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는 전국민에게 100만원 씩 줄거라구?>
<네델란드는 전국민에게 100만원 씩 줄거라구?>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오니까, 뭐라 그래야 할까, 진보 인사?, 사회주의자? 아니면 강남좌파? 로 보이는 분들의 반응이 재미지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전국민에게 매달 100만원 씩 준다는데, 우린 뭐냐?” 뭐 대충 이런 반응인데, 이 기사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알고 나서 이야기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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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
“핀란드에 이어 네덜란드도 전 국민에게 매달 100만 원 이상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복지 실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덜란드 중부 도시 위트레흐트를 비롯해 19개 시 당국이 시민 모두에게 일정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위트레흐트에서는 이를 위해 우선 일부 복지수당 수급자에게 매달 900유로, 115만 원을 제공하고 이외에 따로 소득이 생기더라도 지급액을 깎지 않는 실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실험은 복지수당 수급자만 대상으로 설정해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의도로 설계됐다고 우파 자유민주당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앞서 핀란드 정부도 기존 복지를 일원화해서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 101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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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얼핏 보면, 핀랜드나 네덜란드에서 당장 전 국민에게 100 만원씩 돈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꿈도 야무지지, 그런 것이 아니다.
이건, 이미 여러나라에서 시행한 바 있는 <실험>을 네덜란드도 한번 해 보겠다는 것이며, 이 실험은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 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거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 보기 위한 말 그대로 <실험>이다.
이 같은 실험은 네덜란드나 핀란드 뿐 아니라, 인도나 아프리카 말라위 같은 곳에서도 시행한 바 있으며, 가장 큰 규모의 실험은 캐나다에서 있었다.
지난 1972년부터 1979년까지 캐나다 매니토바 주 Dauphin이란 도시에서 “Mincome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별 다른 결론없이 이 실험은 종결되었고, 잊혀졌다가 지난 2011년에 이르러서야 매니토바 대학 경제학 교수들이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실험은 Dauphin 주민 전체에게 기본 소득을 보장해 주는 광범위한 실험이었지만, 이번 네덜란드에서 하겠다는 실험은 많아야 300 명에게 월 900 유로에서 1,300 유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걸 두고, “역시 복지 국가는 다름!”이라면 부러워 죽을 것처럼 하는 건 좀 오바이다.
그나마 그 대상자들은 이미 복지 수혜를 받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기초 수입을 제공받는 대신 이를 제외한 모든 복지 혜택 (즉, 교육, 의료 등등)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이 실험의 목적 중 하나가 기초 수입이 생길 경우 이들이 교육을 계속 받으려고 하는지, 의료기관 이용을 제대로 하는지, 직장을 구하는 노력을 계속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델란드는 기본적으로 “부르조아”란 개념이 최초로 시작된 국가이며, 좌파들이 질색하는 상업주의가 팽배하다고 할 수 있는 나라이다.
또 매우 진보적 (우리가 말하는 진보와는 차이가 크지만) 사고 방식을 갖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네델란드에서 이런 실험을 하는 건 의외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소심한 실험 규모에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근데 이런 실험을 포장해서 복지 정책 만능주의 프로파간다로 쓰는 건, 좀 아니다.
캐나다 Mincome program을 리뷰한 학자들의 결론은 대략 이랬다.
“이 실험 기간 동안 도시 빈곤이 사라졌으며, 의외로 교육을 포기하거나 직장을 구하려는 노력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무상의료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무상의료)의 경우에서 보다 의료기관을 찾는 수도 적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매우 제한적이고, 기간도 짧아 이 같은 Basic income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과연 장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걸 알아보고자 끊임없이 여기 저기에서 실험을 시도해 보는 것이지만, 아직은 관 주도라기 보다는 학자들의 주도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네델란드 건 역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직까지는.
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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