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단상



보드카는 러시아가 원산지인 것은 맞다.

보드카의 "보다"는 러시아 말로 물이란 뜻인데, 물처럼 무색, 무취의 술이기 때문이다.

보드카 제조법이 유럽에 알려진 건 20세기 초에 이르러서 였지만, 오늘 날 러시아만 보드카를 만드는 건 아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보드카 벨트에 속하는 나라는 물론, 이집트, 영국, 미국 산 보드카도 고퀄이며 인기가 많다.

사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hard liquor는 위스키가 아니라 보드카이다.

보드카는 옥수수, 호밀, 감자는 물론 포도로도 제조할 수 있으며, 이들을 발효시킨 후 다시 증류하여 만드는데, 이렇게 증류하면 95% 이상의 순수 에탄올의 주정이 나오고 이를 40% 정도로 희석해 판매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폴란드 산 보드카가 좋다.

무색 무취인 건 여전히 맞지만, 왠지 그 끝 맛에 폴란드 집시가 피운 듯한 연한 장작불 맛이 나기 때문이다.

보드카를 마실 때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우선 냉동실에 몇날 몇일을 넣어 두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보드카가 냉동실에서 어는 법은 없다. 단지 점도가 높아져 마치 끈적거리듯 소리없이 잔 속을 감아 휘어들 뿐이다.

사이드 디쉬는 필요없다.

냉장고를 뒤져 꺼낸 치즈 한 조각이나, 말린 무화과 정도.

물론 씹을 거리를 찾느라 잔 속에 냉기를 잃고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짜릿하게 냉소 지으며 식도를 타고 흐르는 그것을 반 컵 정도 마시고 나면...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