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의사가 어설프게 설치면 나오는 결과의 사례 1예








이른바 연명의료법은 사실, 의료계가 주도하여 만든 법이다.

의료계라고 하지만, 사실 몇몇 의사들이 주도한 것이며, 그 배경은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병원 자원과 건보 재원을 낭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추측한다.

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입법에 의사들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

첫째, 의료에서 의사의 역할은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과 노력을 동원하여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를 하는 것이지, 환자의 종점(termination)의 시점을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은, 그 이유, 배경, 조건 등은 별개로 하고, 결국 환자의 종점을 임의로 정하자는 법인데, 의사가 개입하거나, 논의를 주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입법이 필요하다면, 그건 시민단체 혹은 환자 단체나 다른 기관이 주도하고, 필요하다면 의사들이 진술, 증언을 하는 정도로 그쳐야 했다.

둘째,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설령 치료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라 할지라도, 실날 같은 삶의 희망을 잡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또, 그런 말기암 환자의 가족도 어떡하든 끝까지 치료를 받게 해 주고 싶어한다.

물론, 이제 그만 치료를 중단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가족이나 본인의 희망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지금도 암묵적으로 DNR(심폐소생술 중단)을 요구받으면 자연사하도록 하고 있다.

강한 법률의 잣대를 들이대면, DNR을 받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살인이거나 자살 방조에 해당할 수도 있다. 그건 과거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Hopeless discharge(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의 퇴원)로 퇴원 시킨 환자의 살인 혐의로 의사들을 구속한 보라매 사건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DNR 사망의 불법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명치료 중단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단히 잘못된 입법이 이루어진 것이며 기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해의 소지란, 병원이 좀 더 큰 진료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죽을 환자"는 내보내고 병상, 의료기기, 의료인력 등 병원 자원을 다른 환자에게 쓰기 위해 이 법을 "의사들이 주도하여" 만든다는 오해를 말한다.

사실, 이건 오해가 아니라 fact 일수 있다. 또, 제한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진료 의사는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건 진료 의사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째든, 연명의료법이 입법되었고, 많은 사항이 하위 명령에 위임되었다.

의료 정책이나 의료 관련법 개정에 개입하는 많은 의사들의 실수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국회의원을 만나고, 입법 로비를 하고, 여의도를 오가며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노력하는 것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줄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은 본회의 통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법의 개정은 대부분 하위 법에 위임하기 마련이고, 하위 법은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가 만들게 되며,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규제가 생기거나, 입법 취지와 다른 법 해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국회는 외국에 비해 하위 법령 위임의 경향이 특히 심하다.

때문에, 새 법을 만드려고 하였다면, 하위 법령까지 신경 써야 하며, 최초의 입법 취지가 바뀌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해당 중앙 부처 공무원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켜야 한다.

연명의료법 입법은 그 점에서 실수했다.

국회의원 만나는 것은 할 수 있어도, 담당 사무관, 서기관을 만나기 위해 세종시를 들락거리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 뻔해 보인다.

그 결과, 연명의료법은 의사에게 또 다른 족쇄를 채우는 법이 되고 말았다.

이 사례는, 의협이 무기력할 때와 의학회 혹은 일부 의사 개개인의 야심에 따라 입법을 추진할 때 어떤 결과가 돌출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의협이 식물상태에 빠지자, 각 학회 별로 대정부, 대국회 로비를 벌이고, 정책 개정이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조율에 실패하고, 제도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응급의료, 감염에 대한 사항인데, 최근 발표되는 많은 정책들이 대형 병원 위주의 응급의료, 감염 정책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이유는 학회가 이를 주도하고 있고, 학회에 있는 의사들은 대부분 대형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협이 의원, 중소병원, 대형병원 간의 균형을 잡아가며 채널을 통일하여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데, 전혀 이 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의협에는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 동안 입법 활동의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이 있으며, 이들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협이 배제되자, 이들의 역할도 사라져 버렸고, 그 결과 연명의료법과 같은 사태가 돌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부디, 이 사례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희망은 떨어지는 벚꽃처럼 부질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017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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