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가의 내우외환과 국제 정세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과 또 다시 단교를 선언한 것은 지난 88년 이래 두 번째이다.

2016년 연초부터 사우디가 단교를 선언한 이유는, 이란 시위대가 이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기 때문인데,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이유는 사우디 정부가 시아파 성직자를 사형했기 때문이다.

이 시아파 성직자의 이름은 <님르 바크르 알님르>이며 이란 사람이 아니라 사우디 국민이다.



그는 유명한(?) 사우디 정부 반체제 인사이며, 반정부 시위를 주동하고 사우디 동부를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반역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사태에 사우디 정부는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면, 님르 바크르 알님르가 체포된 건 이미 2012년의 일이고, 사형 선고 역시 2014년에 내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일 그를 포함한 47 명의 죄수를 참수 혹은 총살하는 사형을 집행했는데, 이들이 모두 반체제 인사이거나 시아파 교도인것도 아니다.

이들 중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제외한 나머지는 알카에다 관련 테러범이거나 범죄 용의자이었다.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절차에 의해 사형을 집행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사형이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과 시위가 산발적으로 있었다.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에도 왕이 있지만, 이들 나라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우디는 왕과 왕실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절대주의 왕정제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의회도 없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터키가 지배하던 땅에 살던 사우드 가문이 중심이 되어, 터키 군을 몰아내고 영국의 승인 아래 독립한 나라이며, 사실 대영제국이 제 맘대로 선을 그어 국경을 정해 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우리나라의 22 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는데, 국경이 정해지자 서로 다른 종족들이 한 나라를 구성하게 되어 종족간 감정이 크고 더 큰 문제는 서로 원수처럼 여기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섞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무슬림의 약 80~90% 가량이 수니파이며, 사우디 국민의 90% 가량이 수니파에 속하며,  사우디 아라비아가 수니파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라고 할 수 있으며, 이란 국민의 90%가 시아파이다.

사우디 왕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를 원하는 세력들이다.

또, 사우디와 미국 정부로부터 배신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알카에다 잔당들이 사우디 내에서 반정부 시위를 꾀하거나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알카에다는 사우디 출신인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카니스탄 무슬림을 구 소련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성전 즉, 지하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무장 세력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애초 알카에다는 사우디 정부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아프칸의 무슬림들에게 무기와 식량을 지원했으며, 군사 교육을 해 왔다.

아프칸에서 소련이 물러나고, 곧 이어 소련 연합이 붕괴되자 이들은 승전군으로 사우디로 복귀를 원했지만, 소련이 붕괴하면서 동유럽의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이는 모습을 본 사우디 왕가는 이들의 귀국을 불허하였다.

결국, 아프칸 전쟁에 참여한 사우디 출신 알카에다들은 중동을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고, 사우디 정부와 미국에 대해 배신을 느낀 이들은 곧 테러 집단으로 변신하여 영국 등 유럽과 사우디에서 테러를 일삼게 되었고, 마침내 미국 본토로 진출하여, 911 테러의 주범이 되었다.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칸을 침공한 이유도 알카에다 잔당들이 탈레반의 비호 아래 아프칸과 파키스탄 등지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오사마 빈 라덴은 파키스탄에 숨어 있다가 2011년 사살되었다.

현재 사우디 왕가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이란과 핵무기에 대한 협상을 타결하면서 중동에서의 이란의 위상이 강화되었고, 덩달아 시아파들이 기세 등등해졌으며, 반대로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소외 당했다는 인상을 받은데다가 유가 하락으로 정부 재정이 극도로 빈약해지면서 정권 유지를 위해 써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 왕가가 사우디 국민을 통치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사우디 국민들에게 베푸는 각종 복지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복지 혜택은 석유 판매 대금에서 나온다.

끝없는 유가 하락으로 그걸 줄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예멘 내전도 문제이다.

