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으로 인한 상해는 의료사고가 아니다?















벌침(봉침)을 맞고 사망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래 8월 8일자 헤럴드 뉴스가 단독 보도(관련기사 링크)로 기사화한 부천 모 여교사 사망 사건은 최근 사건이 아니고, 몇 개월 전에 발생한 사건이며, 이미 보도된 바 있다.)

봉침을 시술하는 한의원 홈페이지에는 '봉침은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항염작용을 한다'고 광고한다. 또, 수천년 동안 이어온 치료방법이므로 효과는 검증되었으며, 부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정제한 봉약침을 써 안전하며, 붓거나 가려운 증상이 클수록 효과가 크다고도 한다.

과연 그럴까?

봉침을 맞고 사망하는 경우는 대부분 아나필락틱 쇼크(anaphylactic shock)에 의한 것인데 쇼크의 기전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은 특정 물질 (우리 각자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아닌 단백질 등)이 체내로 들어오면 이를 항원으로 간주하고 면역 기능이 활성화된다.

물론 모든 물질에 대해 면역 기능이 작동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콩을 먹는다고 면역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대부분 사람들에서 땅콩에 대한 면역 반응이 없는 건 이미 땅콩에 대해 탈감작(desensitization)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는 땅콩을 항원으로 받아들여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 땅콩잼을 먹은 사람 곁에만 가도 면역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경우가 많아 북미의 경우 같은 반에 땅콩 알러지가 있는 학생이 있으면, 땅콩잼 샌드위치를 가져오는 건 물론, 아침에 땅콩잼을 먹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시킨다.

이처럼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물질과 접촉하거나 먹거나 주사맞을 경우, 면역기능이 활성화되면서 항체(면역글로불린)가 형성되고, 항체가 항원과 결합하면 비만세포(mast cell)와 백혈구 중 호염기구(basophil)등의 수용체를 자극해 사이토카인이나 히스타민과 같은 염증 매개물질을 생성하게 한다.

특히 히스타민은 혈관 근육(혈관에도 근육이 있으며 혈관을 수축, 이완하여 굵기를 조절한다)에 작용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고, 기관지 근육에 작용하여 기관지를 수축시킨다.

갑작스럽게 온몸의 혈관이 이완되면 혈관을 이루는 세포의 간극이 넓어지면서 혈장이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오고, 혈관이 수영장처럼 혈액을 저류(pooling)하여 심장으로 돌아들어갈 피의 양이 급속히 줄어들고, 결국 심박출량이 감소하며 쇼크에 빠지게 된다.

또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호흡도 곤란해지게 된다.

이처럼 혈압이 떨어지고 쇼크에 빠지지 않더라도 얼굴, 피부 등이 붓고 가렵거나, 숨이 차거나 가래가 끓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이를 흔히 알러지 혹은 두드러기라고 한다.

즉, 두드러기나 아나필락시스는 보통 사람에서는 생성되지 않는 항체가 만들어져, 항원-항체 결합체에 의해 히스타민 등이 생성되고, 이에 의해 혈관이 확장되는 등의 일련의 반응이 이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바꿔말해, 면역력이 약해서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면역력이 강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두드러기 등으로 병원을 찾으면 크게 세 가지 약물로 치료한다. 첫째, 혈관을 확장시키는 히스타민을 무력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항원-항체 결합체가 있는 경우 계속해 비만세포 등을 자극해 히스타민을 만들어내므로, 항체를 쪼개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한다. 스테로이드는 그 자체가 강력한 항염물질이기도 하다.

스테로이드는 매우 유용한 약물이지만, 부작용도 커서 주의 깊게 써야 하며 반복해 투여하는 건 좋지 않다. 특히 스테로이드는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당뇨 환자는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쇼크로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 혈관을 다시 수축시키기 위해 에피네프린과 같은 교감신경흥분제를 쓴다. 이 역시 매우 효과적이나 동시에 매우 위험한 약물이어서 서서히 흡수되도록 피하 주사를 하거나, 심정지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정맥 주사한다.

봉침이 한의원 광고대로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항염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왜냐면 이걸 객관적으로 입증할 논문이나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봉침은 항원으로 작용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건 벌침에 탈감작되지 않아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므로, 그들의 주장이 틀릴 가능성이 더 크다. 게다가 봉침이 항원으로 작용할 경우 면역매개물질을 활성화시키므로 염증이 더 커지면 커지지 항염 작용이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봉침의 효과 주장이 의학으로 받아들여지려면, 객관성과 함께 보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단지 과거부터 사용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치료 방법으로 간주되고 누구에게나 시술되는 건 매우 위험한 짓이며, 이를 수수방관하는 건 정부의 방임이자 책임이다.

봉침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이를 시술한 한의사는 처벌받을까?

불행하게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

법은 한의사에게 매우 관대한 듯 하다.

2011년 대법원은 목 디스크를 이유로 목에 봉침을 시술해 아나필락틱 쇼크의 상해를 입힌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일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7백만원을 선고했고, 이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는데, 당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피고인이 봉침을 시술하기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했다면 피해자에게 발생한 아나필락시 쇼크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잘못으로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피해자가 3년간의 지속적인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태에 이른 것은 피해자의 체질로 보일 뿐 피고인의 봉침 시술로 발생한 상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침 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과민반응으로서 10만 명당 2~3명의 빈도로 발생하는데, 봉독액 용량과 반응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더라도 이후 봉침시술 과정에서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는 등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진 판결은 다음과 같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과거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었고 피고인이 시술하기 12일 전의 봉침시술에서도 이상반응이 없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다시 피고인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그런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4회에 걸쳐 투여한 봉독액의 양이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양과 비슷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봉침시술 과정에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채 봉독액을 과다하게 투여한 경우라고 볼 수도 없다.

아나필락시 쇼크는 항원인 봉독액 투여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여량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에도 쇼크 증상은 누적투여량이 일정 한계를 초과하는 순간 나타나게 되는데, 알레르기 반응검사 자체에 의해 한계를 초과하게 되거나 알레르기 반응검사까지의 누적량이 한계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그 이후 봉침시술로 한계를 초과해 쇼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의 아나필락시 쇼크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고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한의사의 봉침시술상 업무상 과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

피해자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봉침 시술을 받아왔었고, 봉침 시술로 인해 아나필락시 쇼크 및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는 발생빈도가 낮은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봉침 시술에 앞서 피해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피해자가 반드시 봉침 시술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설명의무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했다고 해도 아나필락틱 쇼크를 예견할 수 없으므로 쇼크가 온 것이 한의사 책임은 아니다.
- 무려 4회에 걸쳐 반복해 과도한 용량의 약물을 투여해도 그게 잘못은 아니다. (어차피 작은 양으로도 쇼크가 올 사람은 온다)
- 한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상해가 생긴 것이 아니다.
- 상해가 생긴 건 환자의 체질 때문이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했다는데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한의사의 과실을 부정하고 한의사의 재량을 보장하는 건 역설적으로 봉침을 시술받는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봉침의 의학적 유효성은 차지하고,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이나, 알레르기 반응 검사나, 반복적으로 봉침을 놓는 것도 사망과는 무관하므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사망해도 그건 체질의 문제일 뿐이라고 판결했으니 말이다.





2018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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