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초,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논란에 붙여




2015년 초,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논란에 붙여


국무조정실이란 과거 국무총리실을 의미하며, 국무조정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규제개혁이다.

따라서, 국무조정실(구 국무총리실)에서는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계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은 2014년 2천여 건의 규제를 완화하여, 앞으로 3년간 10 조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고, 2만8천명의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료의 본질은 의사라는 직책에 그 권리가 주어져 왔는데, 사회가 분화되면서 의사의 권리 즉,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권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여러 직업군에게 점진적으로 양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걸 일부에서는 고용 창출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전문화 세분화라고 부르기도 하며 포장해 왔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해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바가 있다.

첫째는 이 논란의 배경이다.

그건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국무조정실에서 과거에도 해 왔듯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일관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에 더해 2013년 내려진 헌재 결정이 기름을 부워 더욱 공론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치 한의사에게 모든 의료기기 사용이 전면 허용해야 하는 것처럼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의료계 특히 의협의 대응 자세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무조정실이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의료계 규제 완화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나 의료기사들의 독립권 같은 사안을 만지작거리며 의료계를 압박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000년 이래 수없이 이 같은 아젠다들이 거론되어 왔고, 국회에서의 입법 시도가 끊임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의협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해 왔고, 실제 성공적으로 방어해 왔지만, 이번처럼 이 사안이 크게 거론하며 대중에게 공론화한 적이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의협의 무능함으로 이번 규제 개혁안을 너무 크게 떠들어 버렸고, 복지부를 압박하면서 전선을 지나치게 넓힌 꼴이 되었다.

이제까지 복지부의 기본 정책 방향은 '불허'쪽이었는데 공론화되면서 복지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꼴이 된 것이다.

2013년 헌재의 결정 취지는 두 가지를 가정한 것인데, 첫째는 안압측정기, 청력검사기와 같은 의료기기는 '침습적'인 검사가 아니므로, 한의사가 사용하여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며, 둘째는 한의사도 그 정도는 판독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헌재의 결정을 일반 X-ray에 적용해 보자.

X-ray를 침습적 검사라고 볼 수는 없어도,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으며, 또 한의사도 X-ray를 판독 가능하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X-ray는 그 결과가 숫자나 문자로 나오는 것도 아니며, 판독법을 배운다고 누구나 다 판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X-ray만 해도 헌재가 가정한 "판독 가능함"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이를 한의사에게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

하물며, CT, MRI는 말할 것도 없다.

한편,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다면, 방사선과 의사 (진단의학과 의사)의 판독을 근거로 진료에 참조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즉, 한의사가 X-ray, CT 등을 처방하고, 그 결과를 판독해 주면, 이에 따라 한의사가 진료에 참조하도록 하는 건 어떠냐 하는 이야기이다.

이미 30병상 이상의 한방 병원에서 의사를 고용해 X-ray 등을 처방하고 이를 판독해 한의사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금 한의업계의 주장은, 한의원에서는 이 같은 기기를 쓸 수 없어, 환자들이 진단기기가 설치된 방사선과 의원이나 병원에서 검사를 한 후 그 결과를 다시 한의원으로 가지고 와야 하므로, 국민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한의원 만의 문제가 아니라 X-ray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의원도 마찬가지이며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의료계가 한의사들의 진단기기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현재로는 한의사들이 이들 장비를 이용하거나 판독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지 않으며, 질환을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의료 체계에서 이들 기기를 오용할 경우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환자를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X-ray 등 현대 진단 기기등을 사용해야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한의학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므로 이 또한 무턱대고 받아들이기 곤란한 것이다.

규제 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효과를 높혀보자는 그 취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규제를 마냥 풀어 놓은 것이 능사는 아니며 때로는 더 단단하게 조여야 할 부분도 있다.

의협은 지레 호들갑을 떨며 풍파를 일으킬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칙과 논리로 무장하고 대응해야 한다. 차제에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이다.



2015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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