예멘은 지금 시아파 (후티 반군)와 수니파(만수르 하디 대통령 정부군)간의 지리한 내전이 전개 중인데, 사실상 시아파를 지원하는 이란과 수니파를 지원하는 사우디의 대리전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멘 내전은 아라비아 반도의 패권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예멘의 아덴 항의 중요성 때문이다.

아덴 항은 걸프만에서 홍해-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관문에 있는 항구인데, 누가 이 항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원유 수송로를 누가 확보하느냐의 중대 문제로 연결되고 이는 곧 중동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우디의 공습 및 대대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예멘 내전이 수니파에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후티 반군 즉 시아파들이 계속 게릴라 전을 전개하며 전쟁을 끌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사우디 왕가의 내홍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사우디 국왕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인데, 현재 81세이며, 초대 사우디 국왕의 25번째 아들로 7대 국왕이다. (초대 왕에게는 성인이 된 37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전 국왕인 6대 국왕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이복 동생이며, 그가 사망한 지난 2015년 초 추대되었다.

여기서 잠깐! 아랍 사람들의 이름을 정하는 방법을 알아 보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에서 본인의 이름은 <살만>이고 <빈>은 아들이라는 뜻, <알둘아지즈>는 아버지의 이름 <알 사우드>는 성이다.
즉, “사우드 집안의 압둘아지즈의 아들 살람”이 이름인 것이다. <빈> 대시 <빈트>를 쓰면 딸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름에는 아버지, 심지어 할아버지의 이름까지 기록이 된다.
예를 들어, <무함마드 빈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는 <사우드 가문의 압둘아지즈의 아들, 나예프의 아들 무함마드> 이다. 즉, 무함마드는 압둘아지즈의 손자이다.

사우디의 초대 왕 즉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이후 제 2대 국왕부터 현 7대 국왕까지는 모두 이븐 사우드 국왕의 아들들이다. 다시 말해, 사우디는 초대 왕의 아들 들이 순위를 정해 왕권을 계승받아 왔던 것이다. 이런 계승 방법은 물론 ‘왕자의 난’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살만 국왕이 재위에 오를 당시 다음 순위의 왕 즉 왕세제가 결정되었는데, 그는 이븐 사우드 초대 왕의 35번째 아들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제이었으나 곧 바로 폐위 되었으며, 대신 다음 왕위 계승자로 무함마드 빈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추대되었다.

무함마드는 현 살만 국왕의 친형(나예프 왕세제)의 둘째 아들이다. 초대 왕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하다는 전통이 깨어진 순간이었다.









살만 국왕은 초대 왕 이븐 사우드의 8번째 부인이 낳은 일곱 아들 중 여섯번 째이며, 그 맏형인 파흐드가 제 5대 국왕이었다. 이 중 나예프는 세번째 형인데, 그의 아들 중 차남인 무함마드를 왕세질로 정하는 파격을 단행한 것이다.

즉, 왕위의 형제 상속이 끝나고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무함마드는 친서방파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미국과 공조 능력이 뛰어나서, 무함마드가 차기 왕위 계승자로 결정되자 미국은 못내 환영한 바 있었다.

무함마드의 특이한 경력은 그가 FBI에서 4년간 대테러 보안 교육을 받았고, 다시 영국 경찰청에서 3년간 대테러부대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력의 무함마드가 차기 왕위 계승자가 되었다는 건, 현재 사우드 왕가가 아랍의 봄 이후 왕실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무함마드 빈 나예프는 제 1부총리이자 내무장관을 겸임하고 있으며, 국내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국방장관이며, 제2부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에게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빈 나예프 왕세자


빈 살만 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제 2왕세자 즉, 왕위 계승 2 순위에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 국왕의 아들이다.

현 국왕은 81세로 건강이 좋지 못한데, 무함마드 빈 살만이 국정을 장악하기 위해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하고 있으며, 이란 국교 단절의 원인이 된 님르 바크르 알님르의 처형도 무함마드 빈 살만의 작품이라는 루머가 중론이라는 것이다.

서방 언론들은 이런 루머를 지지하고 있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뿐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어차피 오늘 날 세계는 다 한 지붕 아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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