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리아 정책을 결정하다.








틸러슨 국무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태리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후 모스크바로 향했다. 모스크바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인지, 시리아 정권을 끌어안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앞서 G7 회의를 마치기 전, 틸러슨 장관은 요르단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UAE 등 중동 국가 외무장관들과 별도로 만났는데, 이들과 만나기 전, “러시아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0일에는 다른 G7 장관들과 함께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학살 당한 500명의 민간인들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전 세계 어디서건 무고한 이들에 대해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는 모두 책임을 묻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우리는 틸러슨 장관이 9일 ABC 와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정할 것”이라며, 미국의 우선 순위는 IS 퇴치라고 말한 사실을 알고 있다.

같은 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9일 CNN에 출연하여 “시리아의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미국 안보, 외교 수뇌부의 의견이 갈리는 것을 보면서, 백악관의 대 시리아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곧 백악관 내에서 거친 토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G7 회의를 전후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의 수위로 보건대, 미국은 시리아 정책을 어느 정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로 마음먹었으며, 그 이유는 자국민 학살이고, 무고한 자국민을 학살하는 그 어떤 정권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로 결정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이 시리아 정부에 대해 칼날을 겨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리아 사태는 단순히 아사드 정권과 그를 반대하는 국민(이른바 반군)들 간의 싸움이 아니다. 독재 정권과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들 간의 내전일 뿐 아니라, 수니파와 시아파의 싸움이며, 쿠르드 족과 터키와의 전쟁이고, IS과 반테러 연합군의 싸움이다. 또, 이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쟁탈전일 뿐 아니라, 이들을 원격 조정하는 러시아와 미국의 간접전, 나아가 파이프 라인을 둘러싼 파이프 라인 전쟁이기 때문이다.

관계자가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시리아 사태는 난제 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게 시리아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러시아 더러 유럽의 에너지 시장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러시아가 시리아 편을 들고 있는 건, 시리아가 중동 국가들의 대유럽 파이프 라인을 막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리아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거나, 수니파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는 곧 시리아가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에 선다는 것이며, 사우디, 카타르, UAE는 유럽을 향하는 별도의 파이프 라인을 개설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자료 : 시리아 내전의 진짜 이유? -파이프 라인 전쟁-



이는 유럽 시장에 강력한 러시아의 경쟁자가 나타나 러시아의 시장이 축소되고,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게된다는 것이며, 러시아는 이를 묵과할 수 없다.

따라서, 러시아가 미국으로부터 별도의 조건을 제시받지 않는다면, 결코 시리아에서 손을 뗄 수 없다. 그 조건이란, 유럽 시장의 안정적 확보가 될 것이다.

백악관이 알 아사드 정권 축출로 목표를 선회한 이유는 이렇게 추정할 수 있다.

1) 난제를 간단히 해결하자는 것이다.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때는, 일일이 실타래를 풀기보다는, 단 칼에 실타래 덩어리를 잘라 푸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시리아 사태의 근본 이유는 아사드 정권과 시리아 국민 간의 갈등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미국이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IS 축출은 그 자체로는 시리아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통치할 역량이 없다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

물론 아사드 대통령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는 국제 사회가 지목하는 것처럼 시리아 국민을 학살하기 위해 화학 무기로 사용한 사실이 없을 수 있다. 또 그의 주장대로 화학탄을 이용해 칸 세이쿤 (Khan Sheikhoun) 마을을 폭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반군이 장악한 화학 무기 창고를 공습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무고한 주민들이 화학 무기에 의해 희생 당했다는 사실이다. 국제 여론은 그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다.

만일 시리아 정권이 물러나면 시리아 사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반군의 무기를 회수하고 시리아 사태에 관련된 다른 요소들을 물러나게 하여 진정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고, 서방은 IS 퇴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유럽은 쏟아져 들어오는 시리아 난민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도 있다.


2)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시리아 사태는 미국의,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외교와 전략에 대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시리아 공군 기지의 폭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강력한 지지와 찬사를 받았다.

많은 미국인이나 국제 여론은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내버려 두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만일 그런다면 말이다.) 특히 트럼프와 그 측근들이 러시아와 연루되어 있다고 의심하는 이들은 더욱 더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을 감싸는 중국, 시리아를 감싸는 러시아는 여러 모로 닮은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로부터 손을 떼라는 압박은 중국에게는, 북한에서 손을 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는 러시아에게 시리아의 가치만큼 중요하지만, 어떤 면(경제적 측면)에서 시리아의 가치는 북한의 가치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러시아가 미국에 동의한다면, 중국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러시아가 미국에 동조(사실상, 굴복)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중국이 미국에 굴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정책 선회가 미국의 계획대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에 대응하는 세계의 한 축이고, 제국의 우두머리이다. 크레물린이 지나치게 순순히 미국에 동조할 경우, 푸틴의 리더십에 금이 생기고, 주변국이 동요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시리아를 포기할 경우, 지금도 어려운 러시아 경제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만일 러시아가 시리아를 포기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은 중동에서 또 한번 외교적 마법을 부려야 한다.

우선, 사우디와 카타르, UAE 등이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들 국가들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그녀에게 막대한 투자를 했다는 루머가 있다. 이들이 클린턴에게 투자한 이유는 (정말 그랬다면) 명백하다.

만일, 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이들이 오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수니파 정권이 들어서도록 노력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소요를 유도하며, 또 다른 내전을 야기할 수도 있다. 카다피 축출 (2011년) 이후, 6년이 되도록 리비아에서 여전히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혼란을 이용해, 미국이 러시아에게 보장한 “그 어떤 것”이 보장되지 않도록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즉각 반발할 것이며, 이 지역은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G7 말미, 러시아로 떠나기 전에 사우디, 카타르, 터키, UAE 등의 외무장관들과 별도로 만난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틸러슨 장관은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계획을 공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정권을 무터뜨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이 즉시 군사 작전을 감행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사실, 미국이 한반도와 중동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의 최고의 weak point는 바로 미국 수뇌부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이 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에는 여전히 공백이 있으며, 각료들 역시 제대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취임 1/4 분기에 동떨어진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트위터 등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단어가 있는데, 그건 “humanity” 이었다.







이 단어만큼 정책의 당위성,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다. 만일 미국이 시리아를 침공하거나, 북한을 폭격할 경우, 그의 명분은 바로 humanity가 될 것이다.

그 앞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2017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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