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비확산(현재 가지고 있는 핵을 동결하고 더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비확산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의미이다.

이같은 주장은 해리티지 재단이 아니라, CRF(미국외교협회) 세미나에서 미국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10월 25일의 이야기이다.

즉, 오바마 행정부 때의 이야기이며, 존 케리 국무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이 발언 이후 사방에서 욕을 먹었다.

그러나 지금 DNI 국장은 인디아나 주 상원의원 출신 Dan Coats이다. 트럼프 내각은 전시 내각이라고 불릴만큼 강성의 군 출신들이 포진해 있으며, 무엇보다도 공화당 의원들의 한반도 기조는 강력한 비핵화 정책이다.

트럼프가 북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주고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며, 더욱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북한을, 김정은을 보호해 준다고 하는 건, 매우 심한 농담이다.

물론, 생각은 자유이고, 정 고문이 어느 넋 빠진 사람의 말을 듣고 전달할 수도 있다.

정 고문께서 요즘 과로하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분을 존경하는 입장에서 안타깝다.

어제 (6일) 음모론에 대한 동영상 클립을 올리셨는데, 홍석현 회장의 출마설, 홍석현 회장에 대한 루머가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세상이 어지러우면 음모론이 극심해진다며 인터넷을 새겨 들으라고 충고하셨다.

그 충고를 돌려드려야겠다.


2017년 4월 7일